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시작은 지난달 19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와 애리조나 경기였다.
이 경기 6회말 메츠 1루 주자 JD 데이비스는 상대가 이전 상황에 대한 어필 플레이를 펼치는 것을 예상하고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규정을 완벽히 인지해 상대의 빈틈을 파고든 플레이였다.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6회말 메츠는 1사 1, 3루에서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해 3-0을 만들었다.
3루 주자 도미닉 스미스가 제임스 맥캔의 희생플라이에 홈을 밟았다.
그런데 애리조나는 3루 주자 스미스의 태그업이 빨랐다고 생각해 투수 올리베 페레즈에게 3루 송구에 어필 플레이를 지시했다.
그리고 그 순간 1루 주자 데이비스가 2루를 훔쳤다.
이날 경기 후 데이비스는 “벅 쇼월터 감독의 지시에 따랐다.
우리는 캠프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희생플라이 태그업 판정 번복은 어필 플레이를 통해 이뤄진다.
3루 주자의 태그업이 빨랐다고 판단했다면 심판 인플레이 선언 후 3루에 송구해 3루수가 베이스를 밟으면 3루심이 세이프 혹은 아웃 판정을 한다.
비디오 판독 또한 어필 플레이에서 판정을 확인한 후 이뤄진다.
메츠는 어필 플레이가 이뤄지는 틈을 노려 도루에 성공했다.
야구 규정상 어필 플레이가 아닌 다른 플레이가 선행되면 어필 플레이는 이뤄질 수 없다.
즉 투수가 1루 주자의 2루 도루를 저지하기 위해 1루, 혹은 2루에 송구하면 어필 플레이는 불가능하다.
한화 외국인 외야수 마이크 터크먼은 이 모습을 지켜봤고 바로 적용했다.
터크먼은 지난 14일 대전 롯데전 2회말 롯데 투수 김진욱이 정은원의 희생플라이 이후 3루로 송구해 어필 플레이를 하자 1루에서 2루로 뛰었다.
어필 플레이 결과는 세이프, 터크먼 또한 2루를 빼앗았으나 당시 KBO리그 심판은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어필 플레이 역시 인플레이 상황인데 심판은 터크먼에게 1루 귀루를 지시했다.
이후 KBO리그 심판진은 다시 규정을 확인했고 당시 오심을 인정했다.
그리고 현장에 어필 플레이 상황 규정을 재차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류지현 감독은 지난 27일 “어필 플레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심판위원장님께 들었다.
앞으로 희생플라이 이후 주자 움직임에 대비를 해야 한다.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도루를 시도할 수 있고,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어필 플레이시 신속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터크먼은 실패했으나 삼성 호세 피렐라는 이를 완벽히 응용해 점수까지 뽑았다.
피렐라는 지난 18일 대전 한화전에서 어필 플레이 틈을 노려 홈스틸에 성공했다.
9회초 오재일의 희생플라이로 4-3으로 역전, 그리고 3루 주자였던 피렐라는 투수 주현상이 3루 어필 플레이를 위해 천천히 송구하는 것을 간파해 홈을 훔쳤다.
주현상을 비롯한 한화 선수들은 당황했고 삼성은 피렐라의 득점으로 5점째를 뽑고 5-3으로 승리했다.
태평양 건너 MLB에서 펼쳐진 고급 플레이 하나가 KBO리그에 큰 파도를 일으켰다.
그리고 이제는 KBO리그 구성원들도 어필 플레이 규정을 뚜렷이 인지했다.
희생플라이 이후 주자가 있다면, 공격과 수비 모두 긴장한 채 고도의 눈치싸움을 벌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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