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중동지옥' 탈출, 카타르 메시 남태희에게 물어봐

축구대표팀 남태희.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중동 침대 축구? 우리가 강해서 그런 거다.
선제골을 빨리 넣는 게 중요하다.
”
‘중동 메시’로 불리는 축구대표팀 2선 공격수 남태희(30·알 두하일)가 중동 5개국과 겨루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을 앞두고 다부지게 말했다.
남태희는 2일 이라크(서울월드컵경기장) 7일 레바논(수원월드컵경기장·이상 오후 8시)과 월드컵 최종 예선 1~2차전을 앞둔 축구대표팀 ‘벤투호’에 합류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남태희는 지난달 31일 파주NFC에서 진행된 대표팀 소집 이틀째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서 “(내가 뛰는) 2선에 좋은 선수가 많다.
만약 경기에 뛴다면 공격도 공격이고, 수비에서도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남태희는 ‘벤투호의 원조 황태자’로 불린다.
그는 지난 2018년 9월 벤투 감독의 A매치 데뷔전이던 코스타리카전(2-0 승)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눈도장을 받았다.
그러나 십자인대, 왼 다리 근육 부상 등 한동안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전열에서 이탈했다.
그 사이 황인범, 이강인 등 같은 포지션에 재능 있는 후배가 대거 등장하면서 입지가 위태로웠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공격 지역에서 멀티 능력을 발휘하고, 개인 전술과 골 결정력을 지닌 남태희를 신뢰했다.
2019년 말부터 다시 A대표팀에 복귀한 남태희는 지난 6월 월드컵 2차 예선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도 골 맛을 보며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이번 최종 예선에서는 남태희의 활용 가치가 더 커질지 모른다.
한국은 이번에 이란,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까지 이례적으로 중동 5개국과 한 조에 묶였다.
중동 팀은 장거리 원정은 물론 안방 텃세와 ‘침대 축구’로 불리는 독특한 경기 스타일까지, 동아시아 팀이 꺼리는 편이다.

지난 2017년 3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시리아전에서 남태희가 상대 수비진과 볼다툼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이런 가운데 남태희는 대표팀 내에서 중동 축구를 가장 잘 안다.
지난 2011~2012시즌부터 카타르 스타스리그에서 뛰는 그는 다른 서아시아 국가와 겨루는 챔피언스리그 등을 포함해 공식전 285경기를 뛰며 104골(정규리그 197경기 83골)을 기록했다.
정규리그 우승만 6차례를 경험했고, 2016~2017시즌엔 MVP에 선정되는 등 중동에서 가장 성공한 태극전사다.
올여름엔 알 사드를 떠나 자신의 중동 데뷔 팀인 알 두하일(당시 레퀴야)로 2년 5개월 만에 복귀했다.
그는 “오래 뛰었던 팀이어서 적응하는 데 문제없다.
편안하게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알 사드에서는 왼쪽 윙어로 많이 뛰었는데, 알 두하일에서는 (주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로 많이 뛸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첫 경기 상대인 이라크의 주전 공격수 모하나드 알리는 남태희의 팀 동료다.
이 밖에 남태희는 여러 이라크 선수를 중동에서 뛰면서 상대한 적이 있다.
그는 “알리는 엄청 저돌적이다.
빠르게 뒷공간을 파고드는 스타일이어서 잘 대비해야 한다”며 “다른 이라크 선수의 특징도 우리 선수에게 얘기해주려고 한다”며 대표 중동파답게 말했다.
중동 축구하면 그라운드에 누워 시간을 끄는 이른바 침대 축구를 연상하는 이들이 많다.
남태희는 이에 대해 “우리가 강하니까 그렇게 나오는 것이다.
이번에도 상대 중동 팀이 수비적으로 나올 것 같은데 초반부터 집중해서 득점 기회를 만들고, 꼭 살려야 한다”며 “선제골을 빨리 넣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5년 호주 아시안컵 등에 출전한 남태희는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서른한 살인 그로서는 카타르가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게다가 자신이 오랜 기간 선수로 뛴 땅에서 열리는 만큼 누구보다 출전 의지가 강하다.
그는 “(최종 예선은) 매 경기 결승전처럼 임해서 승점을 쌓아야 한다.
우리가 준비를 잘하고 컨디션만 잘 관리하면 좋은 경기할 것”이라며 자신 있어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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