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롯데 래리 서튼 감독.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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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사직=장강훈기자]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이정도면 선전포고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이 “경기와 관련한 내용이 아니면 답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와 관련한 내용은 선수들의 컨디션과 작전상황 등에 국한한다는 게 서튼 감독의 생각이다.
판정에 관한 내용이나 마운드 운용 등에 관한 것들은 “알아서 쓰시라”고 말했다.
물어도 대답하지 않을테니 마음대로 해석하라는 뜻이다.
서튼 감독은 1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 경기를 앞두고 몇 가지 질문에 아리송한 답변을 했다.
지난해까지 마무리로 활약하던 김원중이 돌아왔지만, 최준용이 계속 마무리로 등판하느냐에 관한 질문이었다.
서튼 감독은 “우리는 두 명의 클로저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팀은 마무리가 한 명이지만, 김원중과 최준용 모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투수”라고 말했다.
마무리 투수가 매일 등판할 수는 없으니, 더블 스토퍼 체제로 시즌을 꾸려갈 수는 있다.
서튼 감독은 “우리팀 불펜 층이 두껍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간단한 질문이었다.
‘마무리 투수는 A이지만, B도 경기를 끝낼 능력이 있으니 A가 지쳤을 때 혹은 등판할 수 없을 때 B가 마무리 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팀 마무리는 A’라고 정해주면 된다.
아니면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집단까지는 아니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에 맞게 마무리 투수를 선택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도 무방하다.
팀마다 사정이 있고, 불펜 운용 계획이라는 것이 경기마다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도 투수들이 심리적으로 강해지려면, 자신의 보직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투를 해야하는 불펜 투수 입장에서는 몸을 풀 시기를 알고 있어야 마음의 준비를 한다.
이는 부상 방지와 연결된다.
그러나 서튼 감독은 “다른 질문을 해달라”며 답변을 피했다.
그저 “네 명의 필승조가 있고, 이들은 모두 경기를 끝낼 능력이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롯데는 고정 마무리 없이 시즌을 치르겠다는 의미로 비칠 수 있다.
또 하나. 서튼 감독은 전날 경기에서 두 차례 심판에게 다가갔다.
5회초 투수 땅볼을 치고 1루로 달리던 KIA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롯데 1루수 김민수의 미트가 부딪혔을 때다.
소크라테스가 1루를 밟으면서 세이프 시그널을 하느라 팔을 벌렸는데, 하필 포구하던 김민수의 미트를 쳤다.
수비 방해와 관련한 어필을 했지만, 내야안타로 인정됐다.
심판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왜 수비방해가 아닌지에 관한 설명이 필요했다.
그런데 서튼 감독은 “심판과 나눈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
감독으로선 심판과 나눈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항의가 길었고, 논란의 여지가 있을 만한 장면이었는데, 서튼 감독은 끝내 수긍하고 돌아섰다.
병살타로 흐름을 넘겨주지는 않았지만, 판정이나 항의 또한 경기 내용의 일부다.
서튼 감독은 “경기 내용에 관한 질문만 받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듣고 싶은 질문만 듣고 하고 싶은 답변만 한다면 경기 전 미디어 브리핑은 의미가 없다.
정확한 내용을 알아야 정확하게 알릴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마음대로 쓰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날 서튼 감독의 발언은 미디어를 향한 선전 포고나 다름없다.
어쩌면 사전 질문지를 받고 서면으로 답변하는 게 롯데의 문화가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그러고보니 전임인 허문회 감독도 비슷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미 롯데의 문화로 정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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