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작심발언인가.
‘말(言)’의 무게는 상당하다.
누가, 언제, 어떤 자리에서 했느냐에 따라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 야구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잠잠했던 강물에 돌을 던진 것은 ‘베테랑’ 추신수(40·SSG)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DKNET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 촉발제가 됐다.
한국야구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발언들을 행한 것. 어쭙잖은 선배 노릇에 많은 이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
추신수는 가장 성공한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한 명이다.
마이너리그 루키부터 시작해 빅리그까지 올라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2021시즌부터는 KBO리그서 뛰고 있다.
최고참으로서, 나아가 선진야구를 직접 경험한 선수로서 한국야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실제로 열악한 구장 환경 등을 지적하며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오랫동안 정체됐던 부분들을 짚어줬다는 부분에서 선수뿐 아니라 많은 팬들이 힘을 실어줬다.
자신이 총대를 메야한다는 생각이 강해서일까. 어느 순간 선을 넘기 시작했다.
한국야구 수준을 마이너리그 더블A라 평가한 것은 개인 의견이라 쳐도, 대표팀에 대한 진중하지 못한 언급은 역풍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3월 예정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선발에 대해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나라면 미래를 봤을 것 같다.
언제까지 김광현(SSG), 양현종(KIA)인가”라며 일갈했다.
세대교체라는 명목 아래, 이를 둘러싼 많은 이들의 고민은 잊은 듯했다.
개인의 변명에 급급한 장면들도 포착된다.
팬들이 비난하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정당성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추신수는 2009년 WBC,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등에서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군 문제를 해결한 뒤로는 더 이상 국제무대에 나서지 않았다.
학교폭력 논란이 마무리되지 못한 안우진(키움)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바라봤다.
선수의 성적, 한국야구의 미래를 말했지만 피해자 입장을 이해하는 장면은 없었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있다.
눈앞의 잘못을 꼬집긴 쉽다.
그러나 면밀히 들여다보면 많은 것들이 얽혀 있다.
더욱이 추신수는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작심발언 전 적어도 왜 이러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국민정서가 이렇게 형성된 이유는 무엇인지 한 번이라도 들여다봤어야 했다.
무엇보다 선배를 앞세워 한 이야기 가운데 한국에 대한 존중이 빠져 있었다는 것. 추신수는 수많은 화살이 왜 자신을 향하게 됐는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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