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동안 부부가 서로 떨어져 시간을 보냈는데 서로 연락이 없었습니다.

어제 늦은밤 다시 만나고 부부 싸움이 났는데 어떻게 잘 헤쳐나가면 좋을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작년 11월쯤부터 최근까지, 약 9개월 동안 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힘든 회사 생활과 빈번한 부부 갈등, 그리고 다시 발병한 우울 증상이 겹치면서 특히 지난 한 달 정도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이로인해 심리 상담과 당분간 끊었던 정신과 약을 다시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신과에서 진단하기로는 '양극성 장애 2형' 입니다.)

최근 도망치듯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다행히도 이직처는 구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 졸이며 좌절하고 많이 지쳤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유난히 집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같이 저녁 산책을 하다가도 몸에 힘이 없으니 아내보다 훨씬 뒤쳐지고,

등만 보이며 멀어져가는 아내를 보자니 잦은 부부 갈등과 이로 인해 많이 약해진 서로에 대한 감정, 마음 등이 떠오르니 갑작스레 눈물이 나더라고요.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걷는데 아내가 저보고 주말은 부모님 댁 가서 쉬고 오라고 얘기를 꺼냈습니다.

거기가면 제 부모님도 계시고, 제가 좋아하는 강아지도 있으니까 도움이 될 거라면서.

그리고 본인한테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지난 4년 간 옆에서 늘 매번 갑작스레 일은 그만두지 않을지 걱정하고, (힘들 때마다 잦은 포기와 퇴사가 있었습니다)

제가 다운되어 있고 침울해 있으면 힘내라고 격려하고,

계속해서 이런 일을 해오다 보니 본인의 어깨가 너무 무겁고 이제 숨이 막힌다고 하더군요.

혼자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도 크다 하고요.

본인은 한국에 가족도, 친한 친구도 없으니 (미국 사람입니다) 그 어디서도 하소연 한다거나 심적 지지를 얻을 곳이 없지만, 너는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지 않냐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토요일 아침 같이 지하철을 타고 가다 (아내는 주말 출근을 위해, 저는 본가로 가기 위해) 얘기를 하던 도중,

제가 최근 퇴사를 하면서 업무 및 개인으로서 직장 상사들로부터 나쁜 평가를 받았다,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마침 아내는 내릴 순간이 되어서 '오늘밤 전화로 얘기 나누자'며 그렇게 헤여졌습니다.

이때 저는 속으로 '속상하고 자괴감만 드는 얘기이니 그러고 싶지 않다'라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토요일부터 어제 저녁까지 아내와 저는 각자 떨어져서 시간을 보냈고, 그 중간 연락 한 번 없었습니다.

딱 한 번 있었네요.

제가 토요일 아침에 운동화를 말린다고 옥상에 두고 왔는데, 그날밤 새벽 장맛비가 내리길래 '시간 잘 보내고 있냐, 옥상 위 신발 좀 들여놔 줘' 라고 카톡을 하였고, 아내는 해당 메시지에 '체크' 클릭만 하였습니다.

평소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어제 저녁 다시 얼굴 보기 전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는 것이 이상하였는데.. 역시나 또 부부 싸움이 났네요.

저는 어제 오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몇 시간 뒤, 아내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바로 화를 내더군요.

토요일 밤에 전화도 안 하고, 그 이후에도 연락 없었고, 심지어 오늘 언제 들어올거라는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본가로 떠나기 전에 주말 보내고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돌아올게, 라고만 말하고 떠났습니다.)

같이 사는 룸메이트끼리도 이러진 않을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러면 너는 왜 전화 안 해줬냐'라고 묻자,

지하철에서 헤어지면서 본인한테 전화해달라고 저한테 말했다는 것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제가 '전화할게'라고 말하진 않았습니다. 

위에 썼듯이 헤어지기 직전에 최근 퇴사하면서의 과정에 대한 얘기 중이었는데 아내가 '오늘밤 전화로 얘기 나누자'라고 했을 때 속에서 반감이 들었거든요. 좋은 내용도 아니거니와 속상한 내용인데 이에 대해 자세히 얘기 나누고 싶은 마음은 안 들었으니까요.

그래서 분명 제가 '전화할게' 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아내의 '전화하자'라는 말에 대답 안 한 것이 무언의 수긍으로 아내는 인지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같이 사는 사람이 매번 다운되어 있고, 우울해하고 있고, 일이나 여러가지로 괴로워하고 고민만 하고 있으면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 괴롭겠죠.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다만 지난 반 년 정도는 진짜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아내의 이러한 부분까지 제가 챙겨주고 배려할 여력이 전혀 없더군요. 

저 하나 숨 쉬고 출근하는거 자체만으로도 너무 버거웠거든요.

퇴사를 하게 됐으니 그냥 집에서 혼자 쉬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 하니 속상하네요. 아내 말대로 저는 본가에 부모님이나 친한 친구들이 있지만 그냥 혼자 있고 싶은데, 저 역시 집 나가면 어디 갈 데도 없거든요.

아내에게 더 심적 부담 주기 싫고,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여 저도 부모님 댁 가서 시간 보내고 온 것인데

그러한 상황 다 알면서 '잘 쉬고 있냐' 먼저 연락해줄 수 있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은 너무 제 위주의 생각이겠지요?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 속마음에는 '왜 연락을 안 주지?' 라는 불만도 있었고,

'언제 연락 주나 보자' 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속마음으로는 그 어디에도 털어놓고 의지 받을 곳이 없어 괴롭네요.

다만 그건 제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고, 제일 힘든건 아내겠지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 어떻게 아내를 대하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모두 평온하시길 바라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가 잘못했냐를 따져달라기 위함이 아닌, 저희 부부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위주로 의견 부탁드립니다.

** 최대한 있는 그대로 쓰고자 하겠지만 저 역시 제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느꼈던 것들을 쓸 수 있는 것이니, 저 보다는 아내 상황에 더 집중 및 공감 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