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성남고 하면 그거 성남에 있는 학교 아냐? 하시는 분들 많은데...
성남고는 서울 대방동에 있습니다.
이 성남고 때문에 성남시에는 성남여고는 있어도 성남고는 없죠.
친일파 부호와 일본군 대좌 출신에 국군 소장까지 지냈던 군인이 동업을 하면서 세운 사립학교입니다.
군인 출신이 이사장을 오래 해먹으면서 학교를 군대식으로 운영을 했었는데, 교훈부터 의에 죽고 의에 산다, 의생의사입니다.
두발기준도 근처 학교보다 엄격하고... 군인이 세운 학교라는 티를 철철 흘리고 다닌 학교죠.
이 학교는 뭔가 대대로 정신력, 투지, 죽도록 싸우고 어쩌고 이런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그런 분위기의 격투기 체육특기생도 많았고...
야구부도 스타 선수 없이 전력이 좀 모자라도 팀웍으로 메우는?
성남고 야구부 출신 중엔 차명석 코치, 최태원 코치, 강병규.... 뭐 이런 선수들이 드문드문 나오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팀 성적은 서울 내의 경쟁을 뚫기부터 쉽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한 때는 정말 저 셋이 사실상 전부였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치고 나가면서 전국대회에서 상위권에 치고 오르는 때가 있었는데...
93년 봉황대기가 그런 해였습니다.
그 해에 성남고는 뚜렷한 스타선수 없이 팀웍과 정신력으로 토너먼트를 올라갔는데,
대표적인 것이 몸으로 떼우기였습니다.
스트라잌존 바로 옆에 몸을 바짝 붙여서 조금만 볼이 안으로 들어오면 맞아버리니,
상대 투수들이 부담을 느끼고, 기싸움에서 밀리다보면 강민규를 비롯한 성남고의 발빠른 주자들이 베이스를 흔드는...
그런 야구로 강팀을 연이어 꺾어나갑니다.
믿을만한 투수는 오직 좌완의 에이스 3학년 김경태 뿐이었고, 2학년 김정훈은 김경태가 없을 때 버텨줬지만...
참고로 당시 내야 보던 2학년 권용관도 있었지만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권용관이 저 중에 제일 오래 해먹을 줄 그 누구도 생각 못했을 겁니다.
한참을 지고 있다가도 8회나 9회에 기어이 역전을 해내고, 한 번은 연장 16회까지 가서 역전을 합니다.
언론에선 군산상고를 잇는 새로운 역전의 명수가 나왔다며 기사를 써댔고,
성남고 OB 강병규는 시즌 중인데도 낮경기에 OB선수들 데리고 막 동대문에 나타나고...
(아 뒤의 OB는 old boy 말고 그냥 OB베어스 ㅋㅋㅋ)
그렇게 대망의 결승전까지 올라갑니다.
정말 오랜만에 전국대회 결승에 오른 성남고는 큰 맘 먹고 야구부원들을 동대문까지 학교 버스로 보내줍니다.
너무 낡고 오래된 거라 자리도 비좁고, 덜덜거리는 버스였지만, 보통은 그냥 대중교통으로 다녔거든요.
이사장으로서는 정말 크게 한 턱 쏜 건데...
전교생이 다 가서 응원을 하고, 완전 드라마가 하나 나오나 싶었는데...
결승전에서 만난 상대는 부산고였습니다.
당시 부산고 에이스는 주형광이었는데, 주형광은 전날 너무 길게 던져서 우완 최부락이 선발로 나옵니다.
최부락은 5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부산고는 착실하게 4점을 봅아내며 리드를 잡습니다.
하지만 6회가 되자 드디어 성남고가 반격을 시작합니다.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서 투수를 괴롭히며 몸으로 떼우고, 발로 떼우고...
그렇게 순식간에 뽑아낸 3점... 1점 차이...
또 한 번 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질 것인가?
하는 순간에 부산고 투수가 주형광으로 바뀝니다.
그때부터 뭔가 비현실적으로 살벌한 공이 막 들어오는데, 너무 공 끝이 좋으니까...
그렇게 막 들이대던 성남고 타자들이 주형광 공에 몸을 피하기 시작해버립니다.
전날 전전날 완투 가깝게 던진 투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계속해서 살벌한 공이 들어오고...
맞아라도 나가고 싶은데 몸이 말을 안듣는....
성남고의 여름은 그렇게 끝이납니다.
이 광경을 목격했던 성남고 학생들, 교사들은 정말 강렬한 인상이 남았는지...
성남고에는 꽤 오랫동안 우리 타자들이 그렇게 다 들이대더니, 주형광 올라오니 피하더라....는
전설같은 얘기가 돌았었죠.
이런 시기을 겪은 성남고는 김주철을 시작으로 노경은, 고영민, 박경수, 박병호 등등 좋은 선수들을 줄줄이 배출하더니,
정말 KBO에 성남고 출신이 많아졌습니다.
지금 같으면 그 때 모습을 상상하기가 오히려 더 힘들 것 같은데...
이승엽 홈런 관련해서 주형광 얘기를 보니 문득 이 생각이 나서 끄적여 봤습니다. | |
|
등록안내
등록안내
엘지랑 플옵에서 만나서 1안타 무사사구 완봉할때까지는 그래도 148까지 찍었는데 지금도 그이야기 하면 믿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ㅎㅎ
그때 경기 보신분 아니시면 ㅎㅎ
140도 힘든투수라고 기억들을 하시더라구요 ㅎㅎ
제대로 재활을 했으면 회복을 했을텐데, 본인이 너무 욕심을 내면서 낫기도 전에 무리를 하다 일찍 은퇴하게된 경우였죠.
당시 자이언츠 재활시스템이 워낙 허술했던 탓도 크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