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프로야구 KIA의 '슈퍼 루키' 윤영철(19)이 지난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프로 데뷔전을 마쳤다.
5연패 침체기를 지나 타격감이 한껏 올라온 키움 타선에 애를 먹었다.
3⅔이닝 동안 81구를 뿌려 4피안타(1피홈런) 4볼넷 몸에 맞는 공 1개로 5실점해 패전의 멍에를 썼다.
윤영철이 남긴 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있다.
바로 프로 첫 상대였던 이용규를 마주한 1회말 선두타자 타석이다.
실타래는 거기서부터 꼬였다.
초반 로케이션은 준수했다.
1볼2스트라이크로 카운트도 유리하게 끌고 갔다.
그러나 '용규놀이'의 창시자는 끈질긴 커트로 9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후 윤영철은 크게 흔들렸다.
공은 자꾸 존을 벗어났고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는 공은 피안타로 이어졌다.
그렇게 1회에만 대량 5실점했다.
그의 장점은 스트라이크존 보더라인을 공략하는 커맨드다.
충암고 3학년이었던 지난해 15경기 65⅓이닝 동안 볼넷은 단 5개였다.
산술적으로 13이닝 당 볼넷 1개가 나오는 정도였다.
그러나 선구안과 콘택트가 상대적으로 좋아지는 프로에서는 애매한 공을 지켜보지 않는다.
연이은 커트에 흔들린 그는 이날만 볼넷 4개를 허용했다.
결정구의 부재도 한몫을 했다.
강속구나 예리한 변화구가 있다면 헛스윙을 유도했겠지만 그의 패스트볼 구속은 고교시절에 그랬듯 최고 시속 141㎞, 평균 138㎞에 머물렀다.
16일 현재 리그 평균 패스트볼 구속(143㎞·스탯티즈 기준)보다 5㎞나 낮았다.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은 무대가 주는 중압감과 잇따른 피안타로 정교함이 떨어졌다.
미션은 명확해졌다.
구속이 다는 아니지만 경쟁력을 갖출 정도로는 올라와야 한다.
여기에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장점인 커맨드를 유지할 수 있는 경험과 멘탈도 필요하다.
체계적인 관리 속에서 날이 더 따뜻해지면 구속은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여기에 멘탈은 어느정도 합격점을 받았다.
5실점 이후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의 표정은 밝았다.
시종일관 보여준 밝은 미소와 함께 8개의 아웃카운트를 실점 없이 챙겼다.
데뷔 첫 탈삼진을 자신을 괴롭힌 이용규에게 삼구삼진으로 장식한 것도 인상 깊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드러난 단점보다 그가 보여준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윤영철이 마운드를 내려올 때 KIA팬들의 큰 박수와 함성이 그를 반겨준 이유기도 하다.
고척돔=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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