수잔 비에르 감독이 연출한 <버드 박스>는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고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세상과 차단된 생활을 하는 화가인 맬러리(산드라 블록)는 홀로 아이를 낳으려고 합니다. 이를 걱정하는 동생 제시카(사라 폴슨)이 언니와 함께 산부인과를 함께 갑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제시카는 뭔가를 보고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국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것은 제시카 뿐만 아니라 행인들 중 몇몇이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시간은 5년이 흐릅니다. 맬러리에겐 두 아이가 있습니다. 귀여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입니다. 이들은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집을 나서야하고 두건으로 눈을 가립니다. 그리고 절대 두건을 벗지 말라고 맬러리는 아이에게 말합니다. 그리고 집을 나서 작은 배에 세 명이 몸을 싣고 급류가 흐르는 강을 통해 어디론가 합니다.

다시 이야기는 5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맬러리는 동생을 잃고 정신이 혼미해진 상황에서 어느 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곳엔 멀쩡한(?) 사람들이 문을 굳게 잠그고 외부인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합니다. 그 곳에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과 같이 임산부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 인간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실망시키기도 하고 용기를 주기도 합니다.

2018년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버드 박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제야 보게 되었는데요. 디스토피아의 주된 소재인 좀비나 괴물들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형체가 없는 무언가에 인간이 현혹되어 목숨을 끊는 현상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살아남으려면 눈을 가려야 됩니다. 물론 안전한 곳에선 눈을 뜨고 있을 순 있습니다.

이야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와 5년 전 상황을 교차하면서 진행됩니다. 선형적인 이야기보다 이런 식의 구성은 인과 관계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라 이런 디스토피아의 사건들이 진행되는 현상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인 어 베러 월드>를 통해 잘 알려진 덴마크 감독 수잔 비에르의 작품입니다. 동명의 원작이 탄탄한 이유도 있지만 수잔 비에르의 연출력이 있기에 <버드 박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성 캐릭터를 잘 설계하고 특히 산드라 블록이 맡은 맬러리의 캐릭터는 초반과 후반을 비교하자면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있는데 그 변화 과정이 꽤나 볼 만합니다.

사실 비슷한 느낌의 작품이 떠오릅니다. 쿠아론의 <칠드런 오브 맨>이나 각종 좀비물들이 이러한 이야기와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중심이 되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작품은 드문 데 <버드 박스>가 이를 잘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원작자가 다음 소설인 <맬러리>를 이미 완성했다고 하는데 이후에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