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출전 행복···하지만 다른 상황도 맞춰 준비” LG 구원한 베테랑, 목표는 개인 아닌 팀[SS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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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05-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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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문학=윤세호기자] 그가 없었으면 팀의 선두권 경쟁도 없었다.
4월에는 골든글러브 유격수의 부상 이탈을 메웠다.
지금은 구멍난 2루를 단단하게 만든다.
주 포지션은 3루지만 후배의 성장에 욕심없이 자리를 넘긴 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LG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35) 얘기다.

240일 전인 작년 9월 25일 기억을 고스란히 살리는 대포를 쏘아 올렸다.
김민성은 지난 23일 문학 SSG전 4회초 2사 만루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터뜨렸다.
상대 투수 오원석의 체인지업을 간파한 듯 낮은 코스에서 형성된 공을 공략했다.
김민성은 5번째 만루포를 기록했고 이 홈런은 결승타가 됐다.
LG는 5연승과 함께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240일 전 4번째 만루포를 터뜨렸던 순간도 비슷했다.
당시도 문학 SSG전이었고 김민성은 10회초 승기를 잡는 만루포를 작렬했다.
이 만루포로 2위 LG는 1위 SSG를 3.5경기 차이로 추격했다.
시즌 막바지라 경기수가 많이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1위 등극 희망을 품게 만든 김민성의 만루홈런이었다.

23일 경기 후 김민성은 당연히 당시 만루포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9월 25일 느낌이 문학에 왔을 조금 나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홈런을 의식하지는 않았다”고 웃으며 “그 때 3.5경기 차이가 됐었고 잘하면 SSG를 잡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단독선두가 됐는데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다.
시즌 마지막 경기 때 우리가 1위에 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목표점을 뚜렷히 밝혔다.

같은 장소에서 터뜨린 만루홈런이지만 역할은 많이 달라졌다.
대타나 대수비가 아닌 매일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주전으로 돌아왔다.
4월 오지환이 옆구리 통증으로 이탈했을 때 유격수를 맡아 공수에서 활약했다.
5월부터는 서건창을 대신해 오지환과 내야 센터라인을 책임진다.
부상만 없다면 2년 만에 100경기 이상·350타석 이상 소화가 충분히 가능하다.

김민성은 다시 주전을 맡는 것을 두고 “정말 행복하다.
선수는 어찌됐든 그라운드에 나와서 경기를 많이 뛰는 게 가장 기분 좋은 일”이라고 재차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캠프 때부터 내야 모든 자리를 준비한 덕분인 것 같다.
짧은 시간이라도 1루부터 내야 전포지션에 서면서 훈련한 덕분에 본의 아니게 주전을 맡고 있다.
하지만 시즌 중후반이 되면 다른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 때는 또 거기에 맞춰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LG 이적 첫 해인 2019년에는 확고한 주전 3루수였다.
하지만 이후 부상 및 부진과 마주했고 그 사이 문보경이 도약했다.
당시 김민성은 코칭스태프에 자신은 신경쓰지 말고 가장 경쟁력있는 라인업을 짜줄 것을 부탁한 바 있다.
백업 역할을 수용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야구를 놓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훈련에 충실했다.
지난해 타격 훈련 때마다 굵직한 땀방울 흘리며 꾸준히 강한 타구를 날렸다.
타석에 설 기회가 적은 만큼, 그 기회를 확실히 살리려는 모습이었다.

당시 흘린 땀방울은 득점권 타율 0.297로 이어졌다.
내야 전포지션을 맡으며 하위타선에서 해결사 구실을 한다.

김민성은 “사실 포지션이 바뀐 것은 조금 힘들었다.
특히 유격수가 그랬다.
활동 범위가 넗고 송구 난이도가 높다.
계속 나가다보니 별 문제가 없기는 했는데 다시 한 번 유격수들이 ‘대단하다.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2루는 조금 적응이 된 것 같다.
며칠 전에 3루수로 나갔는데 그 때는 3루가 오히려 어색했다.
계속 뛰는 곳이 편해지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히어로즈 전성기 시절에는 두 자릿수 홈런을 예약한 공수겸장 3루수였다.
탁월한 수싸움으로 상대의 결정구를 장타로 연결시키곤 했다.
최근 다시 주전으로 나서며 그 때 모습을 재현한다.

김민성은 “꾸준히 나오니 아무래도 타석에서 여유가 생긴다.
쫓기지 않게 되면서 볼배합 싸움도 할 수 있다”며 “넥센 시절처럼 홈런을 치면 감독님과 세리머리를 하는데 그 때 생각도 많이 난다.
예전에는 감독님께 혼난 것을 기억하며 세게 감독님 손바닥을 쳤었다.
지금은 그 때처럼 세게 치면 안 될 것 같다”고 커리어에서 가장 빛났던 시기를 회상했다.

과거의 모습을 완벽히 되찾을 수는 없지만 팀은 충분히 강하다는 입장이다.
김민성은 올시즌 LG 타선에 대한 질문에 “정말 좋다.
정말 좋은 게 타격 이렇게 좋은데 그렇다고 방망이만 신경 쓰는 게 아니다.
우리 선수들 모두 수비 욕심, 주루 욕심도 정말 많다.
필요할 때는 팀 배팅도 잘한다.
그래서 나는 그냥 9번 타선에 있어도 좋다.
편하게 우리 동료들을 믿고 경기하고 있다”고 동료들의 활약을 강조했다.

넥센 시절에도 우승 후보팀의 주축선수였다.
2014년과 2019년 한국시리즈 무대에도 올랐다.
하지만 정상등극까지 이루지는 못했다.
올해 다시 정상을 바라본다.
그만큼 디펜딩챔피언 SSG를 상대로 꾸준히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민성은 “아직은 시즌 초중반이라 1위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SSG는 한국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SSG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내면 나중에 SSG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올해 가을야구 무대를 머릿속에 그렸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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