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이 연출한 <더 퀸>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교통사고 벌어진 후 영국 왕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1997년, 찰스 왕자와 이혼 후 파파라치에게 쫓기던 와중 교통사고로 다이애나비는 사망하게 됩니다. 영국 왕실, 특히 엘리자베스 2세는 다이애나비와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어떠한 대처를 보여줄지가 주목 되는 상황입니다. 왕실은 실의에 빠진 다이애나비의 두 아들을 데리고 별궁으로 갑니다.

프랑스에서 시신이 런던으로 돌아와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은 영국 왕실의 분노하는 국민들을 본 신임 총리 토니 블레어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에게 성명을 낼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쉽게 꺽이지 않는 여왕은 버킹엄 궁전으로 돌아올 생각이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줄을 잇는 다이애나비의 추모 행렬에 마음이 조금씩 움직입니다.

헬렌 미렌이라는 명배우에게 오스카를 선사한 이 작품은 1997년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다이애나비의 사망 소식과 추모 행렬, 그리고 이를 대처하는 영국 왕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모든 것이 정치적으로 보였던 여왕은 이에 쉽게 굴복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에 반해 당시 신임 총리이자 최연소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는 사건이 벌어지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만 해도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그와 주변 참모를 통해 보여줍니다. 하지만 왕실에 대해 조금 더 알면서 여왕에 대한 이해심이 조금씩 일어납니다.

워낙 유명한 실화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역시나 헬렌 미렌의 연기입니다. 여왕의 모습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벽히 보여준 것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연기는 사슴을 보며 죽은 다이애나비를 떠올리는 두 장면입니다. 첫 장면은 강가에서 지프가 빠진 후 멍하니 노을을 보다 등장하는 아름다운 사슴을 봅니다. 그리고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이전엔 바늘을 찔려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던 그녀의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여왕이라는 자리를 지키고 이어나기 위해 어떤 흔들림도 없어야 된다고 믿는 그녀가 처음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2세는 다이애나비와 살아생전 사이가 엄청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이애나는 찰스 왕자의 또 다른 연인에 의해 이혼을 결심하고 영국 왕실 최초의 이혼을 하게 되는데요. 이를 여왕을 곧게 봤을 리가 없었겠죠. 하늘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이 그 세상에서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