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배경설명 좀 하자면, 저희 아버지랑 제가 요즘 들어 사이가 별로 안 좋습니다. 아예 대화도 단절됐고, 필요한 내용은 형이나 동생 통해서 하는 정도..

아버지-어머니 : 이혼 상태. 이유는 아버지 불륜. 폭력 등..

친할머니도 저는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가 의사고 어머니가 간호사였는데 결혼 전부터 그 점이 마음에 안 든다고 뭐 키 세 개를 들고 오라고 한다던가 둘 사이를 계속 이간질하고 아버지 시켜서 엄마 때리게 하고 나쁜 짓을 많이 했었네요.(이건 숙모들이나 아버지 통해서 크로스체크는 다 함)

아버지는 장손이고 아래로 남동생(저한테는 삼촌)이 두 명 있는데, 삼촌들이랑도 의절해서 몇 년째 얘기 안 하는 중입니다.(제사 문제랑 돈 문제 등등이라고 들음)

본가는 경산에 있고 저는 양주 올라와서 사업 하고 있습니다.

화요일에 갑자기 형한테서 전화가 와서는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요. 와이프가 임신중이라 장거리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긴 한데, 그래도 가봐야 할 것 같아서 기차 타고 바로 내려갔습니다.

다음날(장례 2일차) 식장에 가서 상복 입고 입관식 지켜보고 성복제(?)같은 거 하고 조문객 맞이를 했습니다. 저는 부의 문자(?)를 안 돌려서 제 쪽 조문객은 없었고 다들 아버지 쪽이나 삼촌 쪽이었네요.

뭐 따로 할 일이 있진 않아서 앞 책상에 앉아서 주차등록 해드리고 가끔 빈소 가서 같이 맞절 해드리고 그런 일을 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아버지는 가서도 절 개무시하면서도 거기 병원 원장이나 교수들 앞에서만 자기 체면 세운다고 절 불러서는 인사 시키고 다정한 아빠 연기를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사람들 가면 또 쌩.

일단 와이프는 임신중이고 몸이 불편해서 장례식장에 계속 있기 불편해서 본가에 좀 데려다주고 오기로 하고 잠깐 자리 비우려고 아버지한테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게 와이프는 마지막일 수도 있어서 인사 드리는데 와이프도 개무시를 하네요. 몇 달 전 경산 왔을 때도 싸운 건 저인데 와이프를 무시하길래 빡쳤는데 여기서 또 빡쳤습니다. 와이프가 아버지한테 얼마나 착하게 잘 했는데..

아니 4시간 넘게 힘든 몸 이끌고 경산까지 왔는데 그래도 왔다고 고생했다는 인사 한 마디는 못할 망정 사람을 세트로 이렇게 개무시를 하고있다니요.

아무튼 그렇게 밤 늦게까지 계속 자리 지키다가 밤 9시 기차 시간이 다 되어서 이제 간다고 아버지한테 말씀드리러 갔더니 그제서야 또 반응을 하네요. 내일이 발인인데 손자가 가는 게 말이 되냐고.

근데 자리에 있어도 없는 사람 취급 하고 이렇게 개무시하는데 왜 계속 놔두려고 하는지도 저는 이해가 안 가더군요. 아무튼 어쩔 수 없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저희는 삼남매고 여동생이랑 형은 아직 독립을 안 했습니다. 여동생은 엄마랑 살고 형은 아버지랑 사는데, 둘 다 아직 생활비는 지원받고 있습니다.

저만 8년도 더 전에 용돈 끊기고 지원 하나도 안 받고 제 돈으로 결혼하고 집 사고 차 사고 혼자 힘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이유는 아버지 결혼 반대)

다른 남매는 당연히 계속 있어도 아무런 타격이 없겠죠. 형은 의사인데 지금 파업중이라 어차피 일 없으니 발인식 가도 되는 거고 여동생도 하는 일이라고는 그냥 프리랜서처럼 레슨 몇 개 해주는 거라 일정 좀 조율하면 되니까요.

저는 하루만 일 빠져도 나가는 월세에 광고비가 얼마고, 또 쳐내는 일로 얻는 수익이 얼마인데요. 와이프도 중소기업이라 조모상 그런 걸 유급으로 주지도 않을 것 같고 하루 쉴 때마다 월급이 깎이는 상황입니다.

곧 애도 태어나고 앞으로 쓸 돈은 산더미같이 많아서 악착같이 한 푼이라도 더 모아야 할 상황인데 이런 현실적인 부분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 하루 덜 참석했다고 그렇게 뭐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요. 저희는 첫날 새벽에 경산에 도착하고, 마지막 날 다시 양주에 도착한 시간도 새벽 1시였습니다. 그 날 잠도 제대로 못 자서 다음날 졸음 때문에 정말 죽을 지경으로 일했네요.

이 상황에서 또 삼우제인가 뭔가 한다고 그때는 꼭 오라고 하는데.. 전 안 간다고 했습니다. 일단 외할머니 때도 삼우제는 안 갔고요. 거리도 멀고 산 사람이 사는 게 중요하지 죽은 사람 기리느라 산 사람이 그렇게까지 고생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삼우제는 그래도 평일이 아니라 일요일로 조정을 했다고 하는데, 일요일은 어떻게 기존 일정을 빼면 갈 수는 있겠지만 그냥 마음이 가기 싫네요.

이번에 갔을 때 카톡으로 다녀가느라 고생했다고 한 마디만 남겨놨어도 마음이 풀려서 갔을 것 같은데, 현장에서 저랑 와이프 세트로 개무시한 게 저무 짜증나서 괜히 가기가 싫어집니다.

어릴 때부터 형은 의대 불합격했더니 재수로라도 보낸다고 뭐 서울 강남에 의대 전문 학원이랑 같은 건물(이동하는 데도 시간 쓰지 말라고) 보증금 1억에 월세 100만 원짜리 오피스텔 살게 해주고

저는 대학 합격했더니 겨우 7500짜리 원룸 전세 얻어주고(학교랑 걸어서 10분;;).. 이렇게까지 대놓고 차별받으면서 살아왔는데 제가 잠자코 있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요.

이번에도 형이 결혼하는데 뭐 1억 5천을 해주니 마니 하고 말이 나오던데(당연히 직접적으로 제가 있을 때 한 얘기는 아니고 여동생 통해서 건너들음) 제가 결혼식 할 때 한 푼도 안 도와준 거랑은 진짜 차이가 크네요. 마음같아서는 진짜 한 번 날 잡고 지금까지 형, 저, 여동생한테 각각 지출한 내역 다 정리해서 차액 정산 한 번 해달라고 요구라도 하고싶네요.

아무튼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이런저런 배경이 있어서 발인식 때 참석을 안 했습니다. 삼우제 때도 참석을 안할 예정인데, 형이 이 얘기 듣고 삼우제 때도 참석 안하면 아빠가 정말 너 평생 안 볼 지도 모른다고, 웬만하면 참석하는 게 좋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삼우제가 그렇게 큰 의미를 갖는 건가요? 제일 본 행사 격이 장례식이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