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속 170이닝+'가 뒷받침한 153승 양현종 있을땐 몰랐다[SS 포커스]

KIA 양현종이 1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전에 선발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있을 땐 몰랐다.
150이닝을 던질 수 있는 선발투수라면, 한시즌 무승을 해도 괜찮다.
”
‘대투수’ 양현종(34·KIA)가 KBO리그 역대 최다승 단독 3위(153승)에 올랐다.
기세를 이어간다면 시즌 내 다승 단독 2위(현 2위는 정민철 161승)에 오를 수도 있어 보인다.
남은 경기에서 4승을 보태면 8연속시즌 두 자릿수 승리로 양현종의 목표인 10연속시즌 10승돌파를 향한 교두보를 마련한다.
KBO리그 투수가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록을 정조준하고 있는 양현종이다.
시즌 초 KIA 관계자는 “양현종이 팀에 있을 때는 몰랐다.
지난해 9위로 추락하고보니 새삼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150이닝을 던지는 투수가 있으면, 마운드 연쇄 붕괴를 막을 수 있다.
외국인 투수가 부상 등으로 빠지고, 국내 선발진이 헐거우니 게임이 안됐다.
가장 생각난 투수 중 한 명이 양현종이었다”고 돌아봤다.

KIA 양현종이 1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2실점 역투 뒤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타격코치인 김기태 전 감독이 KIA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일이다.
젊은 투수 한 명이 호기롭게 “선발로 자리를 잡아 150이닝을 던지는 게 목표”라고 밝히자 김 전 감독은 “150이닝을 던질 수만 있으면 무승이어도 좋다”고 말했다.
풀타임 선발로 150이닝을 던지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KBO리그 투수 중 150이닝을 돌파한 선수는 단 16명. 이 가운데 국내 투수는 단 7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1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올해 로테이션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는 고영표(KT) 박세웅(롯데) 김민우(한화) 원태인(삼성) 정도다.
이들 중 단 한 명도 2연속시즌 150이닝을 넘긴 투수가 없다.
지난해부터 풀타임 선발로 입지를 다지는 상태라, 올해 어떤 변수와 마주해야 할지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KT와 삼성은 확실한 외국인 에이스가 있어 중위권 경쟁을 하고 있지만, 롯데와 한화는 처참한 상태다.
양현종은 2014년부터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한국을 떠나기 전(2020년)까지 7연속시즌 170이닝 이상 던졌다.
올해도 현재 페이스라면 171이닝 이상 투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준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도 KIA의 에이스로 굳건한 위치를 지키는 가장 큰 이유다.
큰 부상없이 꾸준히 자기 몫을 하니, 승 수도 그만큼 빨리 쌓았다.

KIA 양현종이 역대 세 번째 153승을 따낸 뒤 후배들의 물세례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지난 1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치른 키움전에서도 6이닝을 버텨냈다.
미국에서 보낸 지난해 투구 수가 턱없이 부족해 체력부담이 예상됐지만, 외국인 투수 줄부상에 쉴 틈 없이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KIA 김종국 감독은 지난 7일 광주 LG전이 우천으로 취소된 뒤에도 “(양)현종이는 루틴 때문에 등판 간격을 지켜줘야 한다”며 다른 투수와 달리 5일 휴식 후 등판 일정을 지켰다.
에이스의 책임감은 핑계없이 ‘루틴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쾌한 말로 대변됐다.
역대 세 번째 153승이라는 대기록은 매년 150이닝 이상 꾸준히 던진 내구성의 산물이다.
덕분에 KIA는 외국인 투수 없이도 중위권 싸움을 이어갈 수 있다.
있을 땐 몰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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