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정민혁 한화 스카우트 팀장 |
“우리는 오늘도 ‘희망’을 발굴합니다.
”
지난해 9월 15일 진행된 ‘2023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한화는 예상대로 가장 먼저 투수 김서현의 이름을 불렀다.
허를 찌른 것은 두 번째다.
한 바퀴 돈 뒤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내야수 문현빈을 지명한 것. 강속구 투수들이 꽤 많았던 것을 떠올리면 과감한 선택이었다.
몇몇 다른 구단들이 놀랐을 정도다.
중심에 정민혁(40) 한화 스카우트 팀장이 있다.
정 팀장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래도 문현빈은 꼭 잡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어필했다”고 말했다.
◆ “긴장감을 넣어줄 보석을 찾아요.”
각 구단의 스카우트 팀이 본격적으로 레이더망을 돌리는 것은 보통 고등학생부터다.
정 팀장은 초등학생 문현빈부터 지켜봤다.
우연한 기회였다.
정 팀장은 “(문)현빈이는 대전유천초 시절에도 야무졌다.
눈에 띄더라. 다만, 체구가 작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중학교(온양중), 고등학교(북일고)를 거치는 동안에도 꾸준히 잘했다.
타격, 수비는 기본이고 무엇보다 힘이 좋았다.
어지간해선 밀리지 않더라. 좀 더 순번을 높여도 되겠다 싶더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핵심 키워드는 야구를 대하는 자세였다.
한 순간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항상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북일고, U-18 청소년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기도 했다.
정 팀장은 “야구는 팀 스포츠다.
당장 3할을 치는 것도 좋지만, 궁극적으로는 팀에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자원이라 평가했다.
공 하나하나에 열정이 가득했다.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현빈은 개막 엔트리에 당당히 입성, 첫 경기에서부터 안타를 때려내며 눈도장을 찍었다.
 | |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
◆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죠.”
바늘구멍만큼 통과하기 힘든 것이 프로무대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신인드래프트에 참여한 1165명 중 110명만이 부름을 받았다.
전체 10%(9.4%)도 되지 않는 수치다.
얼마나 간절한 마음일지 알기에 정 팀장은 매번 ‘진심’으로 임하려 애쓴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믿는다.
정 팀장은 “지금 잘하고 있는 선수는 누구나 안다.
앞으로 잘할 수 있는 선수들까지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시간을 두고 긴 호흡으로 지켜보는 이유”라고 밝혔다.
운전대를 잡고 전국을 누벼야 하지만 지친 기색은 찾아보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오래 바라보려 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누군가에겐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최근 몇 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습경기도 많이 취소되고, 그나마도 선수들이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들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시기 아닌가. 드래프트 전날까지도 현장에서 하나라도 더 보려 했다”고 말했다.
◆ “진심은 결국 마음을 움직이더라고요.”
정 팀장 역시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때론 고난도, 위기도 겪어봤다.
선수 출신으로, 어쩌면 돌아돌아 지금 자리에까지 올랐다.
정 팀장은 “(선수 생활 마지막) 2군에서 존재감 없이 몇 년 있다 방출됐다.
몸도 아팠고, 그러다보니 성적도 좋지 않았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중학교 코치 생활이다.
마인드가 크게 바뀌었다.
정 팀장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구나 느꼈다.
스카우트 팀에서 일하는 데도 큰 힘이 됐다”고 귀띔했다.
스카우트는 겉으로 드러나는 포지션은 아니다.
그래도 한 걸음씩 나아갈 때 보람을 느낀다.
특히 2022년 1차 지명으로 품은 ‘슈퍼루키’ 문동주와의 기억은 머릿속에 여전히 진하게 남아 있다.
파트장이 된 뒤 처음으로 지명한 선수다.
정 팀장은 “과정 자체는 순탄하지 않았지만, 단 한 번의 만남에서 (문)동주 아버님께서 ‘파트장님의 진심이 저희 가족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해주시더라. 그 순간 힘들다고 느꼈던 과정들이 감동으로 바뀌었다.
감사하다”고 웃었다.
 | |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한화이글스 스카우트팀. (왼쪽부터) 김재성 차장, 정민혁 팀장, 권영진, 전주욱 스카우트 |
◆ “한화는 제게 특별해요.”
정 팀장에게 한화는 단순한 직장, 그 이상이다.
주황색 피가 흐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팬이었고, 선수로서 유니폼을 입고 뛰기도 했다.
현재 스카우트 팀장으로서 구단의 미래를 발굴하고 있다.
애정이 넘쳐흐른다.
정 팀장은 “단장님부터, 전략팀, 운영팀 모두가 우리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준다.
뿐만 아니라 높은 사양의 스피드건, 고화질 캠코더, 트래킹 장비 등 지원 또한 아끼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또 하나의 가족이다.
정 팀장은 선수들을 바라보며 “자식 같다”고 말한다.
“진심으로 잘됐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고 큰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쳤으면 한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목표를 묻는 질문엔 주저 없이 한화의 비상을 떠올렸다.
정 팀장은 “한화 경기는 꼭 챙겨본다.
그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반드시 달라질 거라 본다.
우리가 지명한 선수들이 어느 순간 팀의 주축이 되고, 나아가 한화의 왕조시대를 열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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