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리 감독이 연출한 1993년 작 <네이키드>는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자 그의 대표작입니다.

맨처스터에서 도망쳐 런던으로 온 죠니(데이빗 듈리스)는 맨처스터에서 연인 관계였던 루이즈의 집을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퇴근전이고 그녀의 룸메이트인 소피가 문을 열어줍니다. 또 다른 룸메이트는 여행 중이라고 말하는 소피는 죠니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루이즈가 퇴근 후 집안에 있는 죠니를 보고 놀라지만 이미 소피와 죠니는 약에 취해 있는 상황입니다. 둘은 루이스를 놔두고 관계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다음 날, 죠니는 집을 나오고 거리를 떠돌이처럼 방황합니다. 그러던 와중 어떤 빌딩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와중 빌딩의 경비원이 그를 안으로 들입니다. 추운 날씨에 홀로 있는 것을 안타깝게 느낀 경비원의 생각과는 달리 죠니는 그와 건물 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논쟁을 펼칩니다. 그것은 종교적인 문제와 현시대의 사회상에 관한 것인데요. 죠니는 영국 특유의 비꼬는 화법으로 경비원의 분노를 상승케 합니다. 하지만 마치 성자와도 같은 그는 죠니의 모든 말들을 들어줍니다.

또 다시 거리를 떠도는 죠니는 뒷골목에서 집단폭행을 당하고 다시 루이스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루이스의 집엔 집주인이라는 젊은 남자가 루이스와 소피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다음 날, 여행에서 돌아온 또 다른 룸메이트는 이런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하지만 다친 죠니를 치료해줍니다.

마이크 리의 다른 작품도 그러하지만 이 작품에서도 큰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맨체스터에서 온 죠니라는 설정에서 시작한 이 작품은 죠니라는 캐릭터를 통해 현재 영국과 런던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인문, 종교 등 여러 분야의 박식하고 영국식 유머를 구사하는 죠니는 분명 매력적인 남자입니다. 하지만 이내 지치게 하는 화법을 가지고 있는 남자이기도 하죠. 결국 그는 대화가 통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폭행을 당하고 맙니다.

이 영화의 주연이자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데이빗 듈리스는 마이크 리의 전작인 <인생은 향기로워>에도 출연을 했는데 분량이 너무 적어 감독에게 하소연 한 후 찍은 작품이 바로 <네이키드>입니다. 마이크 리의 대표작이기도 하지만 데이빗 듈리스의 대표작이기도 한 작품이 바로 <네이키드>입니다.

이 작품의 죠니는 마치 레오스 카락스의 <홀리 모터스>의 오스카의 모습이 떠올려집니다. 오스카 또한 거리를 서성이고 헤메이는 인물인데 이를 연기한 드니 라방은 그야말로 광인으로 등장합니다. 죠니처럼 시종일관 떠드는 인물이 아니라 몸으로 이를 표현한다고 할까요? 비슷한 괘를 가진 인물이지만 전혀 다르게 표현하는 점이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루이스를 비롯한 세 여성의 캐릭터도 흥미로웠는데 30년이 지난 현재 이런 캐릭터로 영화를 만든다면 아마 어느 정도의 저항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젊은 집주인의 등장 이후의 모습을 보면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독특한 설정의 <네이키드>는 아마도 일반적인 플롯에 적응되어있는 관객들에겐 참으로 힘든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험영화의 피로감까진 아니지만 약간의 인내는 필요한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