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처럼 포효한 이정후, 영웅군단의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WC1 스타]

키움 3번 이정후가 11월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 9회초 2사 1,2루에서 2타점 2루타를 터트린후 환호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폭풍 전야 같던 9회초 2사 1, 2루. 육성 응원 자제 지침 탓에 소리 죽여 응원 막대를 두드리던 3루 관중석에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살얼음판 같은 흐름 속 고요하던 잠실구장에 “안타 안타 날려버려라 키움 히어로 이정후”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두산 마무리 김강률이 던진 146㎞짜리 빠른 공이 홈플레이트를 향해 날아오자,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경쾌한 파열음이 날아 들었다.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 전력질주했지만, 이정후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중견수 오른쪽 워닝트랙에 떨어졌다.
발빠른 이용규와 김혜성은 추격전 하듯 3루를 돌아 홈으로 내달렸고, 이들이 무사귀환하는 모습을 지켜본 이정후는 2루 위에서 껑충껑충 뛰며 마음껏 포효했다.

키움 이정후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9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두산 김강률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다.
2021 KBO리그 타격왕 이정후(23)는 4-4 동점이던 9회초 2사 1, 2루에서 상대 마무리를 두드려 결승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상대 4번타자에게 마무리 조상우가 동점 2점 홈런을 맞아 흐름을 완전히 내어 준 절체절명의 순간에, 마지막일 수도 있는 기회를 기어코 잡아냈다.
이정후는 8회초 무사 1, 3루에서 볼넷을 골라냈을 때에도 커다란 제스처로 박수를 치며 “가자 가자”를 외쳤다.
팀 승리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투쟁심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이미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WC) 1차전을 앞두고 “오늘 승리만 생각한다”고 결의를 다진 터였다.
그는 “두산과 정규시즌에서는 좋은 성적을 냈지만, 단기전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 최초로 부자(父子) 타격왕에 올라 너무 영광스럽지만, 지금 이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오직 팀 승리만 생각하겠다”며 ‘윈 나우’를 외쳤다.
그는 “관중이 들어차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를 받는다.
에너지를 동력삼아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키움 이정후가 11월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 9회초 2사 1,2루에서 2타점 2루타를 친후 박병호 안타때 득점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평소보다 훨씬 큰 제스처도 진심에서 우러난 승리를 향한 열망이다.
이정후는 “포스트시즌이어서 특별한 세리머니를 구상하지는 않았다.
시즌 마지막 경기들을 결승전처럼 치르고 WC에 진출했기 때문에 결속된 팀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세리머니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상상하던 장면이 현실이 되자 ‘차도남’ 이미지와 달리 뜨겁게 포효하는 이정후가 탄생했다.
이정후의 결승 2타점 2루타로 살얼음판 같던 분위기가 깨지자, 박병호가 깨끗한 중전 적시타로 쐐기점을 뽑았다.
8회 2사 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상대 4번타자 김재환에게 동점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궜던 키움 마무리 조상우는 9회말 1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정수빈을 2루수 인필드플라이로 잡아낸 뒤 호세 페르난데스를 3루수 따아볼로 잡아내고 승리 투수가 됐다.
영웅군단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다시 벼랑끝이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날 것이라는 신념이 더그아웃과 관중석을 감쌌다.
신념을 확신으로 바꾼 진짜 영웅이 탄생했다.
zzang@sportsseoul.com

야구포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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