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매번 같은 방식으로 승리를 쌓았다.
수비집중력이 매 경기 이어졌고 선취점을 빼앗기지 않는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홈런은 상대를 압박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박경수, 황재균, 심우준, 강백호의 내야진이 그물수비로 두산의 추격을 꺾는 모습이 시리즈 내내 계속됐다.
두산 타선은 KS 1,2차전에 이어 KS 3차전에서도 KT 선발 데스파이네를 상대로 끈질긴 볼카운트 싸움을 하지 못했다.
2회를 빼고 대부분 삼자범퇴로 물러났다.
투구수 공략에 실패한 것인데, 그 이유로는 데스파이네의 다양한 구종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두산 타선이 무기력해 보이는 건, 확실히 지친 탓도 있지만 KT 마운드가 그만큼 높았다.
특명을 받고 3차전 마운드에 오른 두산 선발 미란다는 힘있는 구위를 보였지만, 반전 드라마까진 만들어내지 못하며 전체시리즈의 분위기가 KT로 넘어갔다.
3차전에서 가장 결정전 장면을 꼽으라면 박경수의 수비를 들 수 있다.
그는 3차전 후반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매 경기 호수비를 보이고 있다.
3차전에선 6회 정수빈을 포스아웃 시켰는데, 그 판단 하나로 두산의 맥이 끊겼다.
베테랑의 판단력이 돋보인 순간이다.
이날 박경수의 홈런도 우승을 향한 집중력의 연장선 상에 있다.
박경수, 황재균 등 베테랑이 호수비를 하니 강백호도 덩달아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옥에 티는 있다.
3차전 3-0으로 앞선 8회에 선행주자를 아웃잡지 않고 1루를 찍은뒤 2루 병살을 노렸다.
조금더 깊게 생각했다면 스코어링 포지션의 주자부터 아웃시켜야 했다.
결과적으로 3-0에서 3-1이 되는 빌미가 됐다.
박경수가 중요 순간에서 상대 맥을 끊었다면 강백호는 상대에게 득점할 기회를 줬다.
결국 두산에 1점을 내주며 KT는 마지막까지 공 하나하나마다 힘든 승부를 했다.
벼랑끝 두산이지만, 턱없이 밀릴 팀은 아니다.
그럼에도 KT 이강철 감독은 KS 마침표를 찍는 순간까지 느슨함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4차전 선발 배제성이 기록상 두산에 약하기에 초반에 무너진다면 1+1 전략으로 상대를 밀어붙일게 자명하다.
두산은 배제성의 초반 공략에 온 힘을 쏟아야 승산이 있다.
포스트시즌을 살펴보면, 두산은 타격의 힘으로 KS까지 왔다.
그러나 챔피언 시리즈에선 상대 마운드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며 번번이 쓴 잔을 마셨다.
두산의 집중력이 약했다기 보단 상대가 더 좋았다고 보는게 맞다.
KT의 선발 3인방이 워낙 좋은 투구를 펼쳤다.
아마 두산 경기를 보며 ‘야구 잘 못한다’고 손가락질 할 야구팬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다만 두산은 7년 연속 KS에 진출한 강팀이다.
0-4 패배로 물러나는 건 자존심이 상한다.
스포츠서울해설위원·체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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