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 라면 치가 떨릴 수밖에…늘 일촉즉발이었던 잠실더비[WHY+]

지난해 5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 경기에서 이형종이 이용찬의 공에 손을 맞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잠실 |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양팀 모두 사구로 인해 핵심선수가 장기간 이탈했고 이는 고스란히 전력약화로 이어졌다.
‘사구’만 생각하면 서로 치가 떨릴만 하다.
LG와 두산의 잠실 더비가 일촉즉발 양상으로 흘러가는 이유다.
시계를 멀리 돌릴 필요도 없다.
일 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사구로 인해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시작은 2020시즌 개막을 눈앞에 둔 지난해 5월 1일이었다.
절정의 타격감각을 자랑했던 LG 이형종이 두산 이용찬의 투구에 맞고 교체됐다.
왼쪽 손등이 골절됐고 복귀까지 두 달 이상이 필요했다.
지난해 이형종은 사구 부상으로 81경기 소화에 그쳤다.
17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916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지만 부상으로 규정타석을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 4월 16일에는 양팀이 정반대 상항에 처했다.
두산 주전포수 박세혁이 LG 좌투수 김대유의 투구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진단 결과 안와골절로 수술이 불가피했다.
3일 후 수술대에 올랐고 복귀까지 55일이 필요했다.
이 기간 동안 두산은 박세혁을 대신해 장승현을 주전포수로 내세웠다.

지난 4월 16일 두산 박세혁이 얼굴에 공을 맞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서울 | 연합뉴스

사구 악연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1일 후반기 첫 잠실 더비에서 사구 5개가 쏟아져 나왔다.
제구난조에 시달린 LG 선발 김윤식은 1회 김재환에게 몸에 맞는 볼을 범했다.
2회에는 LG 저스틴 보어가 두산 선발 곽빈의 공에 맞았다.
3회에는 LG 최동환이 두산 박계범과 장승현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다.
장승현이 맞는 순간 두산 더그아웃에서 누군가가 최동환을 향해 소리쳤고 그 순간 그라운드 전체가 얼어붙었다.
당시 상황을 두고 한 선수는 “너희가 맞히면 우리도 맞힌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3회말이 끝나고 최수원 주심이 두산 더그아웃을 향했는데 이후 두산 김태형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LG 류지현 감독 또한 그라운드에 오르며 양팀 감독이 대치했다.
심판진의 중재로 큰 사고 없이 넘어갔지만 자칫하면 벤치클리어링으로 인해 무더기 징계가 발생할 수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올시즌에 앞서 코로나19 통합 매뉴얼을 발표하며 다수의 신체접촉이 일어날 수 있는 벤치클리어링을 금지한 바 있다.

두산과 LG의 9월 11일 잠실 경기. 4회초에 앞서 두산 김태형 감독과 LG 류지현 감독이 홈플레이트 뒤에서 심판진과 함께 마주하고 있다.
잠실 |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LG와 두산, 두산과 LG는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베어스가 서울로 연고지를 이동한 1985년부터 양팀은 잠실구장을 함께 사용하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사구 혹은 빈볼을 의심해 큰 규모의 벤치클리어링도 이따금씩 벌어졌다.
2007년 5월 4일에는 LG 봉중근과 두산 안경현이 마운드 위에서 난투극을 벌였다.
어린이날 3연전 첫 날 프로레슬링을 연상케 하는 기술이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졌다.

2007년 5월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경기. 5말 LG 봉중근이 던진 공이 안경현의 머리 위로 날아가자 안경현이 봉중근에게 달려가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잠실 | 스포츠서울DB

2011년 10월 2일에는 두산 오재원과 LG 이택근이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LG 유원상의 공이 오재원 머리 뒤를 향했고 오재원이 마운드를 향해 걸어나오며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이택근이 오재원을 두 팔로 민 순간 양팀 선수단이 일제히 뛰쳐나왔다.
이택근과 오재원의 다툼에서 시작해 고참 김동주와 이병규의 충돌까지 이어지며 규모가 커졌다.

2011년 10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경기. 7회 LG 유원상의 공이 두산 오재원의 머리 뒤를 향하자 오재원이 마운드로 걸어나왔다.
그러자 LG 이택근이 오재원을 제지했고 곧바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잠실 | 스포츠서울DB

양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마주한 2013년 플레이오프(PO)도 전쟁 같았다.
PO 3차전에서 두산 김재호가 LG 윤요섭의 다리를 잡아챘고 윤요섭은 이로 인해 더블플레이에 실패했다.
PO 4차전에서는 윤요섭이 김재호를 향해 강하게 2루 슬라이딩을 했고 곧바로 두 선수가 신경전을 벌였다.
올해 잠실 더비에서는 이례적으로 양팀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마주했다.
11일 경기 후 LG 주장 김현수가 두산 주장 김재환에게 다가가 페어플레이를 약속했으나 언제든 대형폭탄이 터질 수 있다.
올시즌 양팀은 12일 더블헤더 포함 7차례 더 맞대결을 벌인다.

bng7@sportsseoul.com

야구포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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