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과연 이 법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1. 직장 내 괴롭힘, 알바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1년 동안 편의점 알바 169번 바뀌려면 어때야 할 것 같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함께 공개한 점주와 주고받은 문자를 보면 2~7분 간격으로 업무지시가 내려왔다. 매장 내 CCTV를 통해 노동자를 감시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런 불법적인 행위도 모자라 점주의 지시 사항에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한 것을 두고 말 대답을 했다고 당일 해고 통보를 했다. 점주의 행위는 업무상 적정범위에 해당할까?

관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ZzdZ72ioZw

지난 6월 알바상담119로 한 통의 상담 전화가 걸려 왔다. 음식점 홀서빙 알바를 하는 노동자가 관리자로부터 입에 담을 수 없는 상스러운 욕설을 듣고 당일 해고 통보를 당했다. 상담자는 그날의 충격이 너무 커서 며칠을 정신적 충격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가해자의 처벌을 원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는 가해자를 직접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더욱이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자체도 할 수 없다. 5인 이상 사업장만 괴롭힘 당사자가 사용자가 아닌 경우는 사용자에게, 사용자인 경우에는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다.

구직 사이트 알바몬 ‘노무 상담’ 게시판을 보면 해고나 사직당한 경위들을 보면 사업주의 언어적 폭력, 괴롭힘을 호소하는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규직, 비정규직, 알바할 것 없이 노동 현장에선 괴롭힘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2.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

직장갑질119가 최근 진행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직장인 3명 중 1명(33%)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응답자 중 50% 이상은 자신이 겪은 괴롭힘이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겪고 있다는 응답도 37.5%나 된다. 특히 5인 미만, 청년, 비정규직에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법이 시행된 지 4년이지만 법은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4년간 노동부에 신고된 괴롭힘 건수가 3만여 건에 달하는데 행정조치나 법적조치를 한 것은 14%에 불과하다. 85% 정도의 괴롭힘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실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더 많을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볼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일터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취지와 달리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업의 요구를 포함하다 보니 사실상 누더기 법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로 노동자의 육체를 망가뜨리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자의 정신을 망가뜨리는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기업과 사업주가 노동자를 쓰다 버려도 되는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3.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새로고침이 필요하다.

우선 법의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

현행 괴롭힘 금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노동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

가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현행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괴롭힘 신고가 됐을 때,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필요에 따라 피해자에게 유급휴가나 업무 재배치 등을 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 사업주를 처벌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미약하다.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경우에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과태료는 형법상 형벌이 아니라 납부자에게 전과가 남지 않고 과태료의 납부 사유가 대부분 경미한 법규 위반이므로 재판을 거치지 않고 납부한다. 과태료 정도로 끝내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처벌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괴롭힘과 같은 가해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괴롭힘은 폭력행위이다. 폭력행위는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 특히나 지위의 우위를 이용한 괴롭힘은 갑질 중의 갑질, 악질 중의 악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노동인권 의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동인권 의식은 매우 낮다. 학교에서부터 배우질 않는다. 다른 나라는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노동법과 단체협상, 파업 등을 수업하며 노동자성에 대해 배운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에서 ‘노동’을 지워 노동인권을 더욱 후퇴시키려고 하고 있다. 노동인권은 노동자들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노동을 귀하게 여기고, 노동자의 인격권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것은 결국 건강한 일터, 건강한 사회의 출발점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업주의 갑질과 폭력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높아지면서 제정된 의미 있는 법이다. 노동자의 인격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만든 법의 취지에 맞게 문제가 되는 부분을 빠르게 보완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