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지난 얘기이지만,

1월 18일 ~ 19일 혼자 조령산 - 주흘산

비박 종주를 다녀왔습니다.

오늘 산행은 안내산악회를 이용하여

이화령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이튿날 귀가는 문경터미널에서 버스 탔고요.

출발 후 2km 정도 진행하면 조령샘을 만납니다.

원격수량계도 붙어 있고,

제법 관리가 잘 되는 듯 합니다.

장거리 산행 시 식수조달계획에

포함시켜도 되겠습니다.

조령산 정상석에 쉽게(?)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촌각을 다투는 산행도 아니고

악천후 예보도 없는 터라

피엘라벤으로 갖춰 입었습니다.

더 빡쎈 곳 갈 때에는 고어텍스를 입어줘야죠.

배낭은 대략 8~9kg 정도 됩니다.

겨울이고, 새로산 드론이 있어 좀 추가됐네요.

그래도 비피엘의 기본을 지키면

10kg은 넘기지 않습니다.

배낭도 가볍고, 트레일런

스틱 없이 달리기 연습할 겸

오늘은 스틱도 생략합니다.

배낭이 가벼우면

박배낭 메고도 요렇게

날렵한 산행이 가능해지죠 ^^

정상석 너머 진행하다보면 만나는 조망처입니다.

신선암봉, 암릉능선, 깃대봉,

움푹 들어간 조령 3관문, 주흘산 부봉까지.

오늘 가야할 길이 쭈욱 보이네요.

즐겁게 진행하다가

신선암봉 근처 조망처에서

행동식을 먹으며 조금 더 휴식합니다.

신선암봉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정상석 앞에서 대낮부터

버너에 라면 끓여 드시는 아재가 있어서

정상석 사진도 못 찍고

"산에서 버너 쓰시면 불법이에요.

사람들이 욕합니다."

가볍게 한 마디 툭 해주고 그냥 지나칩니다.

암릉구간을 진행하다 보면 만나는 포토존입니다.

역시 충북의 산군들은

기암괴석과 명품송이 포인트죠!

이전까지는 새로 설치 된 계단이 많았는데,

이제 슬슬 밧줄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아 그런데 좀 빡쎄네요...

밧줄 자체야 뭐 즐기면서 탈 수 있는데

겨울이다보니 발 놓을 곳에

빙판과 잔설이 많습니다.

아이젠 신어도 디딤발이 터지기 일쑤입니다.

한 주 전에 설악을 제외하고

태백 소백 덕유 포함

전국적으로 폭우가 내렸었는데,

이 때 내린 비가 바위 위로 꽝꽝 얼어서

아이젠도 안 먹히는 깡얼음이 되었습니다.

이런 빙판이 산행 내내 괴롭히는 바람에

진행 속도도 더뎌지고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힘들더군요 ㅠ.ㅠ

나무와 바위틈 홀드를 이용하며

조심조심 통과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제3관문 조령관에 도착합니다.

보시다시피 해가 잘 드는 남쪽 사면은

눈이 없거나 질척질척하고,

응달이나 북쪽 사면은 잔설구간 혹은 빙판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안 좋아하는 노면이에요.

아이젠도 계속 꼈다뺐다 해야 하고

바지에 진흙도 많이 튀고요.

그래도 힘들게 탄 비박찬스인데 어쩌겠습니까.

못 먹어도 고 해야죠.

동화원휴게소에서 감자전과 라면으로

매식을 하고, 주흘산 부봉을 오릅니다.

빡쎈 빙판 업힐에 멘탈이 살짝 나갈 뻔 했으나

자그마한 부봉 6봉 정상석 뒤로

오늘 걸은 조령산 능선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관을 보니

없던 힘도 솟더라구요!

금새 목표 했던 부봉 4봉에 도착하여

자리를 폈습니다.

암릉 위 비비색. 참 단촐하죠?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게 너무 그리웠어요 ^^

드디어 새로산 드론을 시험해볼 시간이네요!

오오... 좋습니다.

무게도 가볍고 영상도 잘 나오고

사진도 잘 찍혀요!

일몰 후 비행이 불법이라던데

서두른 덕분에 테스트 비행 해 볼

짬을 확보했네요.

첫 날 분의 산행,

계획 했던 박지 구축,

드론 테스트 비행까지

해야 할 숙제를 모두 마친 후

조용히 오늘의 남은 해를 즐깁니다.

일반적인 산행과 백패킹의 차이는

개인적으로 바로 이 시간의 유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시간은

혼자 백패킹 할 때, 비비색을 이용할 때

더욱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죠.

해가 저물고, 손흥민 경기를 시청한 후

비비색에 누워 별을 구경합니다.

의외로 내륙 한 가운데인 충북 쪽 산군에서

꽤나 많은 별을 볼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갤럭시 s10e 폰카로 찍은 건데,

제대로 된 카메라가 아니라서

은하수까지는 무리지만

그래도 꽤 많은 별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삼계절 침낭을 챙겼더니

우모복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간밤에 찬 기운이 들어오더군요.

하도 오랜만의 비박이라

날씨에 대한 감이 좀 떨어졌나 봅니다 ㅎㅎ

핫팩 하나 챙길 껄 그랬어요.

끙끙 버티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아껴둔 보온병을 개봉하고

뜨거운 물을 날진병에 절반쯤 옮겨 담아

침낭 안에 품고 잤습니다.

이러면 뭐 꿀잠각이죠.

침낭 안의 물은 생각보다 오래 따뜻해요.

하지만 따신물이 모자라서 모닝커피도 못 먹고

컵라면도 퍼석퍼석 덜 익은 면을

먹어야 했답니다 ㅠㅠ

역시 비상용 핫팩은 꼭 챙기는걸로..

이튿날, 갈 길이 먼 관계로 후다닥 챙겨 나서는데

바로 옆 부봉 제3봉부터 빡쎈 빙판이 반겨주네요.

요런 아이젠도 안 먹는 빙판..

이 날 정말 많이 나왔어요 ㅠㅠ

겨우 부봉 3봉에 올라서니,

어제 잠을 청한 4봉 암릉이 �� 보이네요.

눈을 맞으며 드론을 한 번 더 날려봅니다.

음. 좋아요 좋아!

폭우 덕분에 여기저기 고드름도 참 많습니다.

주흘산으로 넘어오니

산세도 많이 유순해지고

눈도 꽤 많네요.

영봉 주봉 모두 들르려 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꽃밭서들 쪽으로 내려섭니다.

주봉 조망을 못 봐서 아쉽지만

이쪽도 미답이니 요번참에 함 가보죠 ^^

계곡이 좋더라구요.

요 골짜기는 제2관문 조곡관에서

문경새재 과거길과 이어집니다.

고즈넉한 과거길을 따라

천천히 문경새재 입구 쪽으로

하산하였습니다.

문경새재 버스정류소 앞 마당바위식당에서

약돌구이 한 판을 구워 먹고

문경 터미널을 거쳐 귀가 합니다.

등로 상황 때문에 간만에 본의 아니게

생각보다 빡�였� 비박종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