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건 비밀인데….”
프로야구 KT 홈구장 수원 KT위즈파크 복도는 각종 기념품이 전시돼있다.
창단 이후 기념할 만한 일이 생겼을 때마다 유명 인사들의 손을 거친 기념구와 유니폼이 3루 측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하키와 게임단 등 KT 식구들의 물품도 유리장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팬들이 선수 개개인을 응원할 때 활용했던 응원 소품 등도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에는 구현모 KT 대표이사의 친필사인 유니폼까지 진열됐다.
선수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1루 측 복도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선수단 라커룸과 더그아웃을 연결하는 복도에는 에어컨과 소파, 그리고 벽걸이 TV가 한 대 설치돼있다.
선발로 나서는 야수조는 물론 대기 투수들도 모조리 불펜에서 대기하지만 6회부터는 이 복도가 시끌벅적하다.
승부처 대타를 준비하는 타자들이 비좁은 더그아웃이나 그라운드에서 준비하는 대신 복도에서 TV 중계를 보면서 이미지트레이닝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강철 KT 감독의 시선이 닿는 곳이라 의사소통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눈에 띄는 지점은 굳게 닫힌 벽면이다.
유리장이 긴 수납공간으로 바뀌었다.
미닫이문도 유리가 아닌 나무 재질로 바뀌었다.
당초 진열장이었던 이 공간은 선수단의 요청으로 일종의 방망이 건조대로 탈바꿈했다.
내부에는 제습기 두 대가 계속해서 배트의 습기를 빨아들이고 있다.
한여름 습도가 80% 이상으로 치솟을 때마다 손의 감각적인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선발로 나서는 야수들은 첫 타석을 쾌적하게, 대타로 승부처에 등장하는 타자는 가볍게 배트를 들고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직접 미닫이문을 열고 제습기, 그 안에 정리된 방망이들을 모두 소개한 주장 박경수는 “습도가 높은 날에는 방망이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
나무 방망이라서 그런지 습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선수들이 경기 중 방망이의 습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조상수 매니저님께 요청했었다.
구단이 흔쾌히 수락해주신 덕분에 우리 팀 대부분의 타자가 이 장소에서 큰 도움을 얻고 있다”고 자랑했다.
복도에 놓인 제습기 두 대와 에어컨 한 대, 그리고 작은 소파가 당장 KT의 성적을 지탱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더 잘하려는 선수단의 소망, 어떻게든 도우려는 구단의 배려가 맞물리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진열장의 변신과 ‘드라이 배트’는 KT만의 무기다.
사진=전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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