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격조했습니다.

해마다 발생하는 자포의 분탕질(자포 분들이 그러시는 것은 아니지만)에 질려가기도 했고,

뽐뿌 해킹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이후 운영진의 불성실한 대응이

자포에서의 활동을 주저하게 만들더군요.

그래서 눈팅만 했습니다.

이 겨울에,

로드엄마 님께서

번개를 치셨네요.

가까운 곳이지만 왠지 잘 안 가지게 되는 분원리.

1월 1일,2일 이틀 반짝 라이딩 후에 거의 한달간 바빴고+감기+날씨 등의 사유로

타지 못했어서 혼자서라도 어디라도 갈 각오였기 때문에 참가 신청을 합니다.

전날 저녁까지 답글을 보니 잘 하면 둘이서 오손도손 데이트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듭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주섬주섬 이것저것 챙기고 발등에다 핫팩 붙이고 5분 늦어서 부리나케

광나루 나가면서 모임장소가 맨날 모이던 세븐일레븐이 아닌 자전거공원(언덕)이면 춥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웬걸, 세븐일레븐은 응달이고 자전거공원은 따뜻하게 햇볕이 드는 양지바른

곳이었습니다. 탁월한 장소 선택에 일단 감탄.

그런데 응?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까요?

10명이나 되네요. 한발 하신 분 포함해도 5명도 안되었던 것 같은데...

덕분에 잠시 당황한 저는 자기소개 닉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후기를 늦게 작성하는 이유도 누군가가 후기 쓰시면서 닉을 언급하시면 은근슬쩍

묻어가려는 계획이었는데 웅스님 말고는 아무도 후기를 안써요. ㅠㅠ

어쨌든 출발을 합니다. 옹기종기.

늘 그렇듯이 엄마의 인도를 받는 유치원생들 마냥, 몸도 덜 풀린 채로 암사고개를 넘습니다.

후미 붙이고 바로 고고.

팔당대교 앞에서 잠깐 쉬고 팔당댐 부터는 오픈.

다들 잘들 날아가시네요. 부럽.

괜히 다운힐에서 한번 탄력 받아보겠다고 했다가 힘만 빼고 도마리 슈퍼 도착.

윙? 분명히 이동속도 25km라고 공지한 걸 봤는데 왜 속도계 평속이 25가 넘지요?

초보 농락당했다고 웅성웅성.

잘 따라오면서 뭘 그러냐고 벙짱님 무마.

보급을 하고 있자니 여러 팀들이 꾸역꾸역 계속 옵니다.

날씨가 좋은 주말이라서 다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하나봅니다.

날씨가 정말 좋네요. 작년 10월 말쯤 추웠을 때보다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라서

이제 막 봄이 오는가 하는 상상이 들기도 했네요.

출발하려고 신호등 기다리는데 윌킨스님 앞 타이어가 살포시 속살을 내보이네요.

그대로 가면 반드시 펑크날 것 같아서 포기하시려고 하는데 신호대기하는 사이에

바로 펑크가 나네요. 그나마 주행중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위로하고 실란트로

메꾸는데 안 때워져요. 할 수 없이 DNF, 안비 님은 에스코트로 같이 DNF.

나머지 8명이서 출발, 퇴촌 입구 삼거리에서 잠시 갈라졌다 다시 합쳐져서

바로 오픈. 역시 다들 슝슝 날아들 가십니다.

저는 그러거나 말거나 마이웨이. 사실은 따라서 발사할 힘이 없어요.

9월에 낙차후 한달에 1회~2회 라이딩으로 먹고살자니 완전초기화 됐어요.

낙타등에서 탄력받아서 다음 낙타등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탄력받은 속도

유지가 안되네요. 비루하게 흐르는데 이너에서 체인은 또 빠지고^&*)_*@$

한계조절나사를 분명히 세팅했는데도 이너 쪽에서 자꾸 안쪽으로 체인이 넘어가네요.

토요일에도 두번이나 빠졌습니다. ㅠㅠ

그렇게 낙타등을 흘러흘러 홍가네 슈퍼에서 쉬자니 다른 팀들도 들어오네요.

밥을 먹으러 어디로 갈지 장소를 정하는데 저의 강력한 주장으로 몽실식당으로 갑니다.

다른 데는 넘 힘들어요. 염치고개를 넘어갈 염치가 없어요.

가다가 연결도 안되는 전화 받는라 또 쳐지고, 쳐져서 앞에 그룹 잡으려고 기껏

없는 힘 쥐어짜셔 스프린트 해서 간신히 붙었더니 또 전화. ㅠㅠ

결국 팩은 포기하고 혼자서 가다가 양근대교에서 신호대기중일 때 간신히 만났습니다.

몽실은 역시 맛있습니다. 언제 가도 사람이 많지요.

맛있게 먹고, 일부(라지만 5명)은 전철로 점프, 저랑 로드엄마님 또한분은 라이딩 복귀합니다.

셋이 복귀하는데 제가 배터리가 점점 방전되네요. 속도가 점점 떨어집니다.

80km 넘어서부터는 20km 내는 것도 버거울 지경... ㅠㅠ

아이디 모르는 한 분(죄송) 약속때문에 먼저 가시고

로드엄마님이 저를 에스코트해서 가시다가 결국 완전 초기화됐다고 놀림받고, ㅠㅠ

팔당대교 지나서 그냥 버려달라고 했습니다. 로드엄마님 끌어주셔서 감사해요. 엉엉...

그 뒤로 MTB랑 앞서거니 뒷서거니 시속 15km로 경쟁하면서 왔네요.

거의 모든 것의 초기화라고나 할까요.

종아리 쥐날려고 했고, 이건 경험으로 무마.

어깨도 아프고, 오늘은 팔에 알이 배길랑말랑 하네요. 게다가 목도 엄청 아프고

엉덩이는 그 좋은 프로게토 X2 패드임에도 불구하고 아파 죽겠습니다.

장비 다 갖춰놓고도 바로 코앞에 보이는 자전거 안장에 올라가기까지가 왜 이리 힘든지요.

동계에도 로라 타시는 분들, 라이딩 자주 하시는 분들 멘탈이 부럽습니다.

저는 동계에는 남산도 가지말자고 결심했다가 생각해보니 얼떨결에 분원리 가서 털린 듯한 느낌...

암튼, 추운(추운 중에 간만에 따뜻했지만) 날씨에도 불구하고 번개를 쳐주신 로드엄마 님께 감사드립니다.

같이 라이딩했던 분들,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