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전 일본에서는 Dolby ATMOS로, 한국에서는 어제 시사회를 통해 메가박스 코엑스 컴포트 5관에서 관람했습니다.

1) 한국에서는 자막과 더빙이 모두 상영됩니다.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더빙에 대해 마케팅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더빙인 줄 알고 갔습니다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니 자막버전이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시사회 상영관마다 제공된 버전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VIP - 돌비시네마, 일반 - 자막 or 더빙) 이미 전 일본에서 80% 정도의 이해도로 영화를 봤어서 상관 없겠지 싶었지만...

자막없이 볼 땐 (의미를 다 몰라도) 영상과 음향에 집중 할 수 있었는데

자막을 보면서 보려니 집중도가 아주 약간 떨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2) 생각보다 사운드의 비중이 굉장히 중요한 영화입니다.

일본에서 관람할 때에는 선택 가능한 상영관이 Dolby ATMOS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던 것이었는데,

돌이켜보고 한국에서 동일한 작품을 다른 환경에서 한 번 더 감상해보니 이는 최상의 선택이었습니다.

일단 이노우에 감독님께서 기존 TVA와 극장판의 연출이 본인이 완전히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다는 말씀도 있으셨죠.

그래서인지 이번 개봉작에는 칼을 갈고 본인이 넣을 수 있는 작화와 아이디어를 모두 부어 넣으신 느낌입니다.

그렇다 보니 사운드가 이 영화에서 주는 몰입감이 엄청납니다.

자세히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이노우에 감독님의 만화 화풍이 소리로도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관람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가급적 사운드 세팅이 잘 되어있는 상영관을 이용해서 관람하시길 권장드립니다.

3) 번역에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감동을 해치지는 않습니다.

저는 일본어를 고등학교에서만 공부한 적이 있기에 능숙하게 듣거나 읽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있던 기간들이 좀 있고,

슬램덩크 원작만화의 팬인 만큼 일부 단어들과 한자들 정도의 의미파악은 가능했습니다. 일본에서도 그를 바탕으로 70%정도의 의미는 이해하고 봤어요.

그런데 이번 시사에서 자막버전을 보다보니 번역에 조금 사소한 문제들이 보였습니다.

오역까지 가는 건 아닌데... 자막 번역을 하신 분께서 젊은 분이시거나 원작을 전혀 참고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마지데(マジで)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게 번역하면 정말? 진짜? 정도인걸로 알고있습니다만 자막에선 "이거 실화야?" 같은 느낌이 나왔습니다.

우리가 보는 시대가 암만 2020년대라곤 해도 원작의 배경이 1990년대를 담고 있는 만큼 신조어가 아닌 그냥 무난한 번역을 선택했어야지 않나 싶구요.

다른 예로, 안선생님의 대사 중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예요." 가 시합종료가 아닌 끝난다... 라는 뉘앙스로 번역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합종료는 한자가 한국어와 심지어 유사해서 충분히 들리는 것인데도 끝난다고 하니 뭔가 말이 주는 특유한 느낌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보는데 심각하게 방해를 주진 않았습니다. 조금 깬다, 정도.

4) 원작 팬에게 있어서는, 특정 장면이 사라져 아쉽습니다. 하지만...

익히 알려진 것처럼 이번 극장판은 원작 코믹스에는 있지만 기존 TVA나 극장판에서 다뤄진 적 없는 에피소드를 영상화 한 것입니다.

따라서 원작팬들에게는 거의 머릿속에서 떠나시지 않을 정도로 익숙한 장면인데 '이게 왜 없지?' 싶은 장면이라던가,

'이 장면을 이것 밖에?' 싶은 장면들이 있으실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최애캐의 분량이 삭제되는 마음은...)

그러나 이번 작품에는 주연이 따로 설정된 만큼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충분히 원작이 존중되어 있다고 생각하구요.

원작엔 없던 장면들이 사이사이 들어가서 비는 시간과 실제로 경기 중에 선수들은 어떻게 이야기 하거나 생각했을까가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이 더 현실적인 느낌이 많이 들구요.

5)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다시 봐도 감동적이며, 작화와 연출은 여태껏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모션캡쳐를 이용한 표현은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살아숨쉬게 만들구요.

특정 장면에선 이노우에 작가의 화풍이 정말 뚜욱뚜욱 묻어납니다. 3D를 입힌 것이 그렇게 이질적이지 않습니다. (딱 두 장면 제외.)

베가본드와 리얼을 거치며 경지에 오르신게 아닌가 생각들 정도로 그림이 미쳤는데 그게 살아움직이는 느낌.

게다가 연출이 상당해서 같이 간 일행도 2시간이 어떻게 간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갔다고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한 편의 스포츠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슬램덩크를 내용으로 한.

아마 개봉하면 더빙판으로도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네요 :)

슬램덩크 팬이신데 극장판 관람을 고민하신다면 정말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아바타보다 나은 선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슬램덩크 팬은 아니신데 극장판 관람을 보려 하신다면, 만화책을 한 번만 정독하고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관람하시는 분들은 일반관에서 보셔도 좋겠지만... 일반관 보다는

자막버전으로 보실 분 -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
더빙버전으로 보실 분 - CGV SOUNDX 

정도에서 보시면 감동이 더 크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더빙버전은 돌비 시네마, 아이맥스 등이 하나도 안들어왔더라구요.

(일본에선 참고로 아이맥스 상영도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볼 때도 그랬지만 보고나서 감정이 너무 버겨워서 일어나기도 힘들었네요.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올 한해 본 영화, 드라마 통틀어서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