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오빠, 밀어쳐!”
벌써 20년 전 일이다.
‘국민타자’가 ‘아시아 홈런왕’으로 올라섰던 2003년 당시 삼성 소속이던 이승엽(현 두산 감독)에게 아내인 이송정 씨가 밀어치라고 주문한 덕에 KBO리그 한시즌 최다이자 당시 아시아 최고 기록인 56홈런을 때려냈다.
이 감독은 “당시엔 아내가 야구를 잘 모를 때였다.
신문 기사나 뉴스 등에서 ‘밀어쳐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조언했을 것”이라면서 “아내 말을 잘 들어야 성공한다”며 껄껄 웃었다.
강산이 두 번 바뀌었지만, 이 씨가 이 감독에게 한 조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KIA 최형우는 “의식적으로 밀어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볼 궤적에 스윙 궤도와 타이밍이 맞았으니 밀어친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 모든 타자는 날아오는 공에 반응하기 바쁘다”고 말했다.
그는 “바깥쪽 공을 결대로 맞히는 건 기술의 영역이다.
이런 타구가 많이 나와야 자기 스윙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려치든 밀어치든 우타자는 우익수, 좌타자는 좌익수 쪽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어야 3할 타자가 된다는 의미다.
쉬어 보이지만, 몸의 회전력을 기반으로 한 원심력이 스윙의 기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마음먹은대로 타구 방향을 조절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밀어치기’는 교타자로 성장하는 필요 요건으로 꼽힌다.
이 감독역시 “당기는 건 쉽다.
하지만 날아오는 공을 밀어낸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헤드를 던지는 게 그래서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볼이 날아드는 궤적대로 타구 방향을 만드려면, 인위적인 동작을 취하면 안된다.
이른바 ‘파워 핸들’(우타자 기준 오른손)은 말그대로 배트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만 해야 한다.
하지만 빠르고 강하게 맞받아치려는 의식이 강하면 손목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고, 배트를 잡아채는 듯한 동작을 하게 된다.
배트를 던진다는 의미는 몸 앞쪽(우타자 기준 왼쪽 라인)에 벽을 세워둔 상태로 골반과 허리 회전력으로 방망이를 타구 방향으로 빼내는 것을 의미한다.
왼팔의 움직임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파워포지션에서 임팩트구간을 지나 폴로스루로 전환하는 스윙 궤도가 물흐르듯 이어져야 한다.
왼팔이 방향키 역할을 한다면, 오른팔은 날아드는 공의 무게를 버텨냄과 동시에 볼에 회전을 걸어주는 역할을 한다.
소위 ‘공을 눌러친다’는 얘기도 스윙 궤도에 변화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타구에 회전을 거는 것을 뜻한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동작인데, 이 과정을 완벽히 해내면 우중간(우타자 기준)으로 타구가 형성된다.
1군 경험이 많지 않거나 유튜브로 야구를 배우는 선수는 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고전한다.
이 감독 역시 젊은 선수 중에서 타격 능력을 향상해야 하는 선수를 골라 이들의 눈높이로 설명하느라 애를 쓴다.
백업층이 얕은 팀 선수 구성을 고려하면 키워서 쓸 수밖에 없다.
두산 젊은 피가 강한 타구를 타석 반대방향으로 보내기 시작하면, 이 감독이 기대하던 ‘타선 반등’도 완성된다.
전반기 내에 이 고민을 해결할지 관심이 쏠린다.
두산의 올시즌 명운이 달린 문제다.
zzang@sportsseo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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