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는 임병욱.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그 시간들이 쌓여서 성숙해졌습니다.
”
2014년 신인드래프트서 넥센(현 키움)의 1차 지명을 받았던 임병욱(28)은 덕수고 출신 대형 유격수 유망주였다.
입단 동기 김하성보다도 순번이 빨랐다.
하지만 프로 커리어는 순탄치 않았다.
긴 시간 빈번히 발목을 잡은 부상 악령 때문이다.
데뷔를 앞둔 2014시즌 시범경기에서 도루를 시도하다 입은 발목 골절이 시작이었다.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을 치른 2016시즌을 지나 2017시즌 팔꿈치, 손가락 부상이 이어졌다.
역경을 딛고 2018시즌 커리어하이를 썼지만, 2019시즌 슬럼프와 함께 무릎 연골판 파열로 인한 수술이 그를 기다렸다.
2020시즌은 햄스트링 부상이 그를 놔주지 않았다.
결국 상무행을 택해 병역의 의무를 다했다.
지난해 9월 전역과 함께 복귀가 가능했다.
그때 또 수술 소식이 들려왔다.
훈련 중 왼쪽 중지 힘줄 부상 때문이다.
이른 복귀는 불발됐고 2023시즌 시범경기가 돼서야 팬들 앞에 섰다.
자연스레 ‘유리몸’ 수식어가 붙었다.
그는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이유의 부상이었기에 개의치 않으려 한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그걸 벗어나려는 생각만으로 부상을 안 입는 것도 딱히 아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이미지에 짓눌리기보다 이겨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부상 방지를 위한 방법에 정답은 없다.
고민해 본 결과 경기 전 웨이트 트레이닝, 스트레칭, 가동성 운동 등을 꾸준히 해서 안정성을 갖추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다.
그러면 자연스레 부상 생각 없이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 | 팬들 앞에서 새 시즌 포부를 밝히고 있는 임병욱.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지난 불운들이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다쳤을 때 무엇보다 마음이 아팠다.
적지 않은 나이다 보니 야구를 한 날보다 할 날이 더 적을 수도 있지 않나. 그라운드 안에서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어 빨리 복귀하고 싶었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런 마음 때문일까. 그는 혹시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다면 언제인지 묻자 “초등학교 4학년 때”라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몸 관리 방법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만 그는 “물론 우스갯소리다.
지금의 제가 좋다.
많은 부상과 슬럼프까지 모든 게 쌓여서 지금의 제가 성숙해지지 않았나 싶다”고 강조했다.
한결 여유로워진 미소에서 고난을 뚫고 성장해온 임병욱을 느낄 수 있었다.
키움 팬들도 부활을 기다린다.
그가 2018시즌 보여줬던 타율 0.293, 13홈런 등의 커리어하이 성적과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활약의 임팩트가 강렬했기 때문이다.
마침 올시즌 키움 외야는 이정후, 이형종을 뺀 한 자리의 주인을 아직 찾지 못 했다.
주전 욕심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기용되는 게 당연하니 제가 주전이 되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다.
다만 기회가 왔을 때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제 할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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