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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보다 못한 나32

고마운해피
등록일 2015-12-02 23:59
조회수 6224

저에게는 오래된 강아지 친구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남들처럼 무조건 좋은 것만 먹였는데

3년이 지나고부터 동물병원의 비싼 사료대신 마트에서 파는 사료로 바꾼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입맛이 쉽게 변하지 않는 건 사람이나 강아지나 마찬가지 더군요.

그래서 간식만 마트표 싼 간식으로 바꾸었습니다.

5년이 지나고부터 인터넷쇼핑을 알게될때쯤 동물병원의 비싼 사료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어서 동물병원에서만 판매하는 수입제품류(약용샴푸, 특정 약)도 해외구매로 구매할 수 있었지요.

어느덧 14년이 흘렀습니다.

1년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늘 신경을 쓰곤 했었는데...

어쩔 수 없는 노화현상 + 기관지협착증세로 인해 조금씩 괴로워하다가 1주일전부터는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때 마침 사료를 살 타이밍도 되었습니다.

'늘 먹던 대용량의 사료를 사는 것은 조금 무리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소포장의 사료를 사는 것이 좋을까?'

'만약을 위해서 안락사나 장례절차에 대해서 검색을 해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끝까지 병마와 싸우기를 기원하면서 무리하게 치료를 하다가 떠나보낸 이력이 있기 때문에 더욱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러는 도중 오늘 낮에 여러가지 검색을 해보았고 곧 후회를 했습니다.

하루 중 잠자는 시간 외에는 기침을 계속 하고, 스스로 일어날 수 없어도, 누워서라도 아주 조금의 식사를 할 수 있는 컨디션이라면

내 강아지를 끝까지 품기를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퇴근길에 미련없이 대용량 사료도 주문했습니다.

집에와서 보는 나의 강아지는 어제보다 기침을 훨씬 덜합니다.

밥은 여전히 먹지 않았지만, 누워있는 상태로 사과를 넣어주니 맛있게 먹는 모습이 귀여워서 간만에 동영상도 남겼습니다.

순간 나쁜 주인이 될 뻔 했던 내 자신을 후회하면서 나는 저녁을 먹고 tv를 봤습니다.

잘 시간인데 아이가 내 곁에 오더군요.

바닥이 차니까 이불을 깔아주었지만, 무리해서 이불에서 나왔습니다. (최근에 걷는 것조차 힘들어 했거든요)

그래서 소파에 올려놓고 기침이 멈추기를 기원하면서 다시 tv를 봤습니다.

이윽고 기침이 멈추더니 나에게 다가옵니다.

아까 사과를 준 것이 너무나 고마웠는지, 기분이 좋아서 기지개를 합니다.

평소와 조금 다른 기지개였지만...

그렇게 나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뻗은 채, 홀로 무지개다리로 향했습니다.

바보같은 주인의 하루동안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녀석은 제 생각만 한것이 분명합니다.

전형적인 거지근성으로서 사료값 2,3만원을 아끼기 위해서 순간적으로 고민했던 제가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평생 함께 하자고 약속했으면서 '안락사'라는 단어를 검색해본 제 손가락이 너무나 밉습니다.

개보다 못한 사람을 주인으로 만난 강아지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해피야.. 정말 고맙고 미안해.

마지막까지 손 내밀어줘서 정말 고마워.

그 곳에서는 기침하지 말고, 먹고 싶어도 주인이 안 준 빵도 많이 먹고, 고기도 많이 먹고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

나중에... 꼭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