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뛰는 당사자들도 놀란다.
자꾸 이기니 기분은 좋은데 뭔가 ‘어안이 벙벙한’ 모양새다.
감독도 그렇고,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KT 이야기다.
‘-14’에서 ‘+11’까지 올라왔다.
기적이다.
알고 보니 비결이 있었다.
KT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과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웨스 벤자민이 살짝 주춤했지만, 화끈한 타격을 앞세워 9-8의 승리를 거뒀다.
비교적 수월하게 이길 수 있을 듯했다.
9-5에서 9회말 3실점 하면서 턱밑까지 쫓겼다.
김재윤의 휴식으로 대신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올라온 박영현이 흔들렸다.
그래도 1사 2,3루에서 허경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조수행을 삼진으로 막고 경기를 끝냈다.
이로써 KT는 시즌 56승 2무 45패, 승률 0.554가 됐다.
2위 SSG가 롯데에 패하면서 승차 1이 사라졌다.
SSG가 승률 0.556으로 미세하게 앞선 상황. KT가 최하위에서 2위까지 올라설 기세다.
개막 전 KT는 정규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뜻대로 되지 않았다.
줄부상이 원인이었다.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이강철 감독의 한숨이 멈추지 않았을 정도다.
4월을 9위로 마치더니, 5월7일에는 꼴찌로 떨어졌다.
5월26일과 27일 잠시 9위가 됐지만, 다시 10위로 내려왔다.
그렇게 6월4일까지 KT의 순위는 10위였다.
승패 마진도 ‘참혹한’ 수준이었다.
6월2일 16승 2무 30패, 승률 0.348이었다.
패가 승보다 14개나 더 많았다.
-14다.
혹자는 ‘KT의 몰락’이라 했다.
그러나 KT는 저력이 있었다.
6월3일부터 30일까지 22경기에서 15승 7패, 승률 0.682를 찍었다.
같은 기간 리그 1위다.
부상 선수들이 속속 돌아오면서 힘을 내기 시작했다.
6월 순위는 7위까지 올라왔다.
전반기 잔여 10경기에서 6승 4패를 만들었다.
일단 7위로 전반기는 끝냈다.
후반기 들어 부스터에 불이 붙었다.
후반기 7월 9경기에서 7승 2패를 쐈다.
그 사이 순위는 5위가 됐다.
44승 2무 43패로 승률 5할도 넘었다.
마진 +1이다.
이것만 해도 입이 벌어지는데 끝이 아니었다.
8월 들어서는 17일까지 14경기에서 12승 2패다.
이 기간 10승 이상 만든 팀은 KT 외에 없다.
그렇게 승패 마진 +11이 됐다.
-14였던 시절이 아득한 과거처럼 보일 정도다.
소형준, 강백호, 조용호 등 주전들이 대거 빠진 상태에서 만든 결과다.
게다가 김민수와 박시영도 시즌아웃이다.
구멍이 숭숭 뚫렸다.
그런데 이긴다.
놀랍다.
17일 두산전에서 선제 결승 3점 홈런 포함 4안타 5타점을 폭발시킨 장성우를 만났다.
무엇이 잘되고 있는지 물었다.
의외의 답이 나왔다.
장성우는 “마진이 -14에서 +11까지 됐다.
선수들끼리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우나에서 감독님 만났는데 ‘꿈 같다’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이어 “사실 -14 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똑같다.
그냥 당일 경기에 집중한다.
선발진에 구멍이 생기면서 로테이션 조정도 생각했다.
감독님이 ‘순리대로 가자’고 했다.
잘 풀리는데 괜히 바꾸지 말자고 했다.
하던 대로 하자고 했다.
팀이 그런 분위기였다”고 강조했다.
단순하게 접근했다.
제대로 통했다.
“매일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었다.
‘잘될 것이다’ 하는 마음으로, 매일 최선을 다했다.
반대로 보면, 다시 하락세를 탈 때도 올 것이다.
그럴 때가 됐다고 본다.
우리는 똑같이 하면 된다.
끝났을 때 높은 곳에서 가을야구 할 수 있을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이강철 감독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남겼다.
“말이 안 된다”며 웃은 후 “선수들이 잘하고 있다.
마진이 플러스만 되면 잘 갈 것 같았다.
그게 안 되더라. 어렵게 5할을 넘긴 후 계속 올라왔다.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쌓인 경험의 힘 아닐까. 5할을 넘으니 선수들이 힘을 받는다”고 짚었다.
그렇게 SSG와 승차를 삭제했다.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당장이라도 2위에 오를 기세다.
그러나 장성우는 오히려 경계하고 있다.
그는 “욕심내면 안 된다.
어차피 우리가 1~2등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5강만 생각했다.
승차 없이 3등이 됐다고 해서 욕심을 낼 이유는 없다.
욕심을 내면 플레이가 제대로 안 된다.
매 경기 최선만 다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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