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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동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가까운 곳에 있는 불암산은 둘레길도 잘돼있고 산도 그리 높지 않아 자주 가는 곳이다.
그런데... 마실 가듯 가는 불암산에서 조난을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 6월 12일 금요일. 아침부터 왠지 불암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라 그냥 아무생각없이 자전거를 타고 불암산 생태학습관이 있는 곳으로 갔다.
불암산 둘레길도 잘돼있고 공릉동쪽으로도 연결돼 있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요즘 다이어트 때문에 아침에 닭가슴살 하나 먹으면서 산에서 먹을 야채 좀 싸고 미숫가루 물에 타서 보냉병에 담아 왔다. 자전거를 주차하고 생수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 1+1로 두 병 가방에 넣었다.(산에 갈 때는 가방 무겁게 가지마세요ㅠㅠ) 좀 가방이 무겁다 싶었는데... 그냥 후딱 올라갔다 와야지 하고 등반 시작.
불암산 둘레길도 잘돼있고 공릉동쪽으로도 연결돼 있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요즘 다이어트 때문에 아침에 닭가슴살 하나 먹으면서 산에서 먹을 야채 좀 싸고 미숫가루 물에 타서 보냉병에 담아 왔다. 자전거를 주차하고 생수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 1+1로 두 병 가방에 넣었다.(산에 갈 때는 가방 무겁게 가지마세요ㅠㅠ) 좀 가방이 무겁다 싶었는데... 그냥 후딱 올라갔다 와야지 하고 등반 시작.
내 목표는 헬기장이 있는 곳
좌측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중간에 있는 전망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번을 쉬었는지 모른다. 차라리 이때 그만두고 내려갔어야 했다. 오랜만에 산에 올라온 게 문제가 될 줄은 그리고 사람들이 오늘 따라 유난히 없어서 한적하다 못해 기분나쁜 적막감에 기분이 으스스해졌다.
위로 올라가면서 나는 첫 번째 실수를 하게 됐다. 아무 생각없이 오르다 보니 제 길이 안나오고 암벽이 있는 곳으로 빠지고 말았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길이 아닌데 길이 보이는 착시 현상이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헬기장 오르는 팻말이 왜 저기서 보이느냐 말이다. 길을 엄청 잘못든 것이다. 암벽 사이로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헬기장 팻말까지 오면서.... 진짜 이때 그만두고 내려갔어야 했다.ㅠㅠ
팻말 있는 오른 편에 평평한 바위가 있어서... 여기서 잠시 카톡으로 오는 업무 처리를 위해 쉬기로 했다.
다시 한번 생각하지만...정말 이때 그냥 내려갔어야 했다..ㅠㅠ
헬기장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이렇게 암벽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평소 같으면 가뿐하게 오를 코스였다. 하지만 오늘 따라 왜이리 사람들이 없단 말인가.
불암산에 올때마다 이 전망대에서 대자로 뻗어서 쉬는 걸 좋아했다. 예전에는 벤치가 있었는데 치웠는지 휑하다. 저 바위 옆으로 헬기장으로 가는 길이 있다.
노원구 중계동쪽의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그런데 왜이리 사람들이 안보일까... ㅠㅠ
체력이 정말 저질로 변했는지 헬기장으로 오면서 완전 녹초가 돼버렸다. 가뿐 숨을 달래면서 벤치에 앉아 야채와 과일로 수분을 섭취하면서 쉬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여기서 운동하는 아저씨 아주머니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꽤 보였을 텐데... 오늘은 딱 2명만 봤다. 그것도 내가 올라오니 바로 내려가서 나 혼자 이 헬기장에 있는데 왜이리 을씨년스럽나... 여기서 공릉동 내려가는 길이 훨씬 수월해서 그냥 공릉동으로 내려갔다가 택시타고 자전거 가지러 갈까 했는데... (공릉동으로 내려갔어야 했다ㅠㅠ) 다시 돌아온 길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사진이 없다...
올라 올 때도 없던 길이 보여서 올라가는 바람에 헤매고 온 힘을 다 뺐더니만.. ㅠㅠ
다시 헬기장 팻말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는 것 까지는 성공했는데 뭐에 홀렸는지... 없던 길이 갑자기 보이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 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다.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왠지 거칠다. 처음 보는 길인데...낯이 익은듯하고 아닌 듯 하지만 몸은 여전히 바쁘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바위를 내려가고 낙엽 덤블 사이로 구르면서 미끄러지면서 내려가는 나를 발견했다.
'헉..이거 길이 아닌거 같은데... 왜이리 험하지?'
체력은 점점 바닥이다. 먹은거라곤 과일하고 야채 풀때기랑 아침에 먹은 작은 닭가슴살이 전부... 그나마 꿀을 타온 미숫가루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에너지바를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제 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저기만 내려가면 끝이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절벽이다....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손끝하나 움직일 기력도 남지 않았다. 순간 내가 벽 타고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몸을 움직이려다가....
멈칫했다. 아니다.. 이거 아니야...
사람이 공포에 빠지면 오줌을 지린다고 했던가... 생전 처음으로 오줌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오려고 한다.
그렇다 내려가는 길이 없고 끊겼다. 그제서야 제 정신이 들었다. 휴대폰을 보니 수신불가지역이다. 이런...
운동량 체크를 위해 켜놓은 순토 시계를 멈췄다. 시계를 보기 위해 오후 3시 30분... 오전 10시반에 올라왔는데...
다시 돌아가기 위해 뒤를 돌아봤다...세상에 길이 없어졌다.
난 지금까지 없는 길을 헤치고 내려온 것이다.
너무 두려워서 온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간 듯 그 자리에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별생각이 다 들기 시작한다.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하던가...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주저 앉을 수는 없다. 다시 일어나 벌벌 떨면서 바위를 타고 오르고 기고 다시 미끄러지면 다시 오르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듯 하다. 내 오른편 언덕 위로 올라가야 뭔가 길이 나올 듯 하다.
간신히 큰 바위 위를 올라섰고 계곡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제야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내려가는데...
아...이런... 또 길이 아니다.
길이 막혔다.
왜 이러는 걸까. 진짜 내가 홀리기라도 한걸까.
암벽만 보인다.
눈물이 글썽거린다. 힘도 없다... 휴대폰에 한칸이 뜨기 시작한다.
119를 누를 때가 됐다고.... 손이 폰으로 향했다...
그 순간...
내 오른쪽 건너 암벽에 왠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거짓말처럼 족히 45도는 돼보이는 암벽을 뒷짐을 지고 오르내리는 것이 아닌가.
믿기지가 않았다. 아니 반가웠다 ㅠㅠ 안보이던 사람이 나타났으니까...
앞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방향감을 상실한 상황이니 나는 저 분이 너무 반가웠다...
죽을 힘을 다해 소리쳤다...
"저 좀 도와주세요!" 하고
그랬더니 저 할아버지는 나를 한참 바라보시더니... 손짓으로 아래를 가르키기 시작하셨다.
할아버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내려다 보니... 아.. 세상에... 전혀 보이지 않았던 길이 있었다. 바위 틈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순간 레이다를 잃고 바다에서 표류하던 배가 등대를 보고 제 갈길을 찾은 것처럼 내 몸에 마지막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바위 틈으로 내려가 천천히...내려가니
사람이 보인다.
아 살았다...
두 분은 왜 거기서 내려오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드디어 바닥에 발을 딛고...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저 두분은 저 길은 너무 험해서 사람들이 얼씬도 안하는 곳인데 어찌 들어갔냐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사람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몰라요. 저도... ㅠㅠ 갑자기 길처럼 보였고 편안해 보였어요. 그냥 따라오라는 것처럼...그래서 들어섰는데..."
가뿐 힘을 내시면서 난 미친넘처럼 혼잣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끌고 어찌 집으로 왔는지도 모르겠다...
당일은 몰랐는데... 하룻밤 자고 나니...
양 허벅지에 통증이 밀려왔다... 걸을 수도 없을만큼 아파서 기어다녀야 했을 정도.ㅠㅠ
4일이 지난 지금도 허벅지 통증때문에 뛸 수가 없다...
무엇보다 경악스럽고 공포스러웠던 건
순토시계의 위치를 다운받고 나서였다...
지금 또 보니 온몸에 전율이...ㅠㅠ
아직도 양 허벅지에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양팔도 아프고.... 초인적으로 내 온 힘을 다 써버린 후유증이다.
기본 체력이 없었다면 아마 바위와 덤블 나뭇가지로 덮힌 그 계곡에서 난 빠져나오지 못했을 듯 싶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까진 곳 하나 없었던 것과 수백마리의 모기가 득실댔는데 한방도 안물렸다는 사실이다.
아내는 조상이 도왔다고 하는데...... 어쨌든 다시는 혼자서 등반하는 일은 없을 듯 하다.
산은 낮은 산이든 큰 산이든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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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통장은품절님만지켜주실수있어요
아이고 고생 하셨어요. 무사해서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