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 웰스 감독이 연출한 <애프터썬>은 아빠와 함께 20년 전 여행을 회상하는 딸의 기억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11살 소녀 소피(프랭키 코리오)는 엄마와 헤어진 아빠 캘럼(폴 메스칼)과 함께 오랜만에 튀르기예로 휴가를 떠납니다. 휴양지에서 호텔을 예약했지만 원하는 조건이 아니었던 현실을 마주친 모녀는 살짝 실망하지만 이내 아름다운 풍광에 휴가를 즐깁니다.

캘럼과 소피는 특별난 것 없는 편안한 휴가를 즐기면서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당구도 치고 게임도 함께 합니다. 소피는 또래의 아이와 첫 키스를 나누기도 하고 아빠와 함께 무전취식도 합니다. 또한 아빠의 생일날, 다른 여행자들에게 부탁해 생일 노래를 함께 불러주기도 합니다.

9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30살이 된 소피가 20년 전 아빠와 함께 했던 여행을 기억하며 회상하는 영화입니다. 마치 꿈속의 일을 기억하는 듯 한 구성된 이 작품은 당시 화질이 좋지 않은 홈비디오의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소피가 아빠를 찍어주거나 스스로 찍고 혹은 아빠가 가끔 소피를 찍어주기도 합니다. 사실 이 부분만이 소피가 기억하는 '사실'일 것입니다. 나머지 부분은 소피의 기억, 그러니까 정확하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은 20년 전 기억을 소피가 재구성 할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그 기억을 어떻게 되뇌는지는 20년 전 아빠 나이가 된 소피가 아빠의 소중했던 추억과 아빠가 자신에게 보여준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샬롯 웰스 감독은 본인이 아빠와 함께 여행을 갔던 기억을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실제 있었던 일을 그대로 묘사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영화 속 캘럼은 굉장히 불안정하고 굉장히 위태로워 보입니다. 그것은 간간이 등장하는 어둠 속에서 춤을 장면과 소피가 또래 친구들과 놀고 있을 때 홀로 있는 모습에서 더욱 더 그러합니다. 영화 안에서 캘럼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진 확실히 표현되고 있진 않지만 많은 관객들이 예상한 방향 그러니까 영화 속에서 어떤 힌트들로 인해 예상되는 캘럼의 선택이 맞는다면 이 영화는 더욱 더 처연해집니다.

장 뤽 고다르가 영화는 '반영의 현실이다'는 말을 했는데 이 작품은 이 괘를 함께 함과 동시에 보이지 않았던 기억하지 못한 것을 어떻게 구현하고 그 구현의 방식과 인물이 그 방식을 택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한 점에서 영화라는 매체를 정말 잘 이해하고 만든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라이트>의 베리 젠킨스가 발견한 이 신인 감독의 작품은 수많은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는데 과연 오스카에선 어떤 성적을 남길지 벌써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