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7년차 된 현직 기자입니다.

IT, 유통과 함께 창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중 창업에 애착이 많습니다. 일단 어머니가 30년 넘게 식당을 해오고 계시고 그 중 15번 넘게 망해서 가게를 옮겼습니다. 고단한 영세 자영업자의 생활을 옆에서 지켜보며 느낀 문제의식들이 저를 이 길로 인도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창업 게시판은 눈팅만 했는데, 제가 국내외 자영업 시장 관련 취재하며 얻은 정보들을 공유하면 좋겠다 싶어 용기(?)를 내서 글을 씁니다. 다른 의견이 있거나 제 정보가 틀렸다면 바로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편의점 창업 관련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내 편의점은 일본, 대만에 비해 엄청나게 많습니다. 현재 국내 편의점은 3만3000개 이상, 인구 1500명당 1개 꼴입니다. 일본(약 5만8000개)과 대만(약 1만300개)은 2200명당 1개 꼴입니다. 포화도가 우리가 훨씬 높습니다.

반면 편의점의 경쟁력은 더 약합니다. 편의점은 현재 동네 슈퍼를 넘어 택배, 도시락 등 각종 서비스를 덧붙이며 생활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상품과 서비스(SW)가 늘어나면 이를 진열할 매장 공간(HW)도 넓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5평 이하 소형 편의점이 전체의 72%에 달합니다(편의점산업협회 자료). 반면 일본은 기본 40평 이상이고, 대만도 원래는 우리처럼 소형 편의점이 많았지만 2011년부터 대형화를 시작해서 지금은 25평 이하가 57%로 비중이 줄었습니다.

- 지난 2월 대만 토종 편의점 하이라이프의 진공여(陳功與) 총경리실(우리나라로 치면 사장실) 처장이 판서까지 하며 대만 편의점 대형화 트렌드와 대만, 한국, 일본의 편의점 포화도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대만의 소형 편의점 비율은 점점 줄어들지만 우리나라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우리나라 편의점 본사들의 지나친 출점 경쟁 때문이라고 봅니다. 대형 편의점은 창업비용이 더 비싸고 출점할 공간 확보도 어려워 출점에 시간이 걸립니다. 본사 입장에선 점포 경쟁력이야 어찌 되든 소형이라도 계속 출점해 상품 매출을 늘리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려는 것이죠.

대만은 작년에만 1000개가 신규 출점하고 900개가 폐점해 100개가 순증했습니다. 1만개에 도달한 2014년부터 포화 상태라고 판단해 3년째 100개씩만 순증시켜 왔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작년에만 3000개가 순증했습니다.

(일본, 대만은 휴가 기간에 자비로 출장을 가서 알아본 겁니다. 가서 프랜차이즈협회장이나 로손, 하이라이프(대만 토종 편의점 업체) 등 업계 분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정말 화가 나고 창피합니다. 우리나라 편의점이 1500명당 1개씩 있고, 작년에만 3000개 순증했다고 하면 이 분들이 깜짝 놀랍니다.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우리를 걱정합니다. 일단 출점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본사 잘못이 크지만, 공부도 발품도 없이 묻지마 창업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안타깝지만 책임이 있습니다. 물론 자영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제공 못하는 정부, 언론, 학계, 시민단체 등의 잘못도 큽니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죠. 저는 우리나라 자영업을 ‘버려진 시장’이라고 부릅니다. 너무 파편화돼 있어 아무도 관심을 안 갖거든요. 여기에 대해선 나중에 더 기술하겠습니다. 정말 너무 답답해서 하고픈 말이 많습니다.)

저는 2014년 말부터 매년 프랜차이즈 다점포율을 조사해 왔습니다. 같은 브랜드로 점포를 2개 이상 운영하는 점주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는 겁니다. 그 브랜드가 정말 장사가 잘 된다면 자본력 있는 점주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같은 브랜드로 점포를 2개, 3개, 5개, 10개씩 늘리겠죠. 반대로 장사가 안 되면 3~4개 하던 것도 1~2개로 접을 테고요. 이들은 ‘투자형 점주’입니다. 반면 점포를 1개씩만 운영하는 점주는 대체로 ‘생계형 점주’라서 장사가 잘 되거나 안 돼도 점포를 늘리거나 줄일 수 없습니다. 그 점포가 유일한 생계 수단이니까요. 특히 편의점은 인테리어 5년 약정 때문에 폐점이 더 어렵죠. 이른 바 ‘좀비 점포’, ‘한계 점포’로 근근이 버티는 이들까지 점포수로 카운트해서 브랜드의 규모나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는 건 바람직한 접근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다점포율의 매년 변동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사해보니 대체로 브랜드 순위별로 나오더군요. 편의점도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위드미 순으로 다점포율이 높았습니다.

2015년 말에 재조사했을 땐 5개 브랜드 모두 다점포율이 증가했습니다.

- 국내 편의점 업종 2015~2017년 다점포율 추이.

편의점 대형화는 앞으로 메가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형 편의점은 한 마디로 SSM입니다. 더 쾌적한 쇼핑 환경과 다양한 상품 구색으로 소비자를 유혹합니다. 소비자는 같은 거리면, 아니 조금 더 멀더라도 대형 편의점을 선호하게 될 테고 그럼 인근 소형 편의점은 하나둘 도태될 겁니다. 소형 편의점이 먼저 출점해 상권을 선점하더라도 늦게 진출한 대형 편의점이 상권을 잠식하는, 이른 바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뽑는 근린궁핍화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됩니다. 당연히 대형화에 동참할 수 없는 생계형 편의점 점주는 정리되겠죠.

참고로 골프존 점주들도 비슷한 상황을 미리 겪었습니다. '리얼'이란 구형 장비로 출점한 점포들은 '비전'이란 신형 장비로 나중에 출점한 점포에 상권을 뺏기고 도태됐습니다. 그럼에도 골프존 본사는 무분별하게 신규 출점을 진행해 구형 장비를 갖춘 점포들의 도태를 모른 척 했죠. '구형 장비 골프존=소형 편의점'입니다. 편의점주 분들이 여력이 된다면 기존 점포를 확장해서 대형화하시길 권합니다. 그래야 대형 편의점이 인근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간단히 쓰려 했는데 첫 글부터 길어졌네요.. 담에 기회가 되면 다른 업종에 대한 정보도 나누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