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사라져요 인천 SSG랜더스필드가 품은 오후6시 40분의 비밀[SS 현장속으로]

SSG 김광현이 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KT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김광현의 상체쪽으로 햇빛이 드리워져 있다.
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기자] “공이 안보여요.”
SSG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인천 SSG랜더스필드는 대표적인 타자친화 구장이다.
우익수 뒤쪽에는 문학경기장이 있고, 중견수 뒤에는 국내 최대규모인 대형 전광판 빅보드가 설치돼 있다.
홈에서 좌익수 쪽으로 바람이 많이 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다 좌우측 펜스 거리가 95m로 짧아 홈런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문학구장에서 경기하는 타자들은 플레이볼 하는 오후 6시 30분부터 20여분 동안 공이 안보인다고 호소한다.
KT 이강철 감독은 1일 문학 SSG전을 앞두고 “전날 선발로 나선 윌머 폰트는 키도 큰데 타점도 높아 타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1, 2회에는 공이 안보인다고 하더라. 마운드 뒤에 빛이 들어온다는데, 타점이 높은 투수가 공을 던질 때는 놓는 포인트가 안보여 고전한다”고 말했다.
폰트는 전날 7회까지 삼진 14개를 솎아내는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감독 말처럼 큰 키에서 내리꽂는 포심 각이 좋다.
포심 위력을 배가하기 위해 커브를 던지는데, 타자들은 “공이 붕 떠올랐다가 사라져서 깜짝 놀라면, 포수 미트에 들어와있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SSG와 KT전이 열린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오후 5시 40분이 지나자 관중석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선명해 보인다.
문학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오후 5시에 플레이볼 한 1일 경기를 유심히 지켜봤다.
마침 이날은 KT 소형준, SSG 김광현이 선발로 나서는 날이라 볼이 사라지는 문학구장의 비밀을 유추할 수 있을 듯했다.
문학구장은 양쪽 더그아웃 위로 관중석이 2중 구조로 돼 있다.
4층 관중석은 지붕이 있는 독특한 구조다.
해가 1루 관중석 뒤쪽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일몰 직전까지 좌중간에 빛이 들어온다.
구장 구조상 그림자와 빛이 교차하는 공간이 많다.

오후 6시 41분이 되자 투구하고 있는 SSG 김광현 뒤에 작은 빛(붉은색 원안)이 들어와 있다.
타자 입장에서는 명암 차 탓에 순간적으로 투수가 공을 놓는 지점이 안보일 수도 있다.
문학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평일 경기 시작시간인 오후 6시 30분을 넘어서자 묘한 풍경이 눈에 띄었다.
마운드 뒤쪽에 가로로 길게 늘어뜨린 다이아몬드 형태의 빛이 드리웠다.
핀 스포트라이트를 밝힌 것처럼 정확히 마운드 뒤쪽에 빛이 생겼다.
식음료 매장이 있는 3층 관중석 통로를 오가는 섹션게이트로 서쪽에 있는 햇빛이 투과돼 생긴 것이다.
공교롭게도 마운드 바로 뒤라, 타자 시선을 방해할 수도 있어 보였다.
마치 터널 안에서 출구쪽을 바라보면 빛이 반사돼 사물을 식별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특정 시간에 문학구장 마운드에 생긴 셈이다.
마운드 위에 있던 빛은 태양의 이동에 따라 3유간으로 조금씩 이동하다 이내 사라진다.
타자 친화구장에서 짧은 시간, 태양이 투수를 위한 시간을 선물한 것은 아닐까.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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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사라져요" 인천 SSG랜더스필드가 품은 오후6시 40분의 비밀[SS 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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