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경시절 겪은 일이야.-

어느 날 야간 방법을 끝내고 새벽에 들어와 잠을 자는데

오전 10시정도, 갑자기 전 부대원을 깨우는거야.

보통 새벽 5시까지 순찰하기 때문에 오전 중에는 절대 깨우지 않는데,

잠도 못 잔 애들을 깨우는것보니

또 예정없는 출동이구나 싶어서 별말 없이 일어났어.

출동지가 어디냐 물어보니 구미에서도 완전 촌 구석인 강변이라는거야.

그런 곳에서는 사실 집회가 일어날 일이 없으니까 이상하긴 했지만, 일단 출동햇어.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거기엔 순찰차 몇 대와 직원 몇 명만 보일 뿐 집회하는 사람들은 안보였어.

그리고 집회가 있으면 보통 보호대를 착용하는데 그것도 없더라구.

뭔가 느낌이 이상했어.

전원 하차 하라고 해서 하차하니 중대장이

"찾아!!!!!!!!!!!!!!!!!!!!"

라는거야.

뭘 찾으란건지도 모르고 그냥 찾았어.

보물찾기라도 하는거아니냐며 고참들은 낄낄 웃기까지 했어.

근데 내가 찾던 곳의 완전 반대편에서 

"들것 가지고 와!!!!!!!!!!!!!!!"

라는 소리가 들렸어.

뭔진 모르겠지만 이제는 가서 잘 수 있겠단 생각을하면서도

뭘 찾은건지 궁금하긴 했지만 들것이라면 뭐 사람이 빠졌겠거니 라는 생각을 했어.

그런데 들것에 위쪽은 덮여 있어 못봣만 아랫쪽으로 늘어뜨려진 긴 머리카락엔 물기가 하나도 없는거야.

그냥 벌써 물이 다 말랐나 생각하고 지나쳤어.

그리고 그 날 밤.

악몽을 꿨어.

우리 부대엔 2층침대를 길게 연결해놓고 1층과 2층에서 생활하고,

보통 약간 고참들은 이동이 쉽도록 1층을 쓰거든.

내 침대가 1층이여서 똑바로 누워서 자고 있는데

내 바로 위 침대랑 그 옆 침대의 작은 틈 사이로

처음 보는 여자머리가 날 쳐다보고 있는거야.

난 무서워서 눈을 질끈 감고 속으로 사라지라고 수백번을 외쳤어.

그리고 슬쩍 눈을 떴는데,

내 얼굴을 삼킬 듯한 큰 입만 가지고 있는 그 얼굴이 긴 머리를 늘어뜨리며

내 눈 바로 앞에서 절규하고 있는거야.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지르니 잠에서 깨어났어.

사실 그 들것을 봤을 때 살아있는지 아닌지도 몰랐고, 시체를 직접 본것도 아니고 머리카락만 본거라서

그 일은 그냥 쉽게 잊혀졌어.

악몽 같은건 원래 길게 기억하진 않잖아.

그래서 나도 그 일만 아니였다면 까맣게 잊었을꺼야.

몇 주쯤 지났을 때 , 우린 다시 그 장소로 출동하게 되었어.

그 장소에서 죽은 그 여자를 죽인 용의자의 현장검증이 시작되려는 참이였지.

그때 군 생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현장검증이라는걸 눈앞에서 보게 되었어.

우리가 하는 일은 유가족들이 용의자를 죽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였어.

유가족들은 용의자를 보며 죽이겠다며 화를 내며 오열하고 있었고

용의자로 보이는 아저씨는 마스크를 쓰고 

묵묵히 마네킹에 입혀진 스타킹을 벗겨서

마네킹의 목을 조르고 있었어.

영화에 보면 그 순간 막 살인자의 눈빛이 보인다며 그러잖아.

모두가 그런것 같지는 않았어.

적어도 내가보기엔 그 아저씨의 눈빛은 후회와 속죄의 눈빛이였어.

나중에 알고보니

그 아저씨는 운수업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이였는데,

대학생이였던 여자와 운전 중 사소한 시비가 붙어서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거야.

정말 평범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말이야.

그때 생각했어.

살인자는 멀리있는게아니라 자신의 가장 가까이서 자신을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