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대출 규제때문에 걱정하시는 분들이 올리는 글들을 보니 4년전이었던 2017년 8.2정책때가 떠오르네요.

바로 8.2대책 시절 이야기를 써볼까 하다가 그냥 저의 부동산 투자 이력에 대해서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도 할 수 있을듯 해서 처음 집을 사게 된 시절에 대해 한번 적어보려 합니다.

편의상 반말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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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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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때 소위 말하는 욜로족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욜로족은 아니었지....

운좋게 또래들보다는 조금 일찍 연봉이 괜찮은 직장에 취업을 했다.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은 아주 잠시 뿐,

흙수저 집안의 장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학자금 대출 상환금과 취준생 때 쌓여갔던 빚들이었다.

 기댈거 없는 집안의 장남에게 종자돈 모으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보너스 좀 나오는 달은 기다렸다는 듯이 중고차가 고장이 나고,

성과급 좀 나오는 달은 기가 막히게 아버지 치아가 안좋으시거나 부모님 집의 냉장고가 수명이 다한다.  

이놈의 학자금 대출은 받을 땐 깃털같이 가벼워보였는데 대출 잔액은 늪에 빠진 것마냥 줄어들질 않는다.

아파트 한채에 몇 억씩 하는 미친 세상인데,

이놈의 월급을 죽어라 모으기만 해도 원룸을 벗어날 길은 요원한데

20대의 젊은 혈기는 그 와중에 연애가 하고 싶고 사랑이 고프니..... 

나를 향해 웃어주는 그녀 때문에 무심코 카드 한번 긁고나면 

이번 달의 목표 저축액은 여지없이 다음 달로 미뤄진다.

가계부 써가면서 네이버 최저가 검색과 뽐뿌 핫딜로 쓸데없는걸 싸게 사는걸로나마 소비욕구를 풀고,

여자친구에게는 몬테스알파 와인 대신 버니니 한병으로 퉁치는 데이트를 이어가며, 

대출과 할부금을 갚고 4년동안 나름 모은다고 모았는데 내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은 꼴랑 5천이었다. 

그나마 직장생활 처음 몇년은 직장동료가 살던 빌라의 방 한칸을 아주 싸게 얻어 살수 있어서,

집 때문에 나가는 돈은 많지 않았다. 

굉장히 감사한 일이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각성할 수 있는 기회를 몇년동안 놓친 셈이다.(읽다 보면 왜 그런지 알게 될 것이다)

어쨌든 직장동료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내가 살 집을 구하게 되었다. 

대학시절부터 고시원, 엘베없는 원룸 , 반지하 빌라 등등을 옮겨다니면서 살았었는데,

그래도 5천만원이면 그 시절보다는 쾌적한 삶을 살 수 있겠지 하는 나의 기대는..... 

부동산중개소에 들어서자마자 처절하게 무너졌다. 

아파트 전세는 당연히 불가능이었고, 직장근처 신축빌라 방 1개에 주방이 딸려 있는 곳도 전세가 1억이었다. 

대충 녹록치 않은 세상인건 알았지만 그래도 직장생활 몇년을 했는데 대학시절의 삶에서 나아진게 전혀 없다는 것은 너무 비참한 현실이었다.

현실 앞에서 멘탈이 나간 나에게 부동산 사장님은 뜬금없이 물었다,

"정말 좋은 집이 좀 싸게 나왔는데 구경이나 한번 해보지 않을래? 월세긴 한데 집이 정말 좋아" 

월세요? 얼만데요? 

"풀옵션 오피스텔인데 한달에 65만원이야, 원래는 80만원짜리 집인데 창고에 주인 짐 두는 조건으로 좀 싸게 나온거야"

뭐?! 65만원? 

이 아저씨가 미쳤나, 전세 5천만원 짜리 집 구하는 사람한테 월세 65만원짜리 집을 보여주다니!

하지만 아무리 돌아다녀봤자 전 재산 5천만원으로는 내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집이 없을 건 확실했기에ㅠ.ㅠ

나는 반쯤 될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그 집을 보러 갔다. 

그 오피스텔은 정말 천국같은 곳이었다.

방도 따로 있으면서 아주 넓고도 넓은 거실에 모든 것이 풀옵션, 

햇빛이 창문 안으로 미친듯이 들어오는 따뜻한 공간

(나중에 알고보니 서향.....ㅡ_ㅡ;;), 

입구부터 카드키로 열고 들어와야 되는 시스템!

(그런데서 꼭 살아보고 싶었다....)

전 세입자가 여성분이어서 그런지 집에서는 은은한 향수 향기에 여기저기에서 묻어나는 센스있는 인테리어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도 예쁜 여성들이 왜 이리 많이 타지 했는데 그건 나중에 알고보니 음......)

갑자기 대학시절 이런 오피스텔에 살던 선배가 생각났다. 

객관적으로 나보다 키도 작고 얼굴도 그닥이었는데, 

꽤 예쁘던 누나와 사귀던 그 형, 

늘 빈폴 마크가 새겨진 옷만 입던 그 형이 왜 지금 갑자기 생각난걸까? 

'그래, 어차피 졸라게 마음고생하면서 모아봤자 1년에 천만원 모으는데 내 인생에 무슨 큰 돈을 모으고 결혼을 하냐, 그냥 이런 좋은데서 살면서 인생을 누리련다!

그래도 월급나오는 직장은 있잖아, 그냥 욜로로

 살거야!'

카드키로 엘베 입구에서 경비아저씨가 지키는 출입문을 열 수 있는 집에 나도 살수 있다는 생각에까지 미치자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나는 그 집을 둘러보고 이성을 잃은채 소리쳤다

저 이 집 계약할게요!

그렇게 계획에도 없던 나의 욜로 라이프가 시작되었고 

나의 내집 마련 이야기는 기약없이 미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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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길어져서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