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이 연출한 <파로호>는 치매 노모를 돌보며 강원도에서 작은 모텔을 운영하는 한 남자에 관한 미스터리 스릴러물입니다.

효자로 소문난 도우(이중옥)은 치매 어머니를 모시면서 경영이 어려운 모텔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체로 월박을 하는 해외노동자들도 일이 힘들다며 떠나고 간혹 오는 손님들은 자살을 하는 등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습니다. 그저 자살한 사실이 밖으로 소문나지 않기를 바랄뿐이죠.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운영한다는 무인 모텔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돌아온 다음 날, 어머니는 실종이 됩니다. 그리고 모텔로 정체불명의 한 남자 호승(김대건)이 등장하고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도우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됩니다.

어머니를 찾게 마을을 돌아보지만 도우를 돕는 사람은 미용실을 하는 혜수(강말금) 뿐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오히려 도우가 어머니를 살해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도우는 어머니가 복용하는 약을 먹으면서 환청과 환시를 경험하게 되면서 자신도 알지 못하고 헛갈리는 상황들을 직시하게 됩니다.

올해 kafa의 작품이자 임상수 감독의 첫 장편영화입니다. 그리고 여러 상업영화에서 인상적인 조연으로 등장했던 이중옥 배우의 첫 원톱 주연 작품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중옥 배우는 거장 이창동 감독의 조카이기도 합니다. 암튼 첫 원톱 주연을 맡은 만큼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촬영에 들어갔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캐릭터 자체도 워낙 입체적이어서 이를 연기하는 데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나 호승과의 관계가 미스터리적인 흐름으로 진행되면서 관객을 어떻게 설득시키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그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관객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결말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썩 맘에 들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영화 전체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이중옥 배우는 보여줬습니다. 선과 악이 함께 공존하는 캐릭터 자체를 잘 표현했습니다. 다른 캐릭터들과의 관계 설정이나 이야기 안에서의 캐릭터가 작동하는 방식은 연출의 범위에 있는데 이 부분에서 아마도 호불호가 나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강원도에 실제 존재하는 파로호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파로호라는 공간 자체가 이 작품속에 잘 녹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캐릭터 자체를 보는 맛과 미스터리적인 구성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한 번 볼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