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롯데, 올해 롯데2

작년 롯데와 올해 롯데

이제 딸랑 4경기했지만, 롯데의 변신이 심상치 않죠.

투수력에는 아직 물음표가 있지만 타선은 확실히 로이스터 시절의 롯데를 떠올리게 할만큼 막강한 화력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사실 롯데외야와 이대호로 구성된 상위타선은 거의 국대급이었지만, 작년에는 그 명성만큼의 화력을 뽑아주지 못했습니다. 아니 이 선수들로 타격 꼴찌야?라고 할정도로 한심한 모습이었습니다. 민병헌, 전준우, 손아섭, 이대호 1~4번은 어떤팀이랑 견줘도 밀리지 않는 네임벨류죠.

문제는 뒤로 갈수록 수준이 격하게 떨어져버린다는 겁니다. 재작년 잘쳐주던 번즈가 삽질하기 시작하면서 꼬이기 시작해 자동아웃 789는 뭐 노답 수준이었습니다. 1할타자 나종덕과 이름만 대형유망주 한동희가 찬스 다 끊어먹으면서 상위타선까지 부담이 가중됐습니다.

야구라는게 몇 명이 잘하는것도 중요하지만 팀 성적을 결정하는건 나머지 선수들이 팀 핵심선수들을 얼마나 잘 따라붙어 주느냐에 달렸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팀추월처럼 팀 전체가 일정수준 이상을 보여줘야 그팀은 강팀이 되고 두산이 그걸 잘 보여주는 팀이죠.

작년 롯데 라인업을 보면

외야는 역시 화려합니다. 민병헌, 전준우, 손아섭.

여기에 1루 이대호, 채태인까지는 두산, 키움에 안밀리는 이름이죠.

문제는 나머지 선수들인데 3루 한동희, 2루 번즈, 유격수 신본기, 포수 나종덕.

전형적인 가분수 구성이죠.

백업도 부실합니다. 정훈, 강로한, 허일 이런 정도인데 주전급이 빠지면 공백이 메워지지 않습니다.

올해의 롯데 라인업을 보겠습니다.

강점이던 외야와 1루는 그대로입니다. 3루 한동희도 계속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센터라인 3명이 바뀌었습니다. 포수가 나종덕에서 정보근으로, 유격수가 신본기에서 마차도, 2루수가 번즈에서 안치홍으로.

주전들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뎁스도 두터워졌습니다. 닥주전급이던 신본기가 내야 전포지션을 커버칠수 있는 유틸리티 백업이 됐고 제대한 김민수가 3루 경쟁에 가세했습니다. 후반기 2루 주전먹은 강로한은 2루와 외야를 겸업하게됐고 초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정훈도 외야 2루, 1루 백업이 가능합니다. 포수도 지성준 영입으로 작년에 비해 훨씬 안정됐죠.

강점은 그대로 유지하고 약점을 대폭 보완한게 올해 롯데의 라인업입니다.

 수비형으로 뽑았다해도 메이저에서 풀타임 뛸 정도의 야수라면 타격역시 기본이상은 가는게 당연함에도 전문가들이 마차도의 타격을 지나치게 폄훼한다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마차도는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KBO 씹어먹던 야수들이 MLB가서 타율 얼마나 떨어지는지 보면 마차도는 타격에서도 하위타선의 4번타자 노릇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번즈처럼 막휘두르는 타입이 아니라 공을 신중하게 보는 타입이라 안정감이 느껴지고 높은공은 장타도 충분히 날릴수 있는 펀치력도 입증했습니다.

공수 모두 신본기보다 2,3수 윗급입니다. 김하성과 톱유격수 놓고 해볼만하다 봅니다.

안치홍도 수비범위는 떨어지지만 타격에선 역시 번즈보다 기대치가 높죠. 번즈는 기분파라 기량이 들쑥날쑥해서 안정감이 떨어졌는데 안치홍이면 이미 충분히 검증된 에버리지 타자니 2루도 확실히 업그레이드구요.

포수는 뭐 말할필요도 없죠. 이보다 못할수 없다를 보여준 나종덕.. 아 이름만 들어도 혈압이... 스윙보면 얘는 타자로는 절대 안된다는걸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수 있습니다. 공 들어온후에 돌아가는 배트... 그냥 병살만 안쳐주길 기도하는 마음.. 정보근도 방망이에 별 기대는 안하는 선수지만 나종덕은 진짜 넘사벽입니다. 여기에 지성준도 언제든 힘을 보태줄 선수니 포수가 말아먹는 경기는 확실히 줄어들거라 봅니다.

다음은 투수입니다.

일단 선발진이 완전히 물갈이 됐습니다.

외인2명, 장시환이 나가고 김원중이 마무리로 갔습니다. 5선발 서준원만 자리를 지키는데 아직 샘슨이 합류를 안해서 대체로 물음표가 붙어있긴하지만, 작년보단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사실 작년 외인인 톰슨이 들쑥날쑥 하다가 중도교체됐고 교체선수도 외인급 수준은 못보여줬죠. 레일리는 비교적 꾸준했지만 받쳐주는 선수들이 너무 못해서...

장시환이 국내선수중 그래도 자기역할 해줬지만, 타팀 3선발에 비하면 수준 떨어졌고, 김원중도 초반 반짝하고 끝.. 그 외에 이선수 저 선수 땜빵으로 시도했지만 다 실패.

작년은 역대 최악의 선발진이었습니다.

올해는 일단 스트레일리는 준수해 보입니다. 레일리+기대해도 좋을거 같습니다. 불같은 강속구는 아니지만 140후반대 직구와 안정적인 제구, 공격적 피칭을 보니 일단 기본은 해줄 선수같습니다. 샘슨이 스트레일리와 비슷한 수준이라니 일단 용병은 확실히 작년보다 업됐다고 봐도 되겠네요.

장시환, 김원중 <-> 박세웅, 노경은인데 한경기만 봐서는 크게 발전했다는 인상은 못받았습니다. 그래도 커리어에선 박노가 앞서니 뒤로 갈수록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서준원도 작년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걸로 보이구요.

작년 선발진이 D-였다면 올해는 C+~B- 정도는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중간은 작년이랑 크게 달라진게 없지만, 오현택이 홀드왕할때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오현택, 박진형, 구승민, 진명호가 자기역할은 해줄거라 봅니다. 작년에는 오현택이 제모습을 못보여주면서 다른 필승조가 과부하가 걸렸죠.

마무리가 손승락에서 김원중으로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론 가장 기대가 큽니다.

사실 손승락이 이름값에 비해 기량저하는 이미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3점차를 지키지 못하는 경기가 많았고 나오면 일단 불부터 지르고 시작하는 경우가 허다했죠. 승부구의 구위가 떨어지다보니 예전같으면 헛스윙을 유도했을 공들이 커트당하는 비율이 높아지며 승부 하나하나가 힘들어졌습니다. 마무리의 가장 큰 덕목인 상대를 압도할수 있는 구위가 없으니 경기막판 집중력 높인 타자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죠.

김원중은 누구나 알다시피 구위는 좋지만 제구에 문제가 있는 투수입니다. RPM높은 묵직한 직구가 매력적이지만 혼자 무너지는 스타일이죠. 손승락과는 완전히 반대의 유형인데 투수에게 구위와 제구중 뭐가 중요하냐 물으면 대부분 제구를 얘기할겁니다. 유희관처럼 130짜리 직구로도 장수하는 투수도 있고 150넘는 강속구를 던지면서도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진 투수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제구가 안되는 투수는 투수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김원중의 마무리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있는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보는 김원중은 아예 제구가 안되는 투수는 아닙니다. 제구가 안되는것보다 자기 볼에 대한 믿음 부족과 경험부족, 좋은 포수를 만나지 못한 불운 등의 문제가 더 크다고 봅니다. 선발로 나가면 체력안배를 해야하니 계속 강한공만 뿌릴순 없죠. 그러다보니 이공저공 섞어 던져야하고 타자를 유인도 해야하니 생각도 많아지고 가진 구위를 100% 보여주기 힘들었는데 마무리는 1이닝을 짧고 굵게 타자를 압도해주면 됩니다. 80%로 던지던 직구를 90, 100%로 던질수 있죠. 단순하게 빠른공이 아니라 회전이 좋은 묵직한 공이기 때문에 연타를 맞을 확률이 낮습니다. 집중력이 높다해도 힘에서 밀리면 좋은타구를 날리기 힘들죠. 칠테면 쳐봐라식으로 힘으로 밀어붙이는게 요리조리 유인하는 것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위 떨어져서 일단 공이 맞아나가는 손승락보다 제구는 좀 들쑥날쑥해도 힘으로 밀어버릴수 있는 김원중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예상할 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롯데를 하위권으로 분류했습니다. 간혹 5강후보로 넣는 사람도 있었지만 열에 한둘이고 조롱감이었죠. 10명 예상하면 8명은 롯데를 하위권으로 분류했죠.

근데 웃긴건 롯데의 전력이 올해보다 훨씬 불안정했던 작년, 재작년에는 오히려 롯데의 평가가 지금보다 높았습니다. 5강후보로 꼽는 전문가도 많았죠.

전 이게 우리나라의 속칭 야구전문가들의 수준이라 생각합니다. 이팀이 어떤 변화가 있고 그 변화가 어느정도의 전력 상승, 하강 효과가 있을지 제대로 분석해서 결과를 내놓는게 아니라 그냥 막연하게 작년성적을 오버랩시켜서 예상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작년 꼴찌 롯데는 역시 올해도 하위권으로 분류된거죠.

야구는 확률을 이어가는 경기입니다. 3할타자 5명과 2할타자 4명보다 .280타자 9명이 있는팀이 더 무섭습니다. 상대가 파고들 약점을 최소화하는게 중요한데 최근의 롯데는 약점을 내버려두고 강점만 계속 키우는 잘못된 방향으로 계속 나갔죠.

올해 롯데는 가장 큰 약점 포수와 키스톤 콤비를 동시에 해결했습니다. 뎁스도 확실하게 보강했죠. 내야에 마차도, 안치홍, 지성준이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고 신본기, 김민수, 강로한, 허일 등이 작년보다 나은 뎁스를 만들었습니다.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한두명 이탈해도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은 낮췄습니다.

여전히 투수력은 더 검증이 필요하지만 10개 구단중 가장 전력을 알차게 보강한 팀이 롯데인건 분명한 사실이죠.

작년보다 확실하게 업그레이드 된 팀은 롯데, NC고 초반에 그걸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죠.

이에비해 타팀들은 대부분 전력보강이 미미하거나 후퇴했습니다. 팀간 전력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KBO임을 감안하면 NC와 롯데가 상위권으로 치고 나갈 가능성이 높은건 충분히 예상 가능합니다. 전력보강이 무조건 상적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 가능성을 높이는건 사실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롯데는 구멍난 독에 구멍을 메웠다는게 크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구멍을 내버려둔채 물만 들입다 들이부었지만 올해는 일단 구멍부터 메우는 상식적인 보강을 했습니다. 그게 어느정도의 시너지를 보이는지는 시범경기와 초반 4경기에서 보여줬습니다. 쉬어가던 하위타선이 이제 안심할수 없는 하위타선이 되면서 상하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타선이 됐습니다.

올해 롯데 정규시즌 3위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