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철의 야구공:감]기세오른 KT와 비장한 두산...3차전 승자는?

승부는 수비에서 갈렸다.
KT가 그물망 수비로 한국시리즈(KS)를 지배하고 있다.
반면 두산은 포스트시즌에 타력으로 KS까지 진출했지만, 최종 스테이지에서 방망이가 잠들었다.
KT의 수비망에 걸린 모양새다.

큰 경기일수록 디펜스가 중요하다.
작은 균열이 큰 얼음을 깬다.
수비가 흔들리면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마운드의 투수까지 흔들린다.
결과적으로 수비 진용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KS 2차전에서 KT 선발 소형준은 경기초반에 불안했다.
3회까지 던진 투구수의 절반 이상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
그런데 4회부터 투구의 영점이 잡히기 시작했다.
소형준이 그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수비수의 힘에 기인한다.

KT 2루수 박경수가 한국시리즈 2차전 1회초 무사 1,2루 3번 페르난데스의 잘 맞은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낸 후 병살로 연결한 후 가슴을 치며 기뻐하고 있다.
2021.11.15.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가운데로 몰려 맞아나간 타구를 내야의 베테랑 수비진이 호수비로 3차례나 막았다.
KT가 5회 대거 5득점하기 전까지 두산을 압도한 것도 위기를 잠재운 수비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KT의 뛰어난 수비 집중력은 KS 3,4차전에서도 승리 원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수비는 방망이와 달리 슬럼프가 없다.
KT 수비의 시작점은 1회 박경수의 글러브였다.
그는 삼성과의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 보여준 집중력을 KS무대에서도 보였다.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베테랑의 의지를 보였다.

이는 단순한 수비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선수단 전체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부분이 마운드의 소형준을 살리고 팀도 하나로 결집시켰다.
3회 나온 황재균의 호수비도 결을 같이한다.
소형준은 원래 제구가 뛰어난 투수다.
KS 2차전 등판을 통해 개인적으로도 큰 경험치를 쌓았을 것이다.

두산 정수빈이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 5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3타점 싹쓸이 3루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2021. 11. 7.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2패를 안고 KS 3차전에 나서는 두산은 벼랑끝 승부다.
3차전마저 내준다면 KS 우승컵을 내줄 공산이 매우 높아진다.
두산이 반전을 이루기 위해선 ‘게임 메이커’인 정수빈의 회복과 출장여부가 관건이다.

또한 선발 미란다가 등판해 어떤 구위를 보일지가 중요하다.
두산의 선발 마운드는 지금까지 최원준, 곽빈, 김민규로 이어왔다.
이제 외인에이스 미란다가 분위기를 바꿔야 할 투구를 보여야 한다.

KT는 KS 1~2차전을 투수 3~4명으로 막았다.
여기에 고영표가 중간에 들어가며 두산타선을 틀어막고 있다.
고영표는 제구가 좋고 가지고 있는 구질도 타자를 이겨내기에 충분하다.

KT는 기세와 왔을때 끝내려 할 것이다.
공수가 잘 맞아가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KT 황재균이 한국시리즈 2차전 1회말 1사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을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1. 11. 15.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KT타선의 타격감엔 의문부호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차전에서 배정대, 2차전에서 황재균이 홈런포를 가동하며 청량제 역할을 톡톡하게 해냈다.
KS 무대의 KT는 안정된 투수진과 한방이 있는 타선, 여기에 파인 플레이가 속출하는 수비까지 보여주고 있다.
잘되는 팀의 전형이다.
힘이 충분한 KT를 상대로 두산은 3차전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출전해야 한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전술로 경기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선수가 자신의 플레이를 해줘야 감독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스포츠서울해설위원·체육학박사

야구포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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