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카톡하는 친구녀석이 있습니다.

고놈한테 한달전쯤인가 자기가 치질에 걸렸다며 피곤하거나 술마시거나 하면 피나고 아프다더군요

아프겠구나 싶긴 했지만 아직 겪어보질 못해서 그런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깁니다.

그러다 어느날 아침에 엄청나게 딱딱한 똥을 누고나서부터 항문이 묵직하게 아파옵니다.(4/19)

새로운 종류의 고통이 시작된겁니다.

앉으나서나 항문이 아팠습니다. 몸살기운까지 동반합니다. - 그저 피곤해서 몸살이 온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치루 증상중 하나더군요- 

잠도 제대로 못잘 정도로 아팠습니다. 항문주변에 쌀알정도 크기의 혹이 생긴게 만져졌습니다.

친구한테 말했는데 자긴 그정돈 아니랍니다. 내가 고통에 예민한건가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원래 이렇게 아픈게 맞는거 같습니다.-

아프고나서 그 다음날 바로 병원갔더니 이노므 의사가 항문 내시경한다며 항문에 내시경카메라를 밀어넣습니다.(4/20)

분명 바깥에 뭐가 났다고 말했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밀어 넣습니다. 존나 아픕니다. 내치핵이랍니다. 시벌

내치핵 초기고 약하고 좌약만 처방받습니다. 의사가 씩 웃으며 수술하러 오게 될거랍니다. 시벌

약도 잘 묵고 좌약도 잘 넣는데 고통은 점점 심해집니다.

이틀간 처방된 약만 잘 처묵하다가 불현듯 '항문 옆에나있는 혹에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던거지?' 라는 뒤늦은 의문을 가집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다시 만졌을때는 약 50원정도크기의 혹이 만져집니다.

좃된걸 느낍니다.

여러 검색을 한 결과 치루라는걸 알게됩니다. 노홍철보며 괜히 웃었습니다.

친구한테 연락을 합니다.

가는데 순서없다고 즐거워 해줍니다.

습관적으로 아침에 바나나하나 먹고 토요일(4/22) 아침에 병원을 찾습니다.

바나나 하나라서 그나마 다행이란걸 나중에 깨닫습니다.

괜찮습니다 옆에 또 유명한 항문외과가 있습니다.

의사가 보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치루랍니다.

그저 항문주위농양이어서 째고 경과를 지켜보고 자시고가 아니라 그냥 치루 & 항문주위농양이랍니다. 터져야 치루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봅니다.

바로 수술합니다.

존나무섭습니다.

관장할줄 알았는데 안한답니다. 똥물이 수술한곳에 흘러들어 갈 위험이 있기때문이랍니다.

그럼 어떻게 하냐니까 거즈로 밀어넣고 수술한답니다. 헐...

수술실로 들어갑니다.

수술전 주사바늘이 3가지 정도 들어오는데

링거바늘, 항문조영제(?) -기억이 잘..-, 그리고 하반신 마취를 위한 척추주사입니다.

링거는 종종 맞아서 고통의 수위를 다들 아실겁니다.

하반신 마취주사는 많이 맞지 않으니 어떨지 궁금하시겠지만 전혀 아프지않습니다. 새우자세만 잘하면 됩니다. 잡아줍니다 간호사가

근데 저 중간에 이상한 주사를 하나 놓는데 그게 존나 아픕니다. 맞는순간 팔이 타들어가는 느낌입니다. 놔주는 간호사가 웃으며 짜증나게 아프죠? 라고 말합니다. 존나 짜증납니다. 맞고나서도 계속 아픕니다. 맞은 부위가 10원짜리의 80% 크기정도로 부풀어 오릅니다.

어느순간 고통이 사라졌는데 기억이안납니다.

하반신이 마비되오는게 느껴집니다.

개구리마냥 엎드립니다. 간호사들이 항문이 잘 보이게 테이프로 엉덩이를 벌리는게 느껴집니다. 단 1의 치욕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존나 아프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뿐입니다.

발가락이 움직이는데 수술 시작합니다.

뭔가 빨아들이는 소리가 계속 들리고 기계음이 들립니다.

수술이 계속되는데 계속 아랫배쪽과 오줌나오는 소변관같은데가 계속 아픕니다.

아프면 아프라고 말해서 아프다고 말하는데 아프냐고 물어보면서 계속 수술합니다.

주사시간과 이것저것 준비시간을 제외하고 수술시간은 15~20분 정도인거 같습니다.

짐짝처럼 병실에 던져집니다.

하반신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머리도 들지 말랍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게 이렇게 큰 고통이란걸 깨닫습니다.

하지만 더 큰고통이 오리라는걸 몰랐습니다.

친구와 카톡을 했습니다. 거즈는 안넣은거같아. 그건 내치핵 수술만 하는건가봐 라는 철없는 소릴 합니다.

항문에 피가나는건 치루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거즈 넣습니다.

정오쯤 수술이 끝나고 저녁 6시쯤 다리가 완전히 움직여집니다. 다행히 소변도 잘 나옵니다. 기쁩니다. 기쁨과 동시에 항문에이물감이 느껴집니다.

급격히 아파옵니다.

그자식들이 똥꼬에 거즈를 박은겁니다.

내일 아침에 빼준답니다. 움직일때마다 항문이 아픕니다. 죽을거같습니다.

아침에 바나나 하나만 먹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방구가 안나오는게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아침에 바나나 하나만 먹은 내가 자랑스럽다고 칭찬합니다. 수술전에는 아무것도 물도 먹으면 안됩니다.

자려고 불을껏지만 도저히 안되겠어서 11시 30분쯤 간호사를 부릅니다. 거즈좀 뺴주세요.

간호사가 말합니다. 재발 할 위험이 있어서 정 못견디겠으면 겉에있는 거즈만 빼주겠답니다. 겉에거즈만 빼도 살만합니다.

00시 30분쯤에 겨우 잠듭니다.

꿈을꿉니다. 아침에 간호사가 거즈를 빼주는데 똥을 난사합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깹니다. 1시 30분이며 간호사 얼굴에 똥을 안뿌린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느낍니다.

다시 자려고하지만 항문에 거즈때문에 아파서 잘 수가 없습니다. 바나나 하나먹은게 드디어 신호가 옵니다.

방구가 나오려 합니다. 그래도 바나나하나쯤의 방구는 양이 얼마 안되나 봅니다. 참을만 합니다. 밤새 씨름하다 5시 30분쯤 겨우 잠들어서 7시에 깹니다.

천사가 들어옵니다. 거즈를 불리기 위한 좌욕을 3분정도 하고 간호사가 거즈를 빼줍니다. 드디어 살것같습니다.

이런저런 주의사항을 듣습니다. 100명중 2명정도는 수술뒤 1~2주쯤에 변을 보러갔다가 핏덩이를 싸거나 종이컵 반컵 분량의 피를 뿌린다고합니다. 그러면 병원에 전화하고 119구급차 타고 오랍니다. 겁이납니다.

무통을 달고 퇴원합니다. 가게를 운영하는데 걍 1주일정도를 쉬기로 마음먹습니다.

월요일에 병원 내원하라고 해서 병원을 갑니다.

수술로 구멍낸 부분에 손가락넣고 소독한다고 이것저것 할 줄 알았는데 하지않고 수술한 부위만 봅니다.

수술은 잘 됐답니다. 수술은 시톤술로 했고 고무줄이 달려있다고합니다. 고무줄은 1주일 정도 있으면 끊어질거라고합니다.

무통 리필할거냐 그래서 한번더 리필합니다. 아픈건 싫습니다. 리필하면 이틀정도 더 갑니다.

수술하고 이틀지난 저녁에 드디어 첫 변을 봅니다.

계속 채소와 물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변이 아주 잘 나옵니다. 1초만에 대변을 봅니다.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4/27) 무통을 뗐습니다.

생각한거보다는 견딜만 합니다.

크게 아프지도 않습니다.

고무줄 끊어질 때 쯤되서 아픈 사람도 있다던데 그때가봐야 알것같습니다.

수술 끝나고 매일같이 누워서만 생활했습니다. 괜히 무리했다가 재수술 해야될까봐 사렸습니다.

이상입니다. 고무줄이 끊어지거나 다른 변동사항이 있으면 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