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석 넥센 감독은 "보이는 그대로, 고졸 신인 치고는 적응을 정말 잘하고 있다"며 "1차와 2차 스프링캠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타구 질이 점점 좋아지는 게 보인다. 힘도 점점 더 생기는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당분간 계속 2번 타순에 넣을 생각"이라고도 했다.

팀도 이정후의 활약이 기쁘지만, 집안에도 경사가 났다. 이정후는 현역 시절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이종범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장남이다. 그래서 '바람의 손자'로 불린다. 아버지가 워낙 대선수였다. 그런데 프로 통산 1호 홈런을 아버지보다 먼저 쳤다. 1993년 해태에서 데뷔한 이 위원은 시즌 16번째 경기인 4월 30일 잠실 LG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날렸다. 이정후의 홈런은 시즌 7번째 경기에서 나왔다. 그것도 1호와 2호를 같은 날 쳤다.

광주에서 병상에 누워 있는 이 위원의 아버지는 손자가 전해 온 희소식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손자가 홈런 쳤다면서?"라고 기뻐했다. 이 위원은 "아들과 손자가 프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모두 보실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라며 "이제 (이)정후가 '이종범 아들'이 아니라 내가 '이정후 아빠'로 불렸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 고졸 신인 선수가 잠실구장에서 홈런 2개를 하루에 쳤다.

"고등학교 때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신기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후로 한 경기 홈런 2개는 처음이다. 기분이 좋기는 했는데, 얼떨떨한 게 먼저였다. 아무 생각 없이 쳤는데 운이 좋았다.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 때는) 뭔가 그동안 상상만 했던 게 이뤄진 것 같아 좋았다. 집에 가서 홈런 영상을 한 번 다시 봤는데, 타이밍이 잘 걸려서 넘어간 것 같다."

- 팀 선배들이 (더그아웃에서 침묵하는 척하다 환호하는) 메이저리그식 홈런 신고식을 해 줬는데.

"조금 놀랐다. 그런 분위기를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당하니까 좀 당황스럽더라. 들어와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웃음) 나중에는 기분이 좋았다."

- 첫 홈런은 언제쯤 나올 줄 알았나. 아버지보다 먼저 쳤는데.

"사실 올해는 홈런이 안 나올 줄 알았다. 이제 올해는 끝난 게 아닌가 싶다. (웃음) 그냥 지금은 경기에 꾸준히 내보내 주시는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감사드린다. 경기에 나가면 항상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래서 결과가 좋았던 게 아닌가 싶다."

- 타격 기술의 성장 속도에 코칭스태프도 놀라고 있다.

"잘 모르겠다. 그냥 어릴 때부터 공 맞추는 건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내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어떻게든 해내려는 생각뿐이다. 내 뒤에 나오시는 선배님들께 기회를 잘 연결해 드리는 게 내 임무다. 어떻게든 공도 많이 보려고 한다."

- 프로 투수들의 공은 아마추어 투수에게서 보던 공들과 많이 다를 텐데.

"정말 많이 다르다. 고등학교 때와는 비교할 수 없다. 시범 경기와 정규 시즌이 또 다르다. 아직 몇 경기 안 나갔지만, 정말 모든 투수들이 다 어려운 것 같다. 아직은 내가 잘 몰라서 아무 생각 없이 하니까 어느 정도 맞고 있는 것 같다."

고졸 신인이 프로 데뷔해서 이렇게 할 수 있다는게 놀랍습니다.

넥센의 선택이 좋았습니다.

기회 받은만큼 빠르게 성장해서 아버지를 뛰어넘는 선수가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