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사옥 주차장 옆에는 3평 남짓한 조그마한 화단이 있습니다.
포도나무도 심고, 목련도 심어놓고, 단풍나무도 심어놓고 화초도 심어놓고 기타 등등
그리고 돌로된 작은 우물도 만들어뒀어요.
오늘 화단을 지나다 보니
오랜만에 보는 아옹이 (아옹 아옹 하고 울어서 붙여준 이름) 가 물을 마시려는지 돌우물 근처로 슬금슬금 다가 오더군요.
아옹인 주차장 옆에 버려진 공터가 있는데 거기에 버려진 컨테이너 한칸에서 살아가던 치즈색 고양이에요.
암컷이라 새끼들도 자주 낳아 기르던 녀석이죠.
아깽이들 장난 치며 노는거 지켜보는 맛도 쏠쏠했죠.
근데 여기 공터 주인이 컨테이너 박스가 보기 싫었는지 몇달전에 철거를 해버렸습니다.
... 그 이후론 아옹이와 식구들을 못보았었어요.
아옹 아옹.
옆집 식구나 마찬가지처럼 몇해 지내던 터라 안보이니 그립던 차였는데,
오랜만에 찾아온 아옹이의 방문이 넘 반가워서 가만히 지켜봤네요.
처음엔 뭔가 부자연스런 몸짓에 너무 천천히 움직여서
제가 있어서 경계하느라 그런거 같다고 생각하고 멀리서 조금 지켜봤습니다.
(저만 반가울 수도 있으니까요 ㅜㅠ)
근데 애가 물을 안먹네요.
고개만 살짝 살짝 돌리면서 저를 쳐다만 보는 거에요..
눈이 딱 마주쳤는데, 애가 눈이 풀려있었습니다.
(전 그렇게 느껴졌어요)
먼가 이상해서 한발 한발 아옹이한테 다가가는데, 역시 애가 도망을 가질 않습니다.
바로 옆에 가서 쭈그리고 앉았습니다.
아뿔싸!!
아옹이 다리가 하나 안보입니다.
아니, 정상적으로 있어야할 치즈색 앞다리 대신에
흘러나온 내장 핏덩이마냥 축 처져 있습니다.
파리들이 아옹이한테 자꾸 들러붙고 있구요..
돌우물에 담궈놨다고 생각했던 다리는 손가락들이 없습니다.
고개조차 제대로 돌릴 힘이 없는지
눈동자만 간신히 굴려서 저를 쳐다봅니다.
ㅠㅠ
이럴수가... 어딘가에서 심하게 다친 거죠..
이런 몸으로 어떻게 낮은 담장을 넘어 돌우물까지 왔는지....
눈물 날것만 같았습니다.
길 가다 만난 죽은 고양이도 아니고
모르는 고양이도 아니고,
다쳐서 죽어가는 중에 예전 살던 곳으로 물을 마시려고 찾아온 아옹이라니.
재빨리 사무실로 올라가서
집에 애완견을 기르는 여직원에게 잽싸게 얘기했습니다.
회사 화단에 아옹이 지금 다쳐가지고 와있다. 어떻게 하냐?
물도 제대로 못 먹을 만큼 심하게 다쳤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다.
좀 도와달라.
여직원이 동물 구조대 말을 꺼냈습니다.
바로 회사 공용 컴에서 검색하는데 잘 안나오더라구요.
어떤식으로 검색 해야할지 몰라서 이리 저리 헤매는데,
우리 여직원은 벌써 통화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그건은 여직원한테 맡기고 전 아옹이한테 내려가서 파리들을 내쫓아줬습니다.
햇볕이 너무 뜨겁고 파리가 상처에 자꾸 앉길래 손걸레 빨아다가 몸에 덮어주고 우산 펼쳐서 씌웠습니다.
근데 삼십분이 넘도록 구조대 비슷한 사람이 안오네요.
와. 난 진짜 애가 곰방이라도 죽을까바 속이 타 죽겠는데.
사무실로 올라갔더니
여직원이 고생 꽤나 했더군요.
처음 의정부 어디로 전화 거니, 어디로 안내해줘서, 다시 걸고, 시청에 전화하래서 다시 걸고,
시청이 위탁업체한테 하래서 다시 걸고...
위탁 업체에선 관할 시가 7개 이고 차량은 1대라서 차례대로 찾아가려면 몇시간 걸린다고 애 어차피 죽는다고 냅두라고 했답니다.
우리 여직원 그 말에 빡쳐있던게 폭발했습니다.
어디서 말을 그따위로 하냐? 죽고싶냐?
...
그리고 다시 시청에 전화 걸러서 컴플레인 했습니다.
위탁업체에 전화하니 이만저만 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
시청 직원이 사과하고, 옆 동에 출장나와 있던 차량을 바로 보내서 처리하도록 해준다고 했습니다.
옆 동에서 여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5분만에 오라고 하고 끊었습니다.
물론 모든 통화는 파워풀한 울 여직원이 했어요.
진짜 5분만에 시청 가축 방역 차량이 도착했네요.
우리 나라는 이래서 안되...
목소리를 키워야 제대로 대처를 하니 원...
시청여직원 한명하고,
머리 벗겨진 아저씨 한분하고 타고 오셨더군요.
기다림은 길었는데,
조치는 순식간!
그냥 아옹이 들어다가 상자에 담고 슉 가버렸네요.
들고 가면서 아저씨의 혼잣말이 좀 그렇더군요.
아이고 나비야.. 힘들었지, 편하게 가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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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쉬거
끼룩끼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