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 누워서 숨쉬기 힘드실때도,

산소호흡기 넘어로 딸에게 '가봐' 한마디 하시던 양반,

사위가 편찮으신덴 없으세요 항상 물어도 '괜찮아' 한마디만 하시던 양반,

사위 힘들까 넌 오지말라고, 코로나로 집에서 쉴때 떠나신 양반,

우리 아이들의 ㄱㄱ 할아버지가 편안한 곳으로 가셨습니다.

내가 격리된 방안에 앉아 꾸역꾸역 글을 쓰는 이유는 , 장례도 입관도, 화장도, 그 힘든것들을 기대 울 남편도 없이 해야했던 부인 생각에 가슴이 메서, 어디에라도 하소연을 하고 싶어서 겠지요.

1.

어릴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 결말이 나고 불이 켜지면 어떤 행복한 결말일지라도 끝났다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80년대 중학생이던 사촌형이 영화관에서 성룡 영화를 보여준 적이 있다. 숙모가 동생을 데려가라고 어렵게 만들어준 자리였던 만큼, 형은 영화가 끝나도 나오지 않고 계단에 앉아 두번 세번, 다시보길 원했다.

영화는 재밌었지만, 몇 시간씩 다시보는 것은 나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나는 계속 징징댔고 형은 결국 나와야 했다.

2.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인과 놀이동산에 간다면, 하루 종일 놀이기구를 타고, 맛있는 것을 먹고, 야간 퍼레이드 까지 즐기다 올것이다.

나이를 먹고 아이를 데리고 가는 놀이동산은 좀 다른 경험이 된다. 점심때만 지나면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하고, 시간이 갈수록 아이에게 아직도 타고싶은게있는지 묻게된다. 야간 퍼레이드는 제발 나중에 지 친구들과 왔을 때 보길 바라게된다.

3.

노화로 인한 노쇠가 아니라, 병으로 인한 노쇠를 체험해보니, 늙는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마치 매일 12시까지 열심히 공부하는데, 원래 머리가 부족하여 꼴찌를 면하지 못하는 것처럼,

아무리 끊임없이 노력해도, 젊은이가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것 근처에도 미치지 못한다. 냉장고에 사놓은 반찬으로 세끼 밥을 챙겨먹는것만도 큰일이며, 일주일에 한번 청소하는것도 고된 일이 된다.

10분을 걸으면 5분을 쉬어야 하며, 30분을 걸으면 하루를 쉬어야 한다.

사람들의 도움을 받거나, 병상에 눕기 시작하면 또 다른 삶이다. 내가 마음에 안드는 누군가가 나를 조정해야 하며, 내가 처한 환경이 나를 조정하기 시작한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건 아마도, 무릎을 펼지 굽힐지, 고개를 어느쪽으로 돌릴지 정도일수 있다.

여기에 병이 더해져서, 매일 매일이 아프고 괴롭다면, 과연 살아가는것이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 묻게 될것이다.

인생은 생노병사이다. 누구도 사를 피할수 없고, 대부분 노해가며 병을 경험한다.

병이 먼저 오건 노가 먼저오건 사를 만나기 전까지 대부분 반복하게 된다.

우리는 과연 무엇 또는 누구를 위해, 지친채로 영화관 또는 놀이동산에 남아있어야 하는걸까 묻는 날이 올것이다. 그 때, 이유가 있다면 좀 더 남아있고, 이유가 없다면 아쉬워하지 말고 집에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

많이 지치셨던 ㄱㄱ 할아버지가 더 힘들게 계시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것은 슬퍼할 일이 아니라 기뻐할 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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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