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은 링크를 참조하세요.
혹시 김성근 감독도 투구폼을 바꾸라고 했었나.
“사실 감독님하고는 내가 연세대 재학 중일 때 첫 인연을 맺었었다. 감독님이 쌍방울을 맡고 계실 때 연세대 김충남 감독님과의 인연으로 전주 전지훈련장을 방문하셨었다. 임선동 선배가 4학년이고, 내가 1학년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때 감독님께서 투수들을 봐주셨는데, 내 피칭을 보시곤 가능성이 많다며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그러다 이번에 한화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감독님께 인사드리러 갔더니 하시는 말씀이 ‘대학생이었던 친구가 벌써 마흔살이야?’라며 웃으셨다. 그리고 투구폼을 바꿔 보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이도 있고, 이번에 투구폼을 바꿔서 실패하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감독님이 원하신 건 전체적인 투구폼을 바꾸려 하신 게 아니라 팔꿈치를 내려서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가길 바라셨다. 그런 방식으로 훈련을 했는데 또다시 팔꿈치가 안 좋아졌다. 어쩔 수 없이 감독님을 찾아가 팔꿈치가 아프다고 말씀드리니까 팔을 펴서 던지라고 조언해주셨다. 내가 갖고 있는 폼에다 감독님의 조언을 참고해서 던지니까 한결 부담이 덜했다. 투구폼이 편해졌다고나 할까. 무엇보다 제구력 잡기가 수월해졌다.”
한화의 상승세를 지켜보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한화의 변화에 어떤 요인이 있는지 궁금해 한다. 선수들이 보는 시각이 궁금하다.
“우리가 훈련을 많이 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실력이 늘어나진 않는다. 수배 개의 피칭을 했다고 스피드가 5km 이상 빨라질 수도 없다. 그런데 힘든 훈련을 소화해내면서 선수들 사이의 끈끈한 팀워크가 생겼다. 어느 순간부터 ‘두려움’은 사라지고 ‘자신감’이 장착됐다. 시합 전에 선수들이 모여 ‘이기자’ ‘하자!’며 손을 맞댄다. 그런 모습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무엇보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나 의식에 많은 변화를 이뤘다. 패배 의식은 오래 전에 사라졌다. 초반에 지고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믿는다. 난 이글스에서만 16년 째 선수로 뛰고 있다. 이전의 팀 분위기와 지금의 팀 분위기는 하늘과 땅 차이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다. 물론 예상치 않은 패배로 선수들의 사기가 꺾일 때도 있지만, 그게 오래가지 않는다. 금세 회복한다.”
올시즌 권혁 선수와 새로운 ‘필승조’를 이루고 있다. 박정진이 보는 권혁은 어떤 선수인가.
“혁이는 기존의 한화 선수들과 마인드 면에서 차이가 있다. 승부욕이 엄청 강하고, 그걸 겉으로 표출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모습이 자신감으로 비춰져 상대 타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혁이가 한화와 FA 계약한 날, 평소 전혀 친분이 없던 내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선 ‘형님, 혁이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언제 식사 한 번 하시죠’라고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많이 놀랐다. 계약한 날, 내게 직접 전화했다는 것도 그렇고, 먼저 식사하자고 청했다는 것도 남다르게 느껴졌다. 그래서 바로 만나 식사를 했다. 캠프 때도 둘이 계속 붙어 다니며 야구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혁이가 던지는 걸 보면 집중력이 대단해 보인다. 나도 그런 혁이를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사실 (윤)규진이가 빠지면서 내부에서 걱정이 많았다. 뒷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 선수들도 속마음을 드러낼 정도였다. 그때부터 혁이가 자리를 잡아줬다. 내가 혁이 앞에 던지지만 안타 맞고 주자가 나가 있어도 마음이 편하다. 뒤에는 혁이가 있으니까. 혁이도 마무리는 안 해 본 자리인데, 지금까진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화 투수진의 혹사 논란도 여전히 뜨거운 이슈이다.
“선수보다 주위에서 더 걱정하는 것 같다(웃음). 중간에 연투가 많아지고, 이닝이 길게 가면 피로도가 쌓이는 건 맞다. 그런데 나도, 또 혁이도 서로 던지겠다고 나선다. 트레이팅 코치님이 오늘은 쉬자고 해도, 혁이가 먼저 ‘1이닝 정도는 던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이고. 만약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괜찮기 때문에 던지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요즘 혁이랑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우리 몸 관리 진짜 잘하자. 이기는 경기는 우리가 확실히 막아주자’라고.”
박정진은 인터뷰 내내 지금은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정민철 위원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정 위원이 사표를 내고 팀을 떠났을 때 앞이 캄캄했었다는 그는 지금도 정 위원과 종종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인생 상담을 하고 있단다.
다음은 박정진이 남긴 메시지이다.
“팬들은 당장의 성적을 바라시겠지만, 난 통증 없이 공을 던질 수 있는 데 대해 감사한 마음 뿐이다. 그래서 올시즌 새로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야구장에서 팬들이 내 이름을 불러줄 때 전율을 느낄 정도의 짜릿함을 맛본다. 16년을 프로에서 뛴 내가 바라는 건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야구이다. 올해 그게 내 목표이다.” | |
|
등록안내
등록안내
0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