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공 가졌으면서 왜 그렇게 던져?”
프로야구 두산 우완투수 곽빈(23)이 데뷔 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시속 150㎞대의 강속구에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했다.
2018년 두산의 1차 지명을 거머쥐었다.
그해 3월 데뷔했으나 10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재활 속도가 더뎌 두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지난해 5월 선발투수로 복귀했다.
제구 난조에 발목 잡혔다.
총 21경기 98⅔이닝서 4승7패 평균자책점 4.10에 머물렀다.
볼넷은 79개, 몸에 맞는 볼은 12개였다.
올해 전반기도 마찬가지였다.
총 16경기 81⅓이닝서 3승7패 평균자책점 4.43, 볼넷 45개, 몸에 맞는 볼 8개를 기록했다.
곽빈은 “정말 답답했고 너무 분했다.
나에게 화가 많이 났다”며 “나조차도 ‘왜 이 공으로 이렇게밖에 못하지?’라고 생각했다.
마운드 위에서 도망 다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부상 때문에 오래 쉬었다.
경기 감각도 떨어져 있었다”며 “욕심만 많았다.
내 등판 날에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고 덧붙였다.
소속팀 선배 최원준은 “빈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힘들어했다.
나는 같은 선발투수라 원하는 대로 안 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키움 안우진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우정을 다져온 안우진은 곽빈에게 “좋은 공이 있는데 왜 매번 풀카운트까지 가냐. 승부를 피하는 모습이 바보 같다”고 짚어줬다.
곽빈의 마음이 달라졌다.
그는 “선발투수로서 이닝만이라도 책임지자고 다짐했다.
조금씩 좋아지더라”며 “요즘도 가끔 답답할 때가 있지만 억지로라도 나를 믿으려 한다.
자신감을 충전하니 이제야 내 공을 던지는 것 같다.
경험을 쌓으면 더 좋아질 듯하다”고 전했다.
후반기 곽빈은 총 7경기 40⅔이닝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21로 포효했다.
볼넷은 11개, 몸에 맞는 볼은 2개로 최소화했다.
지난달 29일 경미한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으나 복귀 후 여전한 기량을 자랑 중이다.
곽빈은 “더 욕심내지 않고 시즌을 무사히 마치는 데만 집중하겠다.
올 시즌이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팀이 하위권(9위)에 있지만 다음 시즌에는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걸 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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