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알란 파커 감독이 연출한 1987년 작 <엔젤 하트>는 미키 루크와 로버트 드 니로가 함께 한 오컬트 무비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1955년 뉴욕, 사립 탐정 해리 엔젤(미키 루크)은 사이퍼(로버트 드 니로)라는 인물에게서 사건 의뢰를 받게 됩니다. 그 의뢰는 2차 세계대전 중 부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된 가수 자니 페이버릿을 찾아달라는 것입니다. 해리는 뭔가 위험성이 있는 이 일을 맡지 않으려고 하지만 사이퍼가 제안하는 큰 액수의 착수금을 거절하기 힘듭니다.

12년간 병원생활을 했다는 자니의 행적을 찾기 위해 그가 입원했던 병원을 찾은 해리는 병원일지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담당 의사를 찾아갑니다. 그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간 해리는 그가 마약 중독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이걸 협박으로 일지가 가짜로 작성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의사는 자살하게 되고 해리는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일을 포기하려고 사이퍼를 다시 만나지만 사이퍼는 어마한 돈을 제시하고 해리는 그 일을 계속 하게 됩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해리는 용의자가 되면서 정신적으로도 심한 충격과 동시에 환시와 환청을 경험합니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었지만 인연이 안 되어 계속 관람하지 못하다가 드디어 극장에서 <엔젤하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알란 파커라는 거장의 작품이라 믿음이 갔고 특히나 전성기를 구가했던 당시의 두 배우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먼저 알고 가야할 것은 로버트 드 니로의 캐릭터가 매우 중요하지만 분량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거의 미키 루크 원톱 주연의 작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80년대의 미키 루크 그러니까 30대의 미키 루크의 미모(?)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집니다. 최근 <아이언맨>이나 <레슬러>에서의 모습을 상상하면 절대 안 됩니다. 미남 탐정이 펼치는 심리 오컬트 무비라는 매력적인 키워드는 충격적인 엔딩을 선사합니다. 아마도 그 당시의 미키 루크가 이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꽤나 위험했을 것입니다. 달달한 멜로물에 출연했으면 안전한 길이 되었을 것인데 이런 장르의 출연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다른 작품에 비해 연기적인 측면도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에 더욱 더 도전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미키 루크의 선택은 옳았고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남아 30여년이 지난 현재에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게 아닌가 하네요.

<오멘><로즈 마리 베이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이 오컬트 무비는 영화 초중반의 빌드업 보단 마지막 20여분의 충격적인 엔딩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로버트 드 니로의 비주얼의 변화도 흥미롭고 미키 루크와 어느 여성과의 관계도 충격적입니다. 후대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이 작품을 스크린으로 처음 접한 행운을 이제라도 잡아서 다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