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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 미키오 감독이 연출한 1935년 작 <소문난 딸>은 감독의 초기 유성 장편영화이자 언제나 그렇듯이 여성서사가 주를 이루는 작품입니다.
나다야 식품점을 운영하는 켄키치와 그의 장녀 쿠니에.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게 운영은 힘들어지고 둘째딸 키미코는 집안일엔 전혀 도움을 주지 않은 채 30년대 유행했던 '모던 걸'로서의 면모만을 보여줍니다. 한편 쿠니에는 아버지의 켄키치의 연인인 오요를 집안으로 들여 아버지의 외로움을 달래주려고 하지만 키미코의 반대로 이도 여의치 않습니다.
오프닝과 엔딩이 독특한 작품입니다. 나다야 식품점 건너편에 있는 이발소의 두 인물의 대화로 영화는 열고 닫습니다. 둘의 대화에서 나다야 식품점과 켄키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들의 역사는 마치 당시의 일본의 역사와 비슷한 듯 보입니다. 한 집안의 굴곡과 더불어 한 나라의 굴곡이 마치 연결되어 있는 듯합니다. 35년 당시엔 일본이 승승장구 할 때지만 이런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면 나루세 미키오는 조국의 위기를 본능적으로 느껴 이렇게 표현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루세 미키오는 이 작품 이후 다카미네 히데코와 함께한 <흐트러지다><부운>과 같은 걸작을 만들어냈는데 <소문난 딸>에서부터 모던한 여성 또한 리버럴한 여성을 그려내는데 탁월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수십 년 전 작품이지만 그의 작품 속에 여성들은 오히려 현재 영화 속의 등장하는 여성들보다 더 주체적인 느낌이 강하고 그것을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그 만큼 캐릭터 구축과 더불어 연출을 잘 하고 있다는 것이겠죠.
앞서 언급한 <흐트러지다><부운>과 같은 작품에 비견되긴 힘들지만 5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도 한 가족, 그리고 그 속에서 힘든 상황을 이겨내려는 두 여성의 캐릭터가 굉장히 인상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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