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은 95년생...14학번이죠.
이 해엔 개성고 좌완 심재민이 자질 면에서는 최고로 꼽혔는데 이 선수 부상으로 유급을 2번이나 한 빠른 94죠.
자질은 확실한데, 부상도 확실하고 부상으로 사라진 투수가 한 둘이 아니다보니 가치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진흥고 하영민, 덕수고 한주성-안규현-전용훈, 제주고 임지섭, 북일고 유희운, 경남고 김유영, 효천고 차명진, 상원고 이수민, 서울고 배재환, 군산상고 조현우 등과 더불어 경북고 박세웅은 그 또래에서 서로 경쟁하는 투수였죠.
kt는 우선지명을 2명 할 수 있었는데, 부상이 있는 심재민을 뽑냐 마냐 우완을 뽑냐, 좌완을 뽑냐 생각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는데,
결국 심재민과 유희운을 지명합니다.
유희운을 1차지명 후보로 찍어놓고 있었던 한화는 한숨이 쏟아졌고, 김응룡 감독은 왜 하필 유희운이냐고 불만을 토로했죠. 할 수 없이 청주고 황영국을 1차지명 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합니다.
자이언츠 프런트도 왜 하필 심재민이냐고 한숨을 내쉬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심재민이냐 김유영이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일은 더 편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1차지명을 하는데 nc와 kt는 연고개념 없이 다른 8개팀이 1차지명을 한 후에 남은 선수들 전부를 대상으로 1명씩 뽑기로 합니다.
삼성은 상원고 좌완 이수민이냐 경북고 우완 박세웅이냐를 놓고 고민을 했는데 이수민 이 선수가 참 대단한 게 대구고를 상대로 한 경기 삼진 26개를 잡은 신기록을 세웁니다. 비록 연장 10회까지긴 했지만 30아웃 중에 26개를 삼진으로 잡은 겁니다. 류중일 감독은 고교 후배인 박세웅에 미련을 두지 않고 이수민을 뽑습니다. 그 해에 장원삼이 FA를 앞두고 있어서 팀 사정상 좌완 선발요원을 뽑아둘 때도 됐구요.
기아는 하영민과 차명진을 저울질 하다 차명진을 뽑고, 하영민은 2차지명으로 흘러가 넥센으로 갑니다.
암튼 박세웅은 그렇게 kt까지 흘러오게 된 것이죠.
참고로 이 해엔 덕수고가 완전 고교야구 킹왕짱을 먹었는데 전반기 황금사자기 후반기 청룡기를 모두 재패하며 1차 지명에만 2명이 뽑히고, 2차 지명까지 4명... 한 학년에 무려 6명에 프로에 갔습니다. 그것도 5명이 2차 2번 이내로...
그렇게 덕수 출신 1차 지명된 야수가 넥센의 임병욱입니다. 박병호 뒤를 놓고 키운다는데 임병욱 동기인 김하성이 이렇게 잘하는 걸 보면, 임병욱은 또 얼마나 잘할지 정말 궁금합니다.
그렇게 드래프트가 끝나고 여름방학에 세계 청소년 야구선수관대회가 열렸는데 대표팀에는 제주고 임지섭, 덕수고 한주성, 안규현, 청주고 황영국, 경북고 박세웅, 상원고 이수민, 효천고 차명진, 북일고 유희운 이렇게 투수 8명이 뽑혀 나갑니다.
여기서 두산에 1차 지명된 한주성은 전천후로 활약하면서 마당쇠 노릇을 했는데 140대 초반의 공을 넣었나 뺐다 하며 타자를 갖고 놀았죠. 두산 프런트는 흐뭇해 했고, 유희운을 놓쳐서 풀이 죽었던 한화도 황영국이 제법 괜찮은 공을 던지면서 슬며시 표정이 풀립니다.
하지만 진짜 신난 쪽은 lg였죠. 임지섭은 152km를 뿌리면서 쿠바를 상대로 16탈삼진을 뽑아냅니다.
박세웅은 임지섭이나 한주성에 비하면 눈에 띄는 투수까진 아니었죠. 하드웨어 면에서 더 좋은 투수들도 있었고, 공이 더 빠른 투수도 있었고, 제구가 더 좋은 투수도 있었는데... 이걸 다 종합한 투수로서의 완성도 면에서 장점이 있었고, 신생팀에서 기회를 많이 받는 바람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어서 일찍부터 이름을 알렸다고 봅니다.
박세웅 외에도 박세웅을 포기한 삼성의 이수민, 유희운과 운명이 바뀐 황영국, 심재민과 김유영 등 신인지명 과정에서 엇갈린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해나가는지 보는 것도 야구를 보는 재미가 아닐까 싶군요.
여담으로 프로 지명도 다 끝나고 여름방학 때 대통령배가 열렸습니다.
최강 덕수고는 청소년 대표로 주전을 죄다 차출당해 다른 팀들에게는 우승을 노릴 절호의 기회였는데,
예상 외로 약체로 평가되던 공주고가 결승에 올라갑니다.
상대는 유희운이 대표팀으로 빠진 전통의 명문 천안북일고...
공주고 출신들은 박찬호부터 해서 막 동문들이 다 모여서 응원을 했고, 극적으로 북일고를 꺾으며 우승을 차지합니다.
그 공주고에서 프로에 간 선수는 에이스 이재림이 유일합니다. 한참 하위순번인 2차 8지명이었죠.
드래프트에서 그리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결국 전국재패를 이끌어낸 에이스를 알아본 팀은 어디였을까요?
이장석 대표의 넥센이었습니다.
과연 이 선수가 어떻게 성장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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