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참 힘드네요.

와이프 임신중이라 이제 곧 애도 태어나고 나갈 돈은 산더미고 돈은 열심히 벌어야 하고...

쓰리잡입니다. 하나는 개발해놓은 작은 플랫폼이 있는데 이게 업계에선 그래도 유명한 편이라 자잘하게 구독료로 조금씩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료 사용자 비율도 높고 플랫폼 유지비도 나가는 편이라 내년쯤엔 그냥 접을까 생각중이네요. 이건 거의 드는 품은 없습니다.

또 하나는 주말마다 나가는 예식 촬영.. 가서 촬영해 드리고 건당 페이 받는 건데 이것도 이제 7월부터는 비수기라 예약이 없네요.

나머지 하나가 사실상 본업인데, B2B 개인사업입니다. 주로 기업에 IT 장비 구축하는 일을 합니다.

본업은 정말 건 하나 하나가 중요합니다. 건당 수주 금액이 마진으로 따졌을 때 2000, 5000 이런 단위로 나가고 그를 위한 영업 비용도 어마어마합니다. 고객사와의 관계 구축도 중요하고요. 그래서 평일에 대부분 시간 그냥 집에서 놀고있는 것처럼 보여도 항시 대기 모드입니다.(와이프는 평일에 회사 나가는 중)

평일에 설치 건이나 유지보수 건 없으면 그냥 집에 있으니 사실상 노는 거라고 주위에서 오해를 많이 하는데, 장비에 문제 생기면 바로 컴퓨터든 노트북이든 켜서 일을 봐야하기도 하고, 또 견적 문의 전화가 오거나 하면 바로 응대를 해야하기 때문에 노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짜투리 시간에는 항상 신사업을 위한 사이드프로젝트 개발을 하고있고요.

아무튼 어제는 와이프가 많이 아프다고 해서 회사 병가를 냈습니다. 전 설치 건이 두 건 있어서 빠르게 끝내고 집에 와서 와이프를 데리고 같이 병원에 갔는데, 마침 견적 문의가 와서 병원에서 노트북을 펴서 견적서를 작성해서 보내드리고 있었습니다.(진료대기중)

진료실 들어가서는 함께 얘기를 들었고요, 그러다가 이제 초음파를 보자고 의사선생님이 말씀을 하셨고, 남편 분도 같이 와서 보시라고 해서 들어가려는 찰나 오늘 오전에 설치한 고객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아보니 갑자기 전사 네트워크가 먹통이 되어서 업무가 마비되었답니다.

이게 저희 장비 문제는 아니고, 기존 장비에서 설정을 마이그레이션하는데 마이그레이션을 좀 빨리 해드리려고 커넥션 수를 좀 높게 잡아놨습니다. 기존 장비가 15년 넘은 노후 장비다 보니 부하가 심했나 봅니다. 그래서 생긴 문제같은데, 아무튼 지금 진료실에 있어서 당장 해결은 불가능한 문제였습니다. 이런 일에 대비해 원격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백업 터미널은 열어두고 왔습니다.

고객사에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빠르게 설명하고, 지금 당장은 해결이 불가능하고 제가 15분 안에 이쪽에서 접속하여 일단 임시 조치를 해 드린다고 설명 드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 통화가 1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초음파실에 들어가서 중간부터 같이 초음파를 봤습니다. 설명도 같이 다 들었고요.

그리고 진료실을 나와서 아내가 진료비 수납을 하는 동안 다시 노트북을 펴서 한 10분 정도 그 자리에서 고객사 네트워크에 연결을 해서 문제 해결을 해 드리고 그 날 저녁 다시 이관 작업이 시작되도록 설정해 드렸습니다. 산부인과 나오면서 고객이랑 통화로 다시 자세하게 설명을 드렸고요.

이 일련의 과정에서 제가 뭘 소홀히 하거나 잘못한 게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은데, 집에 가는 길에 아내가 울먹거리면서 또 엄청 저를 천하의 나쁜 남편으로 몰아가는 겁니다. 어느 남편이 산부인과에 따라와서까지 그렇게 아내 신경을 쓰지도 않고 그렇게 노트북 펴놓고 일을 하며, 진료실에서 아내 제쳐두고 통화를 하냐고요. 아내를 신경 하나도 안 쓰는 남편처럼 보인다고요.

그런데 저는 정말 최소한의 시간만 썼다고 생각하거든요. 전화도 진료실에서는 최소한으로 하고 끊었고요. 견적의 경우 진짜 최대한 빨리 써줄 수록 수주율이 높아지기도 하고요.

그럼 고객 전화 무시하라는 거냐, 라고 물어보니, 진료실같은 곳에서는 "지금 바쁘니 나중에 전화 드릴게요"라고 하고 바로 끊으라네요..

그래도 고객사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정도까진 설명을 하고 끊어야지, 그렇게 하다가 저희 업체 평판이 나빠지면 어떡하냐 이 말입니다.

물론 최근 예식 성수기 기간 동안에는 주말에 계속 같이 있었던 시간이 없었던 편이긴 합니다. 그런데 다른 남편들은 평일에 아침 7시 출근, 저녁 8시 퇴근으로 이렇게 평일에 산부인과에 같이 가줄 수도 없을텐데요. 전 그래도 평일엔 시간이 많으니 매일 아침 저녁 지하철역까지 태워주고 간혹 일이 적을 땐 아내 회사까지 가서 근처 카페에서 일하다가 점심도 같이 먹고 옵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이건 밥벌이인데, 사업 관련해서 급한 전화 받는 건 아내가 이해해줘야하는 문제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