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단 한 순간이 가져온 나비효과다.
프로야구 NC와 KIA가 맞닥뜨린 27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 주중 3연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날 경기는 위닝시리즈가 걸린 중요한 한판이었다.
누구도 양보할 뜻이 없다는 걸 스코어보드를 보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좀처럼 점수가 나오지 않는 ‘0’의 행진이 7회초까지 이어졌다.
그와중에 아무도 함부로 꺼내지 않던 말이 하나 있었다.
바로 NC 선발 구창모의 ‘퍼펙트 게임’을 향한 도전이다.
퍼펙트 게임은 선발 투수가 단 하나의 출루도 허락하지 않고 경기를 마쳐 승리를 따내는 걸 뜻한다.
자신의 실수가 아닌 야수의 실책이더라도 타자가 1루를 안전하게 밟는 순간 그 행진은 깨진다.
실력은 물론 천운까지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KBO리그에서 퍼펙트 게임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2022년 4월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SSG의 시즌 개막전에서 SSG 선발 윌머 폰트가 9이닝 동안 출루를 내주지 않았지만, 최종 선발승 결과물이 없어 ‘퍼펙트 게임’이 아닌 ‘9이닝 퍼펙트’로만 남아 아쉬움을 삼켰다.
이외에는 2011년 9월 17일 퓨처스리그 롯데-한화전서 롯데 이용훈이 딱 한 번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지만 2군 경기라 빛이 바랬다.
좀처럼 닿기 힘든 기록이다.
그렇기에 선발 투수가 퍼펙트 행진을 할 때면 그에게 어떤 격려나 메시지도 건네지 않는 게 야구계 불문율이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물론이고 중계진, 취재진 모두 쉽사리 입밖에 꺼내기 힘들어진다.
 | |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구창모를 향해서도 마찬가지였다.
1회말을 시작으로 7회말 첫 타자 이창진까지 19타자 연속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동안 광주는 계속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대기록까지 남은 8개의 아웃카운트. 그 부담감이 결국 선수단을 짓눌렀다.
7회말 두 번째 타자 김선빈이 구창모의 스플리터에 겨우 배트를 댔다.
공은 높이 떠 2루수 우측, 우익수 앞 애매한 위치로 향했다.
2루수 박민우가 열정적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공은 글러브를 맞고 결국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기록은 안타. 그렇게 구창모의 퍼펙트, 노히트 행진이 깨졌다.
박민우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서려 있었고 구창모도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NC 더그아웃과 원정팬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그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긴장감이 풀린 구창모는 크게 흔들렸다.
좀처럼 나오지 않던 볼넷과 피안타가 기다렸다는 듯 쏟아졌다.
난공불락 같았던 그는 결국 6⅔이닝 5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퍼펙트 행진을 이어오던 투수의 비극적인 결말이었다.
“야구 몰라요”라는 레전드 해설위원의 명언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광주=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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