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9.06.26.수(설악산종주 2일차)

 

날씨 : 맑음, 19℃ / 33℃

코스 : 소청대피소-소청봉-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마등령삼거리-금강굴-비선대-소공원

교통정보 : 소공원 ⇒속초고속터미널 (시내버스 \ 1,260 교통카드)

              속초고속터미널 ⇒ 동서울 시외버스터미널 (\18,900)

트랭글 기록

들어가며

전날 8시쯤 잠이들었다가 11시쯤에 화장실 갔다와서는 이리뒤척 저리뒤척 이다가 대청봉 일출 보는 사람들이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새벽4시쯤 깹니다. 공룡능선은 새벽부터 올라야 고생을 덜한다는 글을 읽었기에 부지런을 떨수밖에 없었죠.

비몽사몽에 입맛없어도 체력을 위해서 라면밥을 우겨넣고 커피까지 한잔하니 정신이 좀 들더군요.

공룡능선을 타러 가는 다른사람들을 뒤쫒아 새벽 5시 10분쯤에 소청대피소를 출발합니다.

새벽에 소청봉삼거리에 도착하니 이미 날이 훤하개 밝습니다.

끊임없는 내리막길에 아침부터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해서 화장실 한번 다녀오고 백두대간인증사진도 한장 부탁하고, 6시30분쯤에 대망의 공룡능선길로 오릅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늘 도전할 공룡능선

아침부터 개스가 많아서 시계가 아주 좋지는 않지만 가까이에서 본 공룡능선은 참 멋집니다.

이어서 무너미고개에 도착합니다.

소공원까지 대략8시간 걸린다고 쓰여있지만 실상은 그렇게까지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맛배기로 첫번재 봉우리에 오릅니다.

바로 옆에 대청봉-중청봉-소청봉이 나란히 보이네요. 공룡능선을 가다보면 옆으로 끝청을 지나 나중에 귀떼기 청봉이 보이죠.

초반에는 무리하지 않고 절경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생각보다 길이 험하지는 않습니다.

초반 1.5km구간은 특별히 어려운 코스는 없습니다. 몇몇 암릉지대가 나오지만 위험하다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가면 "공룡도 별거 없네.."라는 헛생각을 하게 되죠.

슬슬 경사도가 급해지는 것이 보이시나요? 어떤 곳은 산허리를 지나가지만 또 어떤 곳은 온전히 봉우리를 넘어야 하죠. 일단 등로가 바로 보이지 않아서 가까이 가기까지는 전혀 모르겠더군요.

눈만 돌리면 절경이라 사방이 탁 트인 곳에서는 사진찍기에 바쁩니다.

그나마 나무가 우거져서 그늘이 많아 아주 덥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쉴때마다 식염포도당 2알씩 먹고 행동식도 틈틈이 챙겨 먹습니다.

설악산은 지리산과 달리 바위가 많고 삐쭉 솟은 봉우리가 많아 경치가 남다르죠.

희운각대피소에서 2.4km를 지나면 공룡능선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코스가 나옵니다. 이건 뭐 올라가도 끝도 없더군요.

희운각대피소로부터 3km지점. 봉우리에 쉼터가 있습니다. 심장돌연사 방지문구 까지 있는 것을 보니 힘든코스 인가 보네요. 그늘에서 물마시고 초코파이 꺼내 먹는데 다람쥐 한마리가 쉴새없이 주위를 돌길래 초코파이 나눠주니 참 게걸스럽게도 받아먹네요. 볼이 볼록해질때까지 받아먹더군요.

앞으로 계속 가야할 방향.

올라가면 내려가야 하는 법. 이번에는 끝도없이 내려갑니다. 내려가면서 벌써 다음봉우리 올라갈것 생각하니 맥이 빠집니다.

희운각대피소로부터 3.4km지점입니다.

나무가 우거져서 걸을 만 합니다. 잠시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집니다.

마지막 봉우리인가 하면 봉우리가 또 나오고...또 나오고...

간만에 험한 길 한 번 나와줍니다.

아까 가장 힘든 봉우리를 지나오면 나머지는 그냥저냥 걸을 만 합니다.

아직도 보이는 대청봉.

날이 더워서 식수가 금방 줄어듭니다. 어제 끓여서 담아두었던 페트병 물을 수낭에 나눠담고, 목마를 때마다 마셔서 배낭무게를 줄여갑니다.

마등령 삼거리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보이기 시작하는 귀떼기청봉.

반대편에서 국공직원들 5-6명이 쓰레기를 주우면서 지나가길래 수고하신다 하고 걸어가는데 오잉?!! 갑자기 마등령 삼거리가 나옵니다. 공룡능선이 끝났습니다.

여기서 어제 대청봉으로 가던 중 만났던 부산에서 온 산악회분들을 다시 만납니다. 마등령삼거리 백두대간 인증사진 한장 부탁합니다.

여기서 잠시 고민을 합니다. 오세암으로 갈까... 비선대로 갈까...  결국 비선대로 가기로 합니다.

계단과 된비알의 공격을 받으며 내려가는 내내 후회가 밀려옵니다. 발바닥에 불이 나는 것 같습니다. 발목도 아프구요.

내려가다보니 나오는 샘터. 앞의 두분이 물을 긷고 있길래 한잔 마셔보니 새삼 물맛이 시원하고 좋아서 깜짝 놀랍니다.

샘터에서 찍은 설악산은 또다른 모습 입니다.

초반은 나무계단.

다음은 무지막지 내리막길과 된비알.

이제 중간 왔습니다.

끝없는 내리막길에 후들거리는 다리를 스틱에 의지해서 가는데 국공직원 3분이 쓰레기 주우면서 하산하시는데 그 험한길을 뛰어내려 가시네요.

그런데 사람들이 참 양심 없습니다. 다먹은 음료수 페트병을 꼭 등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던져넣는 심보는 뭘까요?  3분 비닐봉지가 빈페트병으로 꽉 차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군요.

이제 마의 하산길이 나옵니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네요.

이건 길이 아닙니다. 내려가면서 속으로 온갖 욕을 다합니다. 안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로기 상태에서 마지막 카운터를 얻어맞는 것 같네요.

그나마 거짐 다 내려와서 금강굴 갈림길이 보이길래 또 고민 합니다.

내 두번 다시 이길을 걷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마지막이니 올라갔다 오자고 생각합니다.

세상 이 길을 옛날 분들은 어찌 다녔는지 모르겠네요.

중간 전망대에 배낭 내려놓고 지갑하고 핸드폰만 챙겨서 올라갑니다. 올라가며 밑을 보니 아찔합니다. 앞서 모자가 올라가는데 아주머니께서 힘들어 하시네요.

힘들게 올라간 금강굴.

금강굴 안에도 바위틈에서 흐르는 물을 받아놓는 곳이 있어서 마셔봅니다.

물한잔 마시고 가족건강 빌고 내려와서 아까 전망대에서 천불봉 감상하다가 내려갑니다.

드디어 내려온 비선대. 이제 고생 끝 입니다.

온몸은 땀으로 다 젖었고 발걸음은 무겁지만 아직도 소공원까지는 2-3km 남아 있습니다.

그나마 평탄한 흙길이라 걸을만 합니다. 스틱도 접어서 집어넣고 무릎보호대 하고 장갑도 배낭 안에 쑤셔넣고 마지막 행동식도 먹어치웁니다.

신흥사 통일대불. 오랜만에 다시 보네요.

반달곰도 그대로 입니다.

소공원입구로 내려가니 대청봉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모니터가 있습니다.

소공원 입구를 지나  어느덧 시간은 PM03:55   버스 정류장에 가니 마침 7-1번 시내버스가 있더군요. 얼른 카드찍고 타니 금방 출발 합니다.

버스는 20여분을 달려 속초고속터미널에 내립니다. 속초해수욕장 바로 건너편 이네요.

버스표를 끊으니 오후 5시 45분 발 입니다. 시간이 한참 남아서 뭘할까 하다가 속초 온김에 물회나 먹자해서 폭풍검색에 들어갑니다. 바로 근처에 외옹치항에 있는 항아리물회집이 괜찮다 해서 바로 걸어갑니다.

터미널에서 10여분 걸으면 외옹치항 공영정류장 바로 건너편에 있습니다.

15,000원 모듬물회+공기밥1,000원

음식이 정갈하니 맛있습니다. 회도 싱싱하고 밑반찬도 깔끔하네요. 계산후 자판기커피 한잔 뽑아들고 속초해수욕장 쪽으로 슬슬 걸어갑니다.

공사중인 속초해수욕장.

고속터미널에 도착해서 벤치에 앉아있는데 5시 30분 출발  남부터미널행 버스가 있었네요.

 한계령행 시외버스하고  요금은  200원 차이밖에 안나는데 우등고속버스라 편하게 왔네요.

마치며

드디어 저도 공룡능선을 다녀왔습니다. 과연 명불허전이라 직접 보는 것이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 천배는 좋네요. 다만 마등령삼거리에서 비선대로 내려오는 코스는 하산코스로는 비추 입니다. 다음날까지 다리에 배긴 알이 풀어지지가 않네요.

다음에는 비선대로 올라가서 천불동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한번 타볼까 합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중에도 설악산 산행후기가 계속 올라오는 것을 보니 과연 설악산이 인기가 좋은 산이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