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외동으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이혼하시고 엄마랑 1년, 외가집에서 1년,

그 이후로는  아버지와 살았습니다.

이혼사유는 아빠는 술과 폭력, 엄마는 도박으로, 각자의 사유가 있었어요.

현재 엄마는 제가 함께 지내던 1년동안  만나던 남자와 재혼해서 같이 살고 계십니다.

이혼하시기 전에도 엄마가 만나던 분들과 함께 밥을 먹거나 한 적이 있습니다.

바람을 피우셨었지요. 아직까지도 그 당시 아빠에게 말하지 못한 제 자신이 너무 비겁하고 못나게 느껴집니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고요 새아버지에게 저와 비슷한 또래의 자녀만 둘이 있습니다.

엄마와 1년 살았을 시절, 집에는 거의 안계셨어요. 

학교 갔다오면 집에 안계실때가 거의 대분이었고,  밤이나 늦으면 새벽2~5시에 들어오셨어요. 

저는 너무 걱정이 돼서 잠을 못자고 기다리고 있었죠.

화투치고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셨어요. 어릴때 많이 따라갔던 그런곳이었겠죠.

어떤 이유에서인지 할머니댁에서 1년, 이후 아버지와 쭉 같이 살았습니다.

이후로 성인될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엄마랑 자주 보지는 않았고 가끔 통화하고 얼굴 봤던거 같아요.

어릴적부터 집에 없던 기억뿐이라 너무 화가나고 답답해서 20살쯤에

"왜 그렇게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어린애를 혼자두고 그랬느냐"라고 물어보니 

"다른 애들은 그러고도 잘 만 크더라. 너는 왜 그러냐"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며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엄마는 대체적으로 차갑게 이야기하고, 은연중에 무시하는 듯한 말들을 자주 하셨어요.

그것보다 제가 정말 힘들었던건 저를 쳐다보는 그 경멸하는듯한 눈빛이었던거 같아요.

내가 뭘 그리 잘못했길래 저러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도 너무 궁금합니다)

제 생각에 본인이 원하던 자식 상이 아니어서 그래서 미웠나 싶어요. 아니면 아빠를 닮아서?

(자식 가진 친구가 부모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다곤 하는데 모든 부모가 같지는 않으니까요)

새아버지랑은 성격같은게 참 잘 맞았기에 큰 싸움없이 아직까지 잘 지내시는거 같습니다.

제 대학1학년때는 마약으로 두 분이 같이 감옥도 다녀오셨네요.

오랜만에 저를 만나면서 보호관찰하는 곳에 같이 들렀다가 밥먹으러 갔던 때 마약 사건을 알게됐습니다.

(이 부분이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기가 차는 부분인거 같습니다. 일부러? 왜?)

20대 후반에 아버지가 전세금 마련해주신걸로 이사를 가면서 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약간의 돈이 모자랐는데 엄마는 단칼에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누구한테 돈 빌려줬고, 이자를 얼마 받고, 뭘 먹었다 얘기는 많이 하셨는데 좀 섭섭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 가정이 중요할 수 있으니 그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운 좋게도 제 사업이 잘 되었고, 그때 엄마와의 관계도 많이 가까워졌어요.

제가 용돈도 드리고, 가전제품이나 이런것들 바꾸어 드리고 했었어요.

새아버지도 모시고 몇번 해외 여행도 갔었어요.

언젠가 한번은 엄마한테 우리 둘이서도 가자고 했더니 새아버지랑 같이 가야 한다고 거절하셨던게 기억이 납니다.

아직 결혼을 안했는데, 요즘은 전화 한 번 안받으면 너무 걱정된다고, 꼭 전화받으라고 하세요.

반찬도 자꾸 보내주시려고 하고, 전화할때 아들~ 아들~ 하면서 통화하고 그래요.

내가 당장 필요할때는 없다가 걱정없이 잘 살고 있는 요즘은 무슨 걱정을 한다고 저러나..

이제는 먹을거 다 잘 먹고 남 부럽지 않게 잘 지내는데 무슨 반찬 없을까 걱정을 하시나..

얼마전 옛날 엄마의 그 모습들만 생각하면 아직도 너무 힘들고 이해가 안된다고 말하니,

할말이 없으시다며 괜찮을때 전화하라는 그 대답에 다시 한 번 마음이 무너져 내렸네요.

제가 40살이 되고 보니까 유달리 어른이 됐다거나, 현자처럼 뭔가 확 트이는 그런 일은 없더라고요.

그러니 그 당시의 엄마는 지금의 저보다 어렸고, 

유복하게 사랑을 받고 자란것도 아니고, 첫 결혼은 아무튼 힘들게 보냈고,

새로운 사람에게 느끼는 안정감이 좋았고.. 이래저래 생각하다보면 다 이해는 됩니다.

그런데 가끔 차오르는 분노가  저를 아직까지도 힘들게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과 끔찍하게 혐오스러운 마음이 공존합니다. 

똑같은 사람 둘이 만나서 잘 살고 있는 모습에 그래도 감사함을 느끼다가도,  

어쨌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하며 속이 좁은 나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고, 

말로 뱉을 수 없는 나쁜 생각을 동시에 하는 제가 가증스럽고 쓰레기처럼 느껴집니다.

주위사람들은 부모라면 그럴 수 없다며 연을 끊고 살라고 합니다.

부모와 연을 어떻게 끊어야 할까요? 

전화번호를 바꾸고, 연락을 피하다가 돌아가셨다고 하면 가서 절하고 울면 되나요?

부모인데, 모든것을 용서해야 그래야 내가 편할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다 지난일에 왜 아직도 이렇게 얽메여 있는건지 너무 힘들고 속상합니다.

- 이렇게 싸지르고 나니 조금은 속이 편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