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人터뷰] 이두환 아버지, “아직도 두환이를 떠나보내지 못했어요”

이광남 씨에게 야구는 삶의 일부이다. 아들이 떠난 지금도 야구는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시즌일 때는 매일 경기를 챙겨보죠. 제가 워낙 야구를 좋아했던 터라 안 볼 수가 없어요. 친한 동생들도 사회인야구팀에서 활약하고 있거든요. 주말에는 거기 가서 야구 구경도 하고, TV로는 프로야구 시청하고…, 그게 유일한 낙인데 비시즌인 겨울에는 그 낙이 없네요.”

이 씨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이런 말을 먼저 꺼냈다.

“제 자식 자랑일지는 몰라도 우리 애가 운동을 정말 잘했어요. 초등학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감독 선생님을 잘 만난 덕분이죠. 선생님들이 모두 두환이를 좋아해주셨어요. 수유초등학교에서 만난 진준석 감독님(성동초 감독)부터 이수중, 장충고 시절 두환이를 직접 가르쳐주신 유영준 감독님(NC 다이노스 스카우트) 등 지도자 복이 많았어요. 그분들과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요. 서로 좋아하는 사이거든요. 아들은 떠나고 이 세상에 없지만 선생님들과 안부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가는 즐거움도 있어요.”

이광남 씨에게 흐르는 세월은 아픔을 잊기 위한 ‘약’이 되지 못했다.

“흔히 세월이 약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전 약이 아닌 고통입니다. 자기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 심정이 되지 않고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세월이 흐르면 이 고통이 조금 무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쌓이기만 하고 여물지 않아요. 지금까지도.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두환이가 부상당했던 상황이 떠올라요. 좀 더 일찍 치료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쓸 데 없는 생각도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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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아들은 멀리 떠나보냈지만 아들을 대신해 88년생 친구들을 아들로 받아들인 이광남 씨는 “(양)현종이, (김)광현이 등은 이미 성공해서 제가 신경 안 써도 되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하는 친구들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면서 “모두 아프지 말고 야구선수든, 사회에서든 다 자리 잡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전한다.

김강 김경근 김광현 김남형 김재율 김선빈 박윤 양현종 이두환 이상화 이용찬 이웅한 이재곤 이준수 이천웅 임익준 임태훈 전준수 정영일 황인권. ‘88둥이’ 친구들이자 이광남 씨의 아들들이다. 그들이 12월 20일 자선호프를 열며 전한 메시지가 인상적이라 이곳에 옮겨 적는다.

‘매서운 칼바람에 눈꽃이 흩날릴 때면 더욱 생각나는 친구가 있습니다. 흰 눈꽃 송이처럼 티없이 밝던 두환이. 그런 두환이를 기리기 위해 올해도 88둥이들이 뭉칩니다. 그동안 두환이와 88둥이들에게 보내주시는 ‘愛’를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환우들과 나누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 나눔과 사랑의 온도로 모두가 따뜻한 겨울이 될 수 있도록 소중한 발걸음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