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월세65만원짜리 역세권 풀옵션 오피스텔에 입주하게 된 이후로,

나는 여세를 몰아 외제중고차 2500만원짜리를 마통으로 지르는 저세상 텐션으로

본격적인 욜로라이프의 길을 걷게 된다

(부동산 포럼에서 이게 무슨 전개?)

포기하면 편하다고 했던가,

어차피 내가 모은돈 5천만원으로는 깨끗한 빌라 전세조차 못사는 현실을 접하고 나니 만사가 귀찮아졌다.

지금까지 살았던 것처럼 또 가계부 보면서 스트레스 받고,

아무 것도 물려주지 못한 부모님을 원망하면서 몇년을 더 고생해서 돈을 모은다고 해봤자

30대 후반쯤에 1억이나 만질 수 있을까? 

그 와중에 가족 중 누가 아프기라도 한다면? 아마 그 정도의 돈조차 만져보지도 못하겠지 

결혼만 포기하면, 

내 가족을 만들겠다는 욕심만 포기하면 그 깟 집과 돈이 대수랴, 하하하 ㅠ.ㅠ

(그래, 다 나약한 변명이고 현실도피였던거 인정함....)

그렇게 자포자기와 기대감이 섞인 심정으로 시작한 오피스텔 생활은 여러모로 내 예상과는 달랐다.

우선 오피스텔에서의 생활은 내가 대학시절 꿈꿨던 것만큼 폼나고 화려하지는 않았다.

비싼 관리비에 비해 통풍이나 환기는 취약했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젊은 여성들의 상당수는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면서 일수가방을 든 두툼한 남자들과 함께 있었고, 

뭔가 거주지로서의 안정감과 안락함이 매우 부족한, 말 그대로 '오피스'텔이었다.

반지하빌라나 전전하던 내 기준에서 바라만 봤을 때는 멋진 곳이지만, 

막상 살아보니 오래 살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활의 질 측면에서 실망스러웠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내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 

바로 비용에 대한 부분은 생각보다 견딜만했다는게 또 의외였다.

일단 예전에 고시원에 살때나, 동료 집에 얹혀 살때도 최소한의 주거비는 지출이 되었기 때문에 

오피스텔 월세 65만원이 막상 살아보니 기둥뿌리가 뽑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월세보다는 생각지도 못한 관리비가 25만원씩 나와서 뒷목 잡는줄)

당시에 1~2년 정도는 한번 저축 생각하지 말고 월급 다 써보면서 막 살아보자는 마인드로 살았는데..... 

월세65만원 + 관리비 25만원 + 자동차 할부금 70만원 도합 160만원에 각종 공과금까지 월급에서 200만원이 순식간에 홀라당 나갔었고 남은 150만원 정도로 생활을 했었는데 의외로 적자가 나지는 않았다.   

일단 깔끔한 집에 사니 여자친구랑 밖에 나가서 돈 쓸 시간에 집에서 같이 요리해먹으면서 꽁냥꽁냥하기가 더 좋아서 모텔비, 기름값, 외식값이 줄어드는 비용,

좋은 차를 타고 다니니 상대적으로 옷 같은 건 싼거 대충 입고 다녀도 안꿀리는 효과(그래, 나 소싯적엔 허세충이었음.....) 로 줄어드는 생활비도 꽤 컸다.

나 이제 미래 포기하고 막살거야!라고 외치고 시작한 욜로 라이프지만 태생이 흙수저 뽐뻐라 살다보니

위와 같은 이유로 아껴지는 부분도 생기면서 저축도 찔끔찔끔 할수 있는 수준이 되더라.  

좋은 집(내 기준에)에 살고, 좋은 차를 타보면서 내일은 없다 모드로 비싼 호텔 투숙도 해보고 5만원짜리 호텔 빙수도 사먹어보면서 자본주의의 달달함을 시한부로라도 좀 느껴보니 ㅋㅋ

뭐 요새 많이 쓰이는 용어인 '아비투스'라고 있잖아?

10년을 거지같이 아끼고만 살면서 생긴 빈자의 아비투스에서 아주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었던거 같다. 

그러면서 나는 깨달았다, 

아, 한달에 주거비로 100만원 가까이 내고 살아도 어떻게 다 살아지는구나!

비록 나에게 100만원이 엄청난 돈이긴 하지만 내가 주거비에 투자한 만큼 삶의 질이 올라가고 그로 인해 상쇄되는 비용도 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 100만원이란 돈이 매달 증발하는건 정말 미치도록 아깝고 허무한 일이구나, 월세는 진짜 벗어나야 한다ㅜ.ㅜ

 이런 안락함을 내 집에서라면 더 많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대출 받아서 집을 사도 지금처럼 월 100만원 정도의 원리금만 낸다면 그럭저럭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결론에 다다렀다.

근데 인구 줄어서 집값 이제 더 떨어진다고 티비에서 요새 잘나가는 선대인이 말하던데 집 사는게 맞나?

니미, 집값이 떨어져서 반토막이 나도 지금처럼 월세 내고 사는 것보단 낫지 않나? 

막말로 반토막이 나도 대출 다갚고 나면 집 한칸이라도 남는데 이놈의 월세는 그야말로 공중에서 사라지는데? 

 그렇게 오피스텔1년 계약이 끝나가던 무렵 오피스텔이나 빌라를 사더라도 내 집을 사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던 바로 그 때,

TV에선 닭근혜의 똘마니 최경환이 대출 많이 해줄테니 집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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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